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3.14 후기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3-17 12:48
조회
408
모두들 한 주 잘 보내고 계신지요.
어느덧 목요일이 되었어요. 금강경 읽고 또 만날 일이 곧 다가오는 것으로^.^!

<금강경오가해>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인상적인 것들이 많았어요. 또 한편 화엄경서 만났던 질문들을 다시 만나는구나, 싶었습니다.
보살로서 산다는 것, 보시한다는 것,, 이런 것들요.

<금강경>은 걸식&세족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별 것 아닌 장면 같지만 걸식과 세족은 사실 부처님이 법을 설하는 것과 다른 게 아닙니다.
공을 깨달은 자, 공을 체득한 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걸식과 세족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셈.
"下心"이라는 말도 읽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차별, 주는 자에 대한 차별, 자기에 대한 집착.. 이런 것들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불교의 걸식. "위대한 거지들"(맞나요?) 이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난을 뚫고 나가는 비결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은 下心할 수 있는가에 달린 것!^^;

걸식과 세족은 깨달음이 일상과 유리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부하는 자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겠지요.
먹고, 놀고, 공부하고, 잠자고, 걷고... 이 모든 일에서 언제나 下心할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 때문에 불교 공부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배우는 것도 얕지만 단지 지식을 아는 문제가 배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합니다.

불교에서 깨달음은 어떤 점에서는 별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마음 하나를 잘 다루는 문제라고요.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오니 응당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오리까."
어떻게 이 마음을 如如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 이것이 전부라고 했지요.
그리고 그 길은 相을 여의는 것이라 했습니다.
중생과 보살의 차이는 다른 게 아니다. 四相이 있는가 없는가. 차별상에 사로잡혀 살아가기에 중생이 보살이 아닌 것이지 다른 차이가 있지 않습니다.
물론 말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이상 相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기대를 투사하고, 사로잡히고, 상대나 자기를 판단하는 절대기준으로 삼아버리고.. 하는 일들은 또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오리까."
이 문제에 답은 그러니까 상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감이 됩니다.
그 존재 방식이 걸식을 비롯하여 '보시'로 표현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살은 법에 응당히 머문 바 없이 보시를 할지니"
"보살은 응당 이와 같이 보시하여 상에 머물지 않아야 되느니라."

많이 들어 온 말인데도 만날 때마다 철렁하곤 해요.
깨달음이란 다른 게 아니라 상에 메인 바 없이 보시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니요.
기대 없이, 또 어떤 목적이나 인과, 결과에 구애받음 없이 무엇인가 할 수 있는가.
수업 때 불교는 철저하게 자력自力 구제라는 말도 했었지요.
부처님의 부촉은 다른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공성을 잘 지키는 일이라고요.
지킨다는 말이 좀 어색한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기를 괴롭게 하는 것도 결국 자기 상인지라 그 자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도 자기가 됩니다.
물론 선지식과의 만남, 법을 들을 수 있는 인연을 귀하게 치지만서도요.

채운샘은 이번에 읽은 부분에 다(!)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보살로 살아감', 사실 이 하나 배우겠다고 매번 읽고 쓰고 이야기하고 하는 것 아니겠슴미까0.0
'어렵다'는 말로 퉁치며 외면해버리지만 중생이 붓다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요.

아, 그러고보니 우리의 과제가 더 있었습니다.
"머문 바 없이 보시할 수 있는가" 존재 방식을 보시로 가져갈 수 있는가, 이 문제와 함께
어째서 끊임없이 어떤 토대에 머무르게 되고, 분별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되는지를 과학을 공부하며 탐구한다 했습니다.
지지부진하게 또 잘 해보아야겠습니다ㅎㅎ

금강경오가해 읽고, 조만간 또 뵈어요. 담주에 뵙겠습니다-

 
전체 1

  • 2016-03-17 15:48
    오홋, 공지가 아닌 후기라니!(자발적인 거시겠지?^^) 보살로 살려고 이렇게 매번 읽고 쓰고 이야기하는 것이었구나! 그랬구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