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글쓰기의 정원 6주차 후기(특강)

작성자
hilde
작성일
2018-04-29 21:16
조회
118
6주차 ‘서평 쓰기’가  지나갔다.  처음부터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잘 안 왔다. 서평이란 내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타자에게 소개하는 글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엇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어렵고 가늠이 잘 안 되어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다. 과제를 하면서도 이 과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엉뚱한 짓거리를 해대고 있는지조차 판단이 안 설 때가 많았다.

그런 마음을 채운 샘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오늘 특강에서 우리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얘기해보라고 하셨다. 우리의 문제점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그림자 노동』과 내 현장과의 연결이 어렵다는 학인, 개념 이해가 어렵고 문제 제기의 어려움이 있다는 학인, 시간이 부족하고 내 언어로 재해석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학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감이 안 온다고 호소한 사람 등.

서평 쓰기를 위해 먼저 내가 텍스트와 만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이전에는 문제라고 의식하지 못한 것을 문제적인 방식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많이 배웠는데 왜 이렇게 무능할까?’라는 질문. 이런 질문과의 마주침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문제화는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자기 경멸에까지 이르러야 진전할 수 있다. 니체의 말처럼 자기 경멸 없이 자기 극복은 없다. 여기서 자기 경멸은 자기 비하가 아니라, 왜 나는 나의 생각만을 신봉하면서 사는 건가에 대해서 견딜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이 서평 쓰기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러고 보면, 나 자신도 스스로를 경멸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두렵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밑바닥 끝까지를 파 들어가며 꿰뚫어본다는 그 사실 자체가.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내 꼬라지를 보지 못하도록  빗장을 걸어놓고 있다. 그 부분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내가 보인다.

자신의 밑바닥 끝까지 살펴본 후 나의 문제가 선명해지면 그와 관련된 키워드를 가지고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을 해석해야 한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낯선 생각과 마주쳐서 자기 생각의 무너짐을 얘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림자 노동』을 읽고 나니 어떤 새로운 지점에 도달했다, 라고까지 제시하는 것이 서평이다. 이렇게 해서 각자는 자신들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자기 가치 없이 사회적 가치 속에서만 살아가는 삶에 대한 비판을 일리치는 그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체 2

  • 2018-04-29 21:44
    재미있는 후기네요. '좌충우돌 '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마 모든 분들도 공감하리라 생각되네요. 글을 쓰면서 뭘 써야될 지 몰라 고민하고 안써져서 힘들고 쓰고나면 헛점 투성이에 뭐가 뭔지 헷갈리고 ~~ 빈틈이 많고 찌질하고 무능력한 것들이 '나'인것 같습니다. 그 못난 '나 '를 괴로워해가면서 인정해 가는 것이 글정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ㅎㅎ

  • 2018-05-08 10:37
    "문제화는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자기 경멸에까지 이르러야 진전할 수 있다. "
    그러게 말입니다.
    글 쓰다 보면 수 많은 내 문제와 직면하게 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