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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5-24 21:26
조회
159
170527 동사서독 공지

 

동양에는 ‘행복’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서양의 happiness를 번역한 말이죠. 이번에 읽은 줄리앙의 책 <장자, 삶의 도를 묻다>의 부제에 ‘행복(bonheur)’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bonheur'이라는 말을 풀이하면 ‘좋은 때’, ‘좋은 시절’을 뜻합니다. 그 좋은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행복 개념은 ‘어떤 상태에 도달’한다고, ‘어떤 상태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관념을 산출해 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순간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가 계속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줄리앙의 책은 장자의 養生 개념을 가지고 와서 ‘행복’이라는 ‘좋은 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왜 우린 어떤 순간에 도달해야 생각할까요. 만약 우리는 거기에 도달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최근 유럽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오신 채운쌤은 의료와 교육이 무상인, 이미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순간’에 ‘도달’한 유럽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만이 있었다는 얘길 하셨죠. 결국 잘 갖춰진 시스템이 우리를 이끈 지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극도의 수동적인 상태였다고요. 결국 행복에 시스템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동양에 행복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대신 ‘삶을 잘 기른다(養生)’는 개념이 있습니다. 행복은 좋은 때입니다. 즉 좋은 상황에 도달하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장자가 ‘양생’이라고 할 때는 삶의 과정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생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능동성이 발현되는 과정이 곧 장자에게는 인간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체는 인간이 의미가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맥락 속에서만 최선을 다한다고요. 이런 것은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한들 양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좋은 한 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현재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문제되지 않는 무의미한 것들을 문제화 하는 것입니다.

나는 무엇이 대가로 주어지는 지점에서 악착같이 하는가? 이것을 돌아봐야 합니다. 무엇인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수동성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라는 것이죠. 이미 패턴화된 지점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패턴 안에서 내 생의 능동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중국에는 불멸이나 피안이라는 개념이 희박합니다. 개별적 개체의 삶만이 지속되고 이 삶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가 중국적 사유의 핵심이었습니다. 그 결과 특별히 탈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세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사유는 강가를 중심으로, 풍요로운 땅에서 형성된 문명에서 보이는 것이라고 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은 달랐습니다. 그리스 같은 경우 계곡이 없어 산인데도 돌밖에 없는 산이 많다고 해요. 농작물은 올리브뿐이고 바다는 너무 얕고 맑아서 물고기도 안 사는 지중해 세계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시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 아닌 다른 곳, 영원한 영생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바다를 건너 다른 곳으로 가는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어지고 말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어떤 영웅도 찬양하지 않는, 숭배하지 않았습니다. 줄리앙은 ‘장생’이라는 개념을 소하는데요, 생의 리듬을 자연의 리듬과 합치하여 생 자체의 리드미컬한 연속성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연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리듬을 그리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중국의 풍요로운 자연 환경이 뒷받침 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장생 개념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혜강입니다. 혜강은 처형을 당하면서도 삶을 의미화 하는 것에 저항하며 삶이 무상하다는 것, 이ᅟᅥᆺ을 온전히 나의 삶과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사유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처형을 당했습니다만 가장 저항적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도 의미화하지 않고, 무의미를 온전히 감당하는 인물이었으니까요.

 

다음 시간은 <장자의 철학> 1부 (140쪽까지) + 장자 외편 변무 편 읽어옵니다.

발제는 <장자의 철학> 1장 태욱쌤, 2장 은남쌤, 3장 쿤우쌤

암송 있습니다~~

 

간식은 락쿤쌤, 정옥샘

 

 

 

다음 시간은 창경궁로 새로운 규문에서^^ 만나요~

 

 
전체 1

  • 2017-05-26 14:19
    자알 읽었습니당! 결석생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후기네여~^^
    저도 요새 많이 해보는 생각인지라... 더욱 와닿는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