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F절차탁마 3월 21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3-16 15:15
조회
140
끄아~ 푸코 너무 어렵습니다. 공통과제를 써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나름 큰 줄기는 이해됐다고 생각했는데, 조별토론을 하면서 하나도 이해가 안됐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채운쌤에게 글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고 자주 지적을 받는데, 푸코의 글이야말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조심하면서 꼼꼼하게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뉘앙스를 조심하면서 단어 하나, 접속사 하나까지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걸 보니 새삼 대단하긴 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꼼꼼한 만큼 엄청 피곤할 것 같은 느낌이....... 아직도 이런 나태함을 못 고쳤음을 반성해야겠습니다.

 

푸코와 구조주의

작년 절차탁마Q에서 《감시와 처벌》을 읽었을 때는 왜 이렇게 쌩고생하면서까지 작업을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됐습니다. 문서고를 뒤지며 새로운 역사를 그려낸다는 게 지성보다는 막노동에 가까워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식의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푸코의 작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푸코는 자신의 작업을 ‘고고학’이라고 말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주어진 것에 대한 자명성을 의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유행(?)하던 구조주의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구조주의는 그 영역이 언어학, 기호학, 문학, 심리학, 역사학 등등 너무 광범위하게 펼쳐져있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프랑수아 도스가 《구조주의의 역사》라는 책을 썼지만 채운쌤은 그걸 봐도 구조주의에 대해 명확히 무엇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원래 구조주의에 대한 관심은 없었지만 확실한 핑계거리가 생긴 것 같아요!)

구조주의는 인간 의지, 주체 중심으로 환원되는 것을 거부하고 의식과 행위를 결정짓는 구조가 있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구조주의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소쉬르의 언어학이 나옵니다. 소쉬르는 언어가 대상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아니라 다른 언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소쉬르의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여러 학자들이 있었고, 그들 덕분에 인류학, 심리학, 문학비평 등등 여러 분야에서 소쉬르의 언어학이 접목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구조주의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안에 푸코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푸코를 후기 구조주의자라고 명명하면서 그를 구조주의로 분류하지만, 푸코는 자신의 작업을 구조주의자들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어놓습니다.

구조주의자들이 구조를 주어진 것으로 사유했다면, 푸코는 구조를 구성된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실천적인 지점을 물색합니다. 그저 주어진 것으로 사유하면 주체의 자리가 없어지긴 하지만 주체가 어떻게 매번 다르게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실천적 지점을 도출해낼 수가 없죠. 푸코는 담론이 비담론적인 차원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토대를 살펴봄으로써 다르게 담론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푸코의 고고학

푸코의 고고학은 구조주의의 흐름에 속한 것이지만, 좀 더 분명히 말하면, 아날학파와 바슐라르, 깡길렘으로부터 영향 받은 결과입니다. 아날학파는 이전 역사학자들과 달리 사료의 우위를 두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일기, 사소한 문서까지도 하나의 자료가 됩니다. 그리고 역사를 정치사의 흐름으로만 파악하지 않고, 정치사로 환원되지 않을 여러 물질적 층위를 같이 사유하면서 역사를 상이한 시간성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푸코는 역사에 다양한 축을 세운다는 점에서 이들의 작업방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나 여전히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가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바슐라르, 깡길렘은 개념을 이전의 시간과의 연관 속에서 발전된 것으로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17~18세기까지 자연사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중에 포함되지 않는 개체들, 즉 돌연변이들은 연속성을 위해 배제됐습니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의 등장으로 모든 개체는 그 자체로 시간을 가지게 되고, 돌연변이와 돌연변이 아닌 것의 구분이 사라지게 됩니다. 바슐라르, 깡길렘에 따르면, 이러한 개념의 등장은 이전부터 진행된 과학사의 사상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르게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날학파는 거대한 지속을, 바슐라르, 깡길렘은 개념의 단절을 말하기 때문에 둘은 얼핏 상반된 것을 얘기하는듯하지만 심층으로 내려가면 주체주의적 역사, 철학으로부터 벗어나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푸코의 고고학은 주어진 사건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출현’시키는 것에 가깝습니다. 채운쌤은 말라르메의 책을 예로 들어주셨는데 그 책 이름을 까먹었네요. ^^;; ‘책이라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그 책을 보면 책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낱장으로 구성되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혹은 배치하느냐에 따라 책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푸코의 작업 또한 말라르메의 책과 비슷합니다. 17세기의 형벌을 어떤 요소들과 배치하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푸코의 작업은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주어진 사건을 찾고 단일한 계열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요소들을 사건화하고 계열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채운쌤은 여기서 화(化)가 붙은 이유는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푸코는 서론에서 자신의 작업을 “문서를 기념비로 변환하는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문서의 원어는 documents로 ‘기록’을 뜻하고, 기념비의 원어는 monuments로 ‘물질’을 뜻합니다. 그동안 역사에서는 기록된 것은 지시대상을 투명하게 가리키는 언어로 생각했습니다. 기록이 가리키는 대상을 찾고 그것의 인과와 법칙을 밝혀내는 것이 작업의 목표였다면, 푸코는 모든 사료를 무엇도 지시하지 않은 기념비로 보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비석이 놓여있는 구체적인 장소, 그것이 무엇과 이웃해있는가 등등을 고려하면서 하나의 이유로 환원되지 않는 물질, 즉 기념비로 취급하는 것이죠. 가령, 형벌의 변천사를 살피기 위해서 푸코가 배치한 요소들은 신체, 교육, 사법 등등입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하나의 담론이 어떤 것들과 관계 맺었는지를 살핌으로써 그것이 지금 시대의 관념으로 일렬로 줄 세울 수 없음을 밝힙니다.

채운쌤은 푸코의 고고학을 지질학적 작업과 비슷하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지질학은 지층의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운동이 일어난 과정을 살펴봅니다. 지질학자는 조사를 통해 지층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않은 지각운동이 일어남을 밝히고, 그 결과 지층 사이에는 어떤 연속성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푸코는 고고학적 탐사를 통해 역사가 연속적이지 않은데다가 지층이 층마다 다른 운동 속에서 구성됐듯이 한 시대라는 지층 역시 그 시대의 조건 속에서 구성된 것일 뿐 어떤 연속성도 없음을 밝혀냅니다.

책은 2장 언설적 규칙성에서 '대상의 형성'까지 읽어오시면 되고, 과제는 채운쌤이 내주신 질문들에 대해 각자 이해한 대로 정리하시면 됩니다.
  1. 문서를 기념비화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2. 푸코의 고고학을 따를 때 나온 네 가지 결과 중 ‘불연속’은 어떤 점에서 중요성을 가지는가?

  3. 일반사에서 분산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4. 푸코의 고고학이 기존의 역사학과 변별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5. 푸코의 고고학을 따를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면 모두들 즐거운 푸코와의 만남 되시고, 수요일에 봬요~

간식은 정수쌤과 지은누나입니다.
전체 3

  • 2018-03-17 01:07
    지식의 고고학을 읽으면서 작년에 읽은 감시와 처벌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깁니다... 그나저나 불연속이라는 개념이 새삼 어렵게 느껴지네요. 불연속을 도구이자 대상으로 삼는 역사라니.

  • 2018-03-17 11:41
    수업을 듣고, 다시 정리하는 가운데 제 이마에는 川 이 또 새겨집니다. 와웅!

  • 2018-03-18 10:24
    계열과 계열의 교차로 사건을 출현시키는 푸코의 작업이 궁금해집니당~ 암튼 푸코... 처음인데 참 어렵네요@@ (저한테는 어떤 철학자든 다 처음이지만 ㅜㅜ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