강좌 후기

글쓰기의 정원 시즌2 개강일 후기

작성자
한경석
작성일
2018-03-25 13:51
조회
181

다시,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



글쓰기의 정원(글정)이 시즌1 종료 후 약 3주간의 봄방학을 지나, 지난 3월 24일 토요일에 시즌2의 첫날을 시작하였습니다. 글정1의 충성도 높은 도반님들 11분과 새롭게 들어오신 도반님들 6분을 합쳐 총 17분이 채운 선생님과 오선민 선생님을 모시고 19명을 팀으로 하여, 글정 시즌2부터 시즌4까지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줄기차게 항해해 나갈 예정입니다.


시즌1의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과 시즌2에 새로 합류하신 선생님들을 새로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공부의 여정에 대한 가벼운 흥분과 긴장감 속에서, 각자의 간단한 인사와 소개 말씀을 나눈 후 채운 선생님과 오선민 선생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1. 채운 선생님께서는 시즌1의 특강에서처럼, 시즌2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며 단계마다의 의미에 대해서 긴 시간 동안 특강을 해주셨습니다. 돌려주신 안내문을 인용하자면, 시즌2는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는 것으로 약 9주 정도를 진행할 예정이며, 각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단락별, 챕터별 요약을 통한 내용 파악 및 개념어 정리[2~3주]


(2) 참고 문헌이나 인터뷰 등 각종 텍스트 조사를 통한 맥락(context)의 지도 그리기[4~5주]


(3) 전체 구조 속에서 교재 책을 재구성(재맥락화)하고 재요약하여 A4 1장으로 녹여내기[6주]


(4) ‘문제화하기’를 통해 현재 자기 자신의 문제의식 속에서 교재 포함한 관련 텍스트의 인용문장 골라내기[7주(1)]


(5) 리뷰 개요 구성을 통해 제목, 목차 등 뼈대 구성[7주(2)]


(6) 가열차게 초고 쓰기[8주]


(7) 역시 가열차게 A4 3장~4장의 서평 완성하기[9주]


과정을 옮겨 적으면서도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거라는 실감이 팍팍 다가오며, 제대로 길을 밟아 다지면서 마지막 서평을 완성하면 어디서도 얻지 못할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팍팍 다가옵니다.


 ※ 9주의 과정 중간에 교재의 깊이 있는 내용에 대한 해제를 족집게 설명해주실 별도 특강이 보충 수업 형태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저자 직강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 주 단위 표기해놓은 일정은 제가 잘 이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오류 말씀 주시면 수정반영하겠습니다.


2. 채운 선생님께서 단계별로 짚어주셨던 말씀 중 제 인상에 남는 것을 아래에 몇 구절 적어봅니다.


(1) 글 쓰는 것 중에서도 특히 요약 글쓰기에 대해서 기본기를 강조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미술을 배우려면 수평선 긋기-수직선 긋기에서 정육면체 그리기로 이어지는 기초 중의 기초부터 시작해 손목 힘과 기본기를 키워나가야 하듯이, 읽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서평의 1단계는 단락, 챕터 등 작은 구조부터 하나하나 요약문을 성실하게 추출해내는 지난한 과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또 막상 요약을 모아보면 같은 텍스트로 각자 다른 요약과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결국 자기 욕망에 끌려가는 요약을 하다 보니 같은 재료로 다른 얘기를 한다는 것이지요. 또 말씀 중에는, 글쓰기란 자기 상식을 확인하고 설명하는 것에 그치면 아무 의미가 없고, 펜이라는 망치로 자기 상식 자체를 무너뜨리고 조금이라도 기존과는 다른 이야기가, 달라지고자 하는 ‘나’가 삐져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요약을 비교해보고 자기의 상식과 준거틀, 범위를 벗어나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많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참고 문헌 등을 통해 머릿속에 지도를 구성한다는 말씀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1차 요약 후 관련 텍스트를 찾아 정리하고 토론하고 재요약을 거치면서 머릿속에 도서관을 올리고 채워가는 과정이 결코 짧은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지만, 조그마한 도서관을 차리고 그 거점으로 해당 철학자의 전집을 깨나가면서 도서관의 책들을 채워나가다 보면, 한 위대한 철학자의 머릿속, 그 철학자가 살던 시대상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올라옵니다. 내 머릿속의 폴더와 디렉토리를 평생사업으로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재미를 느껴보고자 합니다.


(4) 1차 요약 및 참고 문헌 공부를 통해 교재 책이 A4 1장으로 2차 요약이 된 후에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은 리뷰로 넘어가야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다시금 강조하십니다. 자기만의 문제 의식을 확고히 붙잡으라고. 2차 요약이 되면 딱딱했던 책의 내용이 풀어지면서 자신의 관심사, 실존적 현안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철학적 개념어가 자기 생활의 일면을 나타내는 설명어로 이해되며, 관련하여 더 궁금해지고 찾아보고 싶은 지점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욕망 속에서 싹튼 개인 고유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시 텍스트의 인용 문장을 고르고 리뷰의 방향과 주제, 제목을 짜나가면서 써야하고, 그래야만 단순한 책 요약 리뷰가 아니라 기존과 다른 ‘나’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유익한 리뷰 글쓰기가 된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말해, 나중 리뷰 결론이 ‘그림자 노동 하지 말고 토박이 노동 하자’는 식으로 다들 수렴할까봐 걱정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추가로 옮기자면, 수학 문제 답안을 미리 보면 다 풀 것 같지만, 자기 문제로 붙잡고 단계단계 끙끙대며 풀어나가지 않으면 다시 그 문제가 나와도 못 풉니다. 저명한 철학자가 책에서 내린 결론을 그대로, 공자님 말씀처럼 삶에 받아들여서는 정작 내 문제는 하나도 안 풀림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나봅니다.


(5) 선생님 말씀 중에, 서평 공부를 통한 궁극적인 단계는 저자의 사상 훔치기였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도, 즉 원 저자도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줄 미처 몰랐던 그런 개념이 서평가의 재창조를 통해 화려하게 꽃피는 느낌의 훔침입니다. 예를 드신 것처럼, 스피노자의 ‘표현’이라는 개념은 스피노자가 언급하긴 했지만 핵심 개념이 아니었는데, 들뢰즈는 그 개념을 천착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스피노자를 재구성하는 또다른 거장의 솜씨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저 같은 말단 학인으로서는 그냥 불가능한 경지이지만, 선생님께서 전달하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저자의 의도와 글의 주제라는 고정된 정답을 사지선다 중에서 골라내는 입시 훈련을 반복해온 한국인으로서, 이제는 저자를 무작정 추종하며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거리를 두고 내 자신이 밟고있는 위치를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이해,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한층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저자와 책 제목의 실적의 기억으로만 남기지 말고, 나의 삶과 제대로 부딪히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채운 선생님의 긴 강의 후에는 각자가 글쓰기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두루 나누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글정 시즌2를 새로 시작하는 도반님들이지만, 어떤 경로로든 열의를 가지고 공부를 해오시던 분들이어서 진솔함이 배어 나오는 여러 고민들이 논의되었습니다. 다만, 글의 분량 상 이 부분은 이렇게 축약하는 것으로 하고(^^;), 선생님의 말씀 중 어록에 남길 말씀만 적습니다. 앞의 강의와도 맥이 통하는 말씀입니다만, 책을 읽는다고 하면서 책추행, 책희롱은 하지 말자는 말씀이 재미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얘기하고 다니지만 책의 핵심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단편적으로 여기 기억나고 저기 만지면서 희롱만 해왔던 독서를 반성하고, 정말 책의 전부를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있게 읽고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투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겠지요.


4. 마지막으로 오선민 선생님의 보다 구체적인 강의 일정 및 진행 방법에 대한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글정 시즌1보다는 과제 마감이 당겨져 목요일 24시까지 제출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오선민 선생님께서 금요일 늦게 숙제 받으시고 토요일 아침 바로 첨삭글 가져오셔 15개 가까운 글을 다시 나누어주시던 살인적인(?) 시즌1에서 그나마 숨돌릴 틈을 가지시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1의 상습 지각생이었던 저로서는 재차 반성하고 꼭 기한 내에 숙제를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다음주 과제는 교재의 1,2장에 대한 문단별 주제문을 정리해오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목요일 자정까지 제출드리면 선생님께서 꼼꼼히 확인하시고 향후 강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시어 일정을 추가 조정 및 확정해나가실 것 같습니다.


아울러 공부의 밀도도 높아진 만큼, 매주 강의 후기 글을 올리는 것으로 말씀주셨습니다. 이렇게 1호 후기글을 우선 올리면서 다시 어제의 공부시간을 돌아보니 좀더 머릿속이 쫄깃해지는 느낌입니다. 후기는 작성자분께도 그렇고, 같은 도반분들께도 많은 도움과 참고,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금 치열한 글정 공부의 항해를 시작하신 선생님 및 도반님들께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글쓰기에 푹 빠져 존재가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인연이 되실 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 선생님분들 말씀하신 것을 나름의 이해를 가지고 문장으로 풀어내다 보니, 애초 말씀하신 의도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보시는 분들은 강의 때 직접 들으신 내용으로 가감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체 6

  • 2018-03-25 14:30
    와웅! 이것이 신임반장님의 위엄인가요? 강평샘의 멘트마다 "네, 맞습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조아리시던, 술자리의 그분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ㅋㅋㅋ 앞으로 반장님에 대한 저의 편견이 와장창 깨져나가길, 진심으로 기대해봅니다~~ 한반장님 화이팅!

  • 2018-03-25 14:40
    우리 한반장님께서 달라지셨군요. 문장이 정확해지신 것은 물론, 수업의 핵심을 중심으로, 자신의 감상을 펼치면서. 좋은 후기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한선생님의 변곡점이군요. 기대하겠습니다.

  • 2018-03-25 15:01
    네네 두 분 선생님들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굽실굽실) 아주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굽실굽실) ^^; 첫 후기를 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이해가 어려운 말씀도 다 적어놓은게 주효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 주신 내용을 이제 실제 과정 중 글써나가면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2018-03-26 09:28
    회사행사때문에 아쉽게 첫 수업에 빠졌는데 한샘의 후기를 읽다보니 그 강의실에 제가 앉아 있는 것 같군요. 한샘은 반장님이 체질인 거스로. 담 주 멋진 요약도 기대합니다.

  • 2018-03-26 21:42
    글정 시즌 2. 열일 반장님, 후기도 정말 열일하심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공부 일정도 다시 한번 확인 했구요, 저번 수업시간에 채운샘께서 해주신 강의 내용도 다시 상기되네요. 저도 미투시대를 맞이하야, '책희롱'과 '책추행'을 지양하고 핵심에 다가가는 독서를 지향하는 반장님의 몸부림에 동참해보려고 합니다. 으쌰으샤!

  • 2018-03-28 17:11
    한반장님~ 무조건 울 반장님께 먼저 충성!!!!
    공부하면서 이런 후기 첨봐요. 정말 한반장님이 얼마나 우리 글정을 애정하고 있는지 절절하게 드러나는 후기입니용.
    어찌 수업시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펼쳐놓은것 같아요.
    고생하셔어용. 잘 읽었습니당~ 우리 반장님만 믿고 열심히 할께요. 반장님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