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좌

<청소년 소생 가을학기> 2주차 수업 스케치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10-21 22:56
조회
127
모기가 점점 줄어들고 하늘은 점점 더 청명해지고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산책을 할 수 있고, 떠나는 걸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만큼 혜원쌤과 저도 책을 읽으며 여행하는 것이 익숙하진 않지만, 이번 기회에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걸리버 여행기》에는 그 단서가 있죠!

이번 시간에는 〈거인국 이야기〉를 읽고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을 뽑아서 나눴습니다. 일단 구절에 앞서 걸리버에 대한 공통된 원성이 있었습니다. 왜 가족을 놔두고 집을 떠나냐는 것이었죠. 아마도 걸리버의 여행이 가족에게 소홀히 하는 무책임한 가장으로 그려졌나 봅니다. 너희들 의외로 가정적이었구나?

이 책에서 중요한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바로 걸리버의 여행입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걸리버는 왜 육지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지 않고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떠나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걸리버가 첫 여행을 떠나기 전 육지 의사들에 대해 환멸을 느낀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밀렸죠. ^^;; 아직 기회는 있으니 다음에 다시 이 주제를 가지고 나눠보죠!

소인국과 달리 거인국에서는 한껏 ‘작아진’ 걸리버를 볼 수 있습니다. 걸리버는 작아졌기 때문에 소인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향수 냄새가 매우 고약하다든가 여성의 확대된 나체가 혐오스럽게 느껴진다든가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작아진 걸리버를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소인국과 대비됩니다. 소인국에서는 걸리버를 왕의 권위를 보증하는 신성하고도 두려운 병기로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거인국에서는 걸리버가 자연 법칙에 따라 만들어진 존재인지 아닌지, 육식 동물인지 다른 소형동물인지 혹은 태아이거나 유산된 아이인지 등등 분석했죠. 걸리버 자신도 관대했던 거인이 아니라 왕족의 애완동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크기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다르게 보게 됩니다. 걸리버를 분석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형태의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동물로 인식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크기를 의심하지 못하는 삶이 제법 우스꽝스럽다는 걸 보게 됩니다. 스위프트는 커지고 작아지는 걸리버를 통해 자신의 크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하면, 우리가 좋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들, 우리 자신의 모습들도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우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했는데요. “현재의 나는 괜찮은 반면에, 과거의 나는 언제나 꼴불견이다. 그리고 그 현재가 과거가 되는 순간, 새로운 흑역사가 생겨난다.”고 생각을 정리해왔습니다. 현재의 자신을 멀쩡하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모습을 멀쩡하지 않다고 비교하는 만큼이었던 것이죠. 아이들의 글에서도 스위프트 식의 풍자가 조금씩 보입니다.

이번 시간의 산책 주제는 ‘창경국 여행’입니다.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을 여행했던 것처럼, 창경궁을 하나의 외국으로 설정해본 것이죠.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아이들의 상상+관찰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ㅋㅋㅋ 어쨌든 아이들의 산책을 보시죠!



해가 참 좋습니다! 너무 좋아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어요. 저희 외에도 창경국으로 여행가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후훗.



여행 시작!



외국으로 여행갈 때는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경택이와 도현이는 서로를 좀 더 의지하면서 여행을 했나 봅니다!



아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흐뭇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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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유치하게도 놉니다. 왜 갑자기 여기서 손으로 별모양을 그리는지 ㅋㅋ



여행 도중에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필기를 했죠. 특히 이우가 많이 멈춰서 적었습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주목한 백송입니다. 멋있다고 잠시 멈춰서 다같이 구경했는데요. 이 멋짐을 아무도 기록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멋있다고 생각한 사진들을 몇 컷 더 넣어봤습니다. ㅎㅎ



매 시간 고사성어 한 가지씩 배우는데요. 지난 시간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배웠고, 이번 시간에는 주마간산(走馬看山)을 배웠습니다. 달리는 말 위에서 산을 바라보듯이 '대충 훑어본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입니다. 막상 글자를 외우긴 했는데 뜻풀이에서 애를 먹더군요. ㅋㅋ 남은 시간 동안 다른 성어들도 배우다보면 더 편하게 읽게 될 겁니다.



산책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는 모습입니다. 이때 떠들면 그날 배운 성어 10번을 써야하기 때문에 가장 조용한 순간입니다. 벌칙+아이들의 집중력 덕에 꽤나 재밌는 글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도현이는 창경궁을 식물을 숭배하는 나라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대온실에서 식물들을 고이 모셔두는 것에서 사람들이 식물을 숭배한다고 봤는데요. 사람들이 식물을 만지는 예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에 이우는 창경궁이라는 곳보다 여행하다 길을 잃은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길을 잃은 사람의 입장에서 창경궁의 풍경이 얼마나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지에 맞춰 묘사를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과제도 올라올 예정이니 궁금하시다면 숙제방을 봐주세요!

여행기들에서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함께 간 친구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분명 함께 간 여행이었고, 서로가 있기 때문에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여행기에서는 전혀 그런 것들이 반영돼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설정에 따라 친구들이 개입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다음에는 의식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여행기를 써봅시다!

10월 25일까지 해 올 과제
① <걸리버 여행기> 3부 라퓨타, 발니바비, 럭나그, 글럽더브드립, 일본 여행기를 읽어옵니다.

② <걸리버 여행기> 3부에는 많은 나라들이 등장합니다. 하늘을 나는 나라, 학자들이 온갖 연구를 하는 나라,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나라, 영원히 사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이 중 내가 여행을 간다면 어떤 나라로 갈지 상상해 봅시다. 나는 그 나라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를 상상하며 글을 써 봅시다. 글은 7장 인쇄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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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3 21:43
    저, 저는 백송 기록했습니다만...(찌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