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F절탁 0314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8-03-08 14:43
조회
140
긴긴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절탁이 개강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미 하나둘 시작했지만, 절차탁마가 개강을 하니 정말로 방학이 끝난 느낌이 드네요~ 요즘 정신이 좀 해이해져 있었는데, SF절탁 개강을 맞아 긴장감을 되찾아보아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샘들도 계셔서 반가웠습니다.

* 우선 공지부터 하겠습니다. 전 시간에 들은 강의를 바탕으로 책에 나오는 개념을 정리하는 게 공통과제입니다. 매번 채운샘이 지정해주시는 개념이나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설명하는 글을 써서 월요일 저녁까지 숙제방에 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지식의 고고학》 서론을 읽고, 서론 중 푸코가 번호를 매겨가며 설명하는 부분(p.27~)을 중심으로 푸코가 말하려는 바를 정리해주시면 됩니다.

《지식의 고고학》은 《말과 사물》까지의 ‘담론 분석’과 《감시와 처벌》에서 시작되는 ‘권력 분석’ 작업의 사이에 위치해 있는 저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식의 고고학》에서 푸코는 앎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지식의 ‘고고학’일까요?

푸코가 연구하고자 한 것은 ‘보편적 앎’이나 ‘인식 일반’이 아니라 앎과 관련한 우리의 경험을 규정하는 담론의 지형이 형성되고 변환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담론’이란 어떤 시대나 사회의 언표들의 집합입니다. 그리고 언표란 ‘말해진 것’이죠. 푸코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언어가 대상을 투명하게 재현한다고도, 인간이 언어를 도구로 삼아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언어에는 이미 가치판단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성’, ‘사랑’, ‘결혼’, ‘가족’ 등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말해질 수밖에 없는 담론의 배치 속에서 말하죠. 우리는 ‘성 자체’, ‘사랑 자체’ 등을 있는 게 아닙니다. 때문에 푸코는 ‘성이란 무엇인가?’를 묻기보다는 특정한 시대에 성이 문제화되는 방식을 탐사합니다. 감옥의 역사를 쓸 때에도 최초의 감옥으로 거슬러 올라가 감옥제도의 모든 역사를 서술하는 대신 특정한 시기에 담론적/비담론적 배치들의 사이에서 감옥이 새롭게 출현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진리’가 아니라 어떤 것이 진리로 출현하게 된 담론의 배치를 탐구하는 것. 이것이 지식의 고고학인 것 같습니다.

‘역사’는 푸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푸코가 역사학자들(아날학파)과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가깝기도 했고, 역사가 그의 도구이기도 했고, 또 역사는 푸코를 ‘구조주의’와 구분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푸코는 《말과 사물》을 출판하고 구조주의자로 규정되었습니다. 이때의 구조주의란 사르트르 이후의, 레비-스트로스의 영향을 받은 철학적 흐름을 말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맑시즘적인 역사관과 사르트르적인 지식인 개념을 비판하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행위양식을 규정하는 ‘구조’를 탐구했습니다. 이때의 ‘구조’란 역사가 없는 공간을 상정하게 됩니다. 역사와는 전혀 무관한, 현재를 규정하는 법칙 같은 것을 추상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푸코가 ‘구조주의’라는 규정에 포획될 수 없다면, 그것은 그가 구조를 ‘역사화’했기 때문입니다. 푸코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특정한 시대 전체에 적용되는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성이 아니라, 규칙성 속에 어떻게 변화가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조(=담론의 지형 or 권력의 배치)’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형성되고 또 변환되는지를 탐구하는 것. 그런 점에서 푸코에게 역사적 연구란 그 자체로 지금의 배치로부터 빠져나가는 힘을 구성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푸코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은 그 시대를 ‘박제’시키고 지금과의 차이를 확인하거나, 현재를 출발점으로 삼아 과거로 소급해가면서 선형적이고 목적론적인 역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대와 접속함으로써 지금의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배치를 흔들어놓고 견고한 지층에 ‘회색지대’를 되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앞으로 푸코가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전체 1

  • 2018-03-09 15:36
    뭐랄까 푸코는 텍스트를 읽는 법을 알려주는 철학자 같은 느낌이네요. 고전을 고전 그대로 남겨두지 않고 현재로 가져와서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알려준달까나. 동양고전을 이렇게저렇게 해석하는 걸 넘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시선을 푸코에게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