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좌

<청소년 소생 가을학기> 7주차 수업 스케치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11-24 20:49
조회
142
어느덧 《열하일기》도 거의 다 읽었네요. 《걸리버 여행기》보다 더 어려워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열하일기》를 주제로 한 산책이 나름 재밌지 않았나요? ㅎㅎ 확실한 건 숙제방에서 잘 놀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가서 한 번 보시죠. 같이 놀다 보면 어느 새 같이 공부하는 것도 재밌어질 겁니다!

청소년 소생은 낭송으로 시작합니다. 낭송시간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읽을지 협상하는 과정이 빠질 수 없죠! 그동안에는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아이들도 이제 어느 정도를 해야 최소 협상할 수 있는지 감이 잡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얘들아, 이건 일부러 많이 읽히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읽어야 내용이 연결되서 그런 거야. ^^;;

이번에도 재밌게 읽은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공통적으로 꼽힌 이야기는 요술쟁이가 나오는 〈환타지아〉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길거리 마술사들이 박지원이 연행을 떠난 그 시대의 청나라에도 있었습니다. 박지원이 본 요술쟁이가 바로 그러한 길거리 마술사들이죠. 우리라면 그냥 ‘신기하다’하고 지나칠 장면이건만, 박지원은 여기서 의미심장한 생각을 던집니다.
“세상의 몽환이 본래 이와 같으니, 거울 속에서 보여준 염량세태와 다를 것이 없다.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오만 가지 일들, 즉 아침에 무성했다가 저녁에 시들고 어제의 부자가 오늘은 가난해지고 잠깐 젊었다가 갑자기 늙는 따위의 일들이 마치 ‘꿈 속의 꿈’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죽거나 살거나, 있거나 없는 일들 중에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이리오. 그러므로 내, 세상에 착한 마음을 지닌 사내와 보살심을 지닌 형제들에게 말한다. 환영인 세상에서 몽환 같은 몸으로 거품 같은 금과 번개 같은 비단으로 인연이 얽어져서 기운에 따라 잠시 머무를 뿐이니, 원컨대 이 거울을 표준 삼아 덥다고 나아가지 말고, 차다고 물러서지 말며,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흩어서 가난한 자를 구제할지어다.

(…) 요술쟁이는 큰 동이 하나를 탁자 위에 놓고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고 붉은 옷감으로 위를 덮는다. 금방이라도 무슨 요술을 부릴 듯하다. 동작을 하던 중에 품 속에서 접시 하나가 쨍그렁 하고 떨어지면서 붉은 대추가 흩어진다. 사람들이 일제히 웃고 요술쟁이도 역시 웃는다. 그릇과 도구를 주어 담고 이내 연회를 마쳤다. 이는 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라 바야흐로 날이 저물어 마칠 때가 되었으므로 일부러 파탄을 내어 사람들에게 본래 이 모든 요술이 거짓임을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 (박지원 저, 고미숙·김풍기·길진숙 공저,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329~331쪽)

박지원의 말대로 요술쟁이가 일부러 접시를 떨어트려서 속임수를 폭로한 것인지, 혹은 요술쟁이의 실수를 박지원이 위와 같이 해석한 것인지 실상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박지원은 ‘요술에 속는 것은 눈이 망령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제 생각에 박지원은 ‘무엇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을 매우 경계한 것 같습니다. 무엇을 진짜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것 외에 나머지는 가짜라고 판단하는 독선적인 태도를 지니기 쉽습니다. 박지원이 〈일신수필〉에서 비판한 일류·이류 선비도 이런 독선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이고 우리에 비하면 열등하다고 확신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자기 옳음을 의심할 줄 모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의 옳음을 의심할 줄 모르는 우스꽝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야한다는 것을 요술쟁이 이야기로 들려준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건 저의 의견입니다. 여러분도 각자 낭송하는 부분을 준비할 때 박지원이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지 탐정처럼 추리해보세요~

밥을 먹고 나서는 산책을 하기 위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산책도 일종의 여행! 이번 산책-여행의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혜화의 문명을 상징하는 물건을 캐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박지원이 “중국의 제일 장관은 저 기와조각에 있고, 저 똥덩어리에 있다”고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적인 물건이야말로 인간의 지혜가 응축된 문명적인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제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각자의 변환이 있었습니다. 하하. 어쨌든 출발~



오늘은 지난주와 달리 모두가 모였습니다! 그런데 재윤이가 도현이에게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군요. 자세히 보시면 도현이 뒤에 재윤이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경택이와 혜린이가 가운데에 있지만, 양 옆의 도현이와 이우가 더 눈에 띄네요. 음... 잘 생기고 이쁜 친구들이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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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면 붕어빵이 꿀맛이죠! 먼 길 떠나기 전 아이들의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붕어빵을 먼저 먹였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아보이네요!



저번주와 동일하게 낙산공원에서부터 이화 벽화마을을 산책-여행했습니다. 주제와 동선이달라졌고, 경택이가 참여했을 뿐인데 확실히 지난 산책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화 벽화마을에는 많은 계단이 있죠. 하지만 아이들은 날다람쥐 같이 계단을 뛰어가더군요. 오히려 저희는 헥헥대면서 아이들을 쫓아갔습니다.



중간 메모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전망이 탁 트여서 한숨 돌리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이화 벽화마을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이 정자에 꼭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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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자에 앉아 있을 때 이우는 반대편 달동네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이우에게 재윤이가 갔죠. 모델처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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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입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운이 좋은 건지, 아이들과 산책하는 날에는 대체로 날이 정말 맑아요.



혜린이의 그림자에 치마를 만들어주려는 도현이 ㅋㅋ



산책을 거하게 다녀오면 몸이 좀 나른해지는데요. 그래도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써내야 합니다. 긴장감 넘치게 글을 쓰는 친구들도 있지만, 환하게 웃는 친구들도 있네요. 어쨌든 보는 사람들도 다 기분 좋게 만드는 웃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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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성어를 새로 배우면서 지난 시간에 배운 성어들도 같이 복습합니다. 쓰지 못하면 열 번 써오는 과제가 주어지죠. 확실히 쓰다 보니 조금씩 더 잘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한자가 낯선 것 같지만, 이번 학기가 끝날 때쯤 달라진 여러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배운 한자는 새옹지마(塞翁之馬)입니다. 직역하면, '변방 노인의 말'입니다. 주로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사자성어입니다. 비슷하게 새옹실마(塞翁失馬)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여행기는 저희가 낸 산책 주제와 꼭 맞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숙제방에 올려진 여행기를 봐주세요~

*1128일까지 해 올 과제*

⓵ 《열하일기》 편집본 4부 분량을 읽어옵니다.

〈천하의 형세를 논하다(審勢編)〉 293쪽 ~ 끝까지.

⓶ 《열하일기》에는 학문, 이별과 만남, 조선과 청나라의 외교관계 등을 주제로 박지원의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청나라를 배격하자는 핵심 세력의 일원으로 태어났지만, 그 사상에 물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박지원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생각하게 해주었던 배움은 무엇일까요? 그는 열하를 다녀오는 여정 속에서 어떤 배움이 일어났던 걸까요? 박지원이 여행하며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스스로 여행하면서 배움이 일어났는지를 돌이켜봅시다. 자신에게 일어난 배움도 박지원과 비슷한 점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며 글을 써 봅시다. 쓴 글은 8장 복사해옵니다.



'목베개를 쓸 수 없어 슬픈 기린'으로 이번 스케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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