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좌

<청소년 소생 가을학기> 8주차 수업 스케치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12-02 22:38
조회
134
경택이가 빠른 후기를 올렸네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후기 쓰는 걸 좋아할 줄 미리 알았다면 미리 후기를 맡겼을 텐데요.~ 댓글로 공지한 것처럼 사자성어를 제대로 외워오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습니다. ^_^ 평소 대화할 때에도 배운 사자성어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생각하는 만큼 더 잘 외워질 겁니다. 우리 모두 제시간에 수업이 끝날 수 있도록 공부를 해오자구요!

《열하일기》(편집본)를 끝까지 읽었습니다. 와~ 짝짝짝! 여러분은 어렵다고 했지만, 저는 여러분과 《열하일기》를 통째로 좀 더 자세하게 같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써온 글을 보니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단 말이죠. 후훗. 매번 주제에 맞게 이야기를 써오고, 산책하며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공유하는 우리들의 공부도 박지원이 옥갑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지원은 열하를 다녀오면서 보따리에 이야기를 적은 종이를 두둑하게 챙겼는데, 어느새 저희에게도 우리의 이야기가 두둑하게 쌓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쌓을 수 있었으니 함께 여행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밤에 객관에서 묵었다. 여러 역관들이 모두 내 방으로 모여들었다. 술과 안주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먼 길을 오가느라 완전히 입맛을 잃었다. 모든 사람이 내 곁에 놓인 봇짐을 힐끗거린다. 그 속에 귀한 물건이라도 들었을까 잔뜩 기대하는 모양이다. 나는 결국 창대를 시켜 보따리를 풀어서 속속들이 헤쳐 보였다. 다른 물건은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붓과 벼루뿐이었다. 두툼하게 보인 건 모두 중국인들과 필담을 했던 초고와 여행 중에 쓴 일기였다. 그제야 모든 사람들이 미심쩍은 게 풀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면 말한다.
“어쩐지 정말 이상하더라구. 출발할 땐 분명 행장이 가벼웠는데, 돌아올 땐 짐 보다리가 너무 크더라니.”
장복도 머쓱해하면서 창대에게 소리를 내지른다.
“별상금은 어디 뒀냐?” (박지원, 고미숙·김풍기·길진숙(옮긴이),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하》, 372쪽)


아직 혜린이가 오지 않아서 휑한 느낌이네요. 하지만 늦지않게 와서 함께 낭송가지 했습니다.
(아이들의 원성이 있었던 것은 비밀입니다. ㅎㅎ 얘들아 낭송의 운명을 받아들여라.)
낭송할 부분을 공유하라고 하면 그래도 재밌는 부분들을 다 골라옵니다. 이러니까 낭송시간을 줄일 수가 없어요~
카메라만 보면 포즈를 잡는 도현이입니다. 도현이를 촬영해보세요. 거의 무조건 반사로 브이 포즈를 잡습니다.


이번에 배운 사자성어도 저희가 진행한 수업과 연관됩니다. 이번에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을 배웠습니다. 직역하면, “길에서 듣고, 길에서 이야기하다”입니다. 주로 ‘길거리에서 퍼져서 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소문’, ‘소문을 듣고 소문에 근거해서 말하는 경박한 말하기’란 뜻으로 쓰이는데요. 박지원의 여행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는 열하를 다녀오는 '길'에서 이야기를 수집했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만이 있는 여행에서는 이야기를 수집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열하를 다녀오는 길에서 그는 자신과 같은 사신단을 등쳐 먹는(?) 여관 주인부터 은근히 기싸움을 벌이며 우정을 나눈 한족 관리 등등을 만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이 불어나고, 돈을 잃어버리는 사건들을 겪기도 했죠. 그러한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이 박지원의 여행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죠. 우리는 어떤 길을 떠날 것인지 생각해보면서 사자성어를 외웁시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계속 시험을 봐서 그런지 갑자기 배운 사자성어들을 써보라고 해도 곧잘 쓰더군요.


지난주에 예고했던 것처럼, 밥을 먹고 나서는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봤습니다. 돈 80만원과 작은 카메라 1대를 들고 유럽에서 1년 살아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담겨서 보는 동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돈을 아끼며 걷고,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어찌어찌 돌아다니던 그들은 돈이 2만원 남았을 때 거의 집에 돌아가기 직전이었죠. 그러다 우연찮게 한 호스텔에서 홍보 비디오를 제작하고, 유명해져서 나중에는 돈까지 받으며 작업했죠. 어느새 여행 예산이 500만원으로 늘어났을 때는 저도 놀라긴 했는데, 여러분들의 ‘우와~’하고 탄성을 지른 게 더 잊히지 않네요. ㅋㅋㅋ

그동안 봤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초롱초롱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본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반응이 영화만큼 재밌었습니다. ㅋㅋ


영화에 대해서는 감상평이 다양했습니다. 이들처럼 여행하는 것이 굳이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는 감상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입했던 감상, 영화에서 ‘잉여들’이 ‘어디로 가야 하지?’를 계속 질문하던 것이 지금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저도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지만, 저들처럼 어떤 것을 깨닫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굳이 사서 고생하면서까지 여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저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지 돈이 없고, 잘 못 씻는 데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를 ‘잉여’라고 규정했던 평소 자신의 습관과 깊게 관련되는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들이 ‘잉여’에서 갑자기 확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질문하고, 간다는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 잠잠해져서 여행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질문하고, 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러한 질문을 계속 품고 가는 것이겠죠?

 

*12월 5일까지 해올 것*


① <허클베리 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민음사) 16장(229쪽)까지 읽어옵니다.

② 선상에서 의사 일을 하다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 걸리버, 청나라의 실상을 확인하고 싶었던 박지원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시 자기가 사는 곳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 헉은 ‘자기가 있는 곳’에서 그저 떠나기 위한 여행과 모험을 계속하려 합니다. 자기를 돌봐주겠다는 자애로운 어른들, 죽이 잘 맞는 절친 톰 소여도 다 버리고 유랑을 떠나려 하지요. 이런 헉의 심정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에게도 헉과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나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헉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책을 잘 읽고 분석하여 글을 써 봅시다.

③ 이번학기가 끝나는 날 우리는 우리가 쓴 여행계획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그 밑작업을 해 봅시다. 내가 가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지, 그 나라에 간다면 무엇을 보고 싶은지, 그곳을 왜 가고 싶은지 써 와서 친구들과 나눠 봅니다.

④ 쓴 글은 모두 8장 인쇄해 옵니다.
전체 2

  • 2020-12-02 22:52
    규창쌤 노란니트 시선강탈..ㅋㅋ

    • 2020-12-03 09:30
      시선강탈은 포즈가 아니라 옷 색깔이지?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