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좌

<청소년 소생 가을학기> 4주차 수업 스케치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11-04 23:44
조회
121
어느덧 첫 번째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를 읽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습니다. 미리 책을 산 분들은 손해라 생각하지 마시고! 이 엄청난 여행기를 꼼꼼히 읽을 기회라 여기세요. 물론 혼자서 읽으면 꼼꼼히 읽히지는 않죠. 그래서 같이 공부하면서 앞으로 《열하일기》를 어떤 포인트로 읽어야 할지 정리해봅시다. 책을 사지 않은 분들도 나중에 책을 사고 싶어질 정도로 재밌게 읽어보자구요!

청소년 프로그램은 낭송으로 시작합니다. 전에는 《논어》를 비롯한 고대 중국의 텍스트들에서 발췌했는데요. 이번 학기부터는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을 뽑아와서 낭송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날 가장 격렬한 갈등이 일어납니다. 바로 아이들과 혜원쌤·저 사이에서 어디까지 낭송할 것인지를 협상하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힘들다고 여기까지만 읽자고 하지만, 저희는 그동안 단련된 신체를 믿으며 더 읽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저희의 뜻에 가깝게 양이 늘어났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은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4부 〈말의 나라 여행기〉였습니다. 그동안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며 죽을 뻔했던 걸리버는 이번에도 배를 타고 나갑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혼자 이상한 나라로 흘러가게 됩니다.

후이늠이 되기 위해 후이늠을 따라하는 걸리버


이번에 도착한 곳에서는 ‘야후’라는 인간과 닮았으나 매우 야만적인 동물과 ‘후이늠’이라는 말이지만 매우 이성적인 동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걸리버는 후이늠에게 매료되어 그들을 흉내내며 생활합니다. 스위프트는 그동안 인간이 진보된 문명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바보 같은 것일 수 있는지를 풍자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그 풍자의 결정체가 이번에 읽은 〈말의 나라 여행기〉의 야후와 후이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야후와 후이늠이 비교되는 장면에 많이 꽂혔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구절 하나만 소개해볼게요.
“지난주부터 나는 아내에게 나와 함께 식사를 하도록 했지만 긴 식탁의 끝에 앉아서 내가 묻는 말이 있으면 최대한 간단하게 대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야후의 냄새가 아직도 고약하게 나기 때문에 라벤더나 약초나 담배로 늘 코를 막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제 나이가 든 사람으로서 오래된 습관을 버리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내가 아직도 두려워하는 야후들의 이빨이나 발톱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버리고서 언젠가는 이웃 야후들과도 다정하게 지내게 될 희망을 전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야후 종족들의 악랄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이 천성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는 것에만 그친다면 내가 그들과 우호적으로 지내는 것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변호사, 소매치기, 귀족, 도박꾼, 정치가, 창녀, 의사, 위증자 등의 인간들을 볼 때 나는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자연적인 원리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신이나 신체가 모두 타락한 자들이 교만에 빠져 있는 걸 보면 나는 참지를 못한다. 그런 동물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악을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이성적인 동물에게 필요한 모든 미덕을 갖고 있는 현명하고 덕망스러운 후이늠에게는 그곳에 사는 혐오스러운 야후들의 성질을 언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교만’이라는 단어도 없다. 그들은 야후라는 동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그들보다 세상 이곳저곳으로 많이 다녀보았기 때문에 야생 속에서 사는 야후들의 교만함에 대해서 무수히 보아왔다.”(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박용수 옮김, 문예출판사, 385~386쪽)



이번에 배운 성어는 타산지석(他山之石)입니다. 풀어 읽으면, ‘다른 산의 돌’이란 뜻이죠. 얼핏 ‘다른 산의 돌’이란 나와 상관없을 것 같은 물건처럼 읽힙니다. 예전에는 거친 돌을 숫돌로 써서 옥을 갈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디에 장식할 수도 없을 만큼 하찮게 여겼던 돌도 나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성어의 본뜻입니다. 이 성어는 주로 ‘~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로 많이 사용합니다. 비슷한 성어로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습니다.

‘타산지석’을 활용하는 이번 산책의 주제는 ‘후이늠의 시선으로 성균관대학교 탐방기’였습니다. 걸리버의 시선을 자기식으로 소화해서 성균관대학교를 풍자하는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함께 여행하는 친구를 넣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세희는 ‘야만적인 야후의 나라도 후이늠 친구들과 같이 다니니 든든했다.’고 했고, 재윤이는 친구 셋, 동생 하나, 연장자 둘 후이늠과 함께 다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여행기를 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청소년 숙제방에 가서 확인해주세요!



본격적으로 산책 출발~! 지난 주에 빠졌던 저로서는 오랜만에 세희의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쩍 컸지만 여전히 주위에 밝은 기운을 주더라고요.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나뭇잎들이 붉고 노란 것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허전하다 싶더니 도현이가 없네요. 왠지 저 단풍나무 밑에 도현이가 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뭔가 비장한 뒷모습...



마스크를 쓰고 농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우가 하는 말, "저 사람들은 자기 입냄새를 맡으려는 걸까? 아니면 자기 입냄새가 심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쓴 걸까?"



혜린이의 후다닥!



넝쿨을 보고 사색에 잠긴 이우. 그리고 이우에 가려져서 다리 하나만 나온 혜린이. 왠지 기괴하게 찍혔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관 앞에서 메모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세희는 여기서도 뭔가를 열심히 적더군요. 전문여행가가 기록하는 뒷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림 메모라고 주장하는 혜린이의 노트입니다. ㅋㅋ 뭐, 메모하는 방식은 각자 나름대로니까요!



돌아오는 길도 여행에 포함되는데요. 경택이는 자신의 파트너(도현)가 빠져서 그런지 어딘가 허전해보입니다.


한 번 산책을 다녀오고 글을 쓰면 이렇게 녹초가 됩니다. 제가 혜린이를 째려보고(?) 있었네요. 혜린아, 째려보는 게 아니야. ^^;;

미리 공지한 대로 다음 주부터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습니다. 편집본 1부 분량을 읽어오면 됩니다. 쓰기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열하일기》에는 날시나 현지 사정 때문에 멈추거나 갑자기 몰아서 이동하는 등 '우연한 사건'에 좌우되는 여정이 그려집니다. 그 우연 속에서 이야기가 나오지요. 《열하일기》에서 펼쳐지는 여행은 지금 우리가 하는 여행과 사뭇 다릅니다. 연암 일행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어떤 사건들을 겪었을까요? 그것은 지금 우리가 여행하는 태도와 어떻게 다를가요? 자신이 지금까지 한 여행에 비춰보며 《열하일기》의 여행과 비교해보고 그 차이점을 글로 써 봅시다. 쓴 글은 8장 복사해 옵니다.

그리고 세희가 맛있게 반찬을 직접 요리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반찬을 요리해보도록 합시다! 너무 거창하거나 실험적인 것을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오면 됩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 만나요~



할로윈이라고 사탕을 줬습니다. ㅎㅎ 맛있게 먹었어요!
전체 3

  • 2020-11-06 23:33
    편집본1부분량이 어느 정돈가요... 그거 몰라서 숙제 못할 것 같단 말입니다!!!!!!!

  • 2020-11-07 00:30
    140쪽 이라고 하셨어

  • 2020-11-07 01:51
    고맙구려ㅎㅎ이우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