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12.28 마지막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12-24 20:37
조회
311

크리스마스이브 어떻게 보내고들 계신지요? ^^ 규문 사람들은 담백하게~ 토요일 저녁 일정을 소화하는 중입니다.
밖에서는 주역 수업이 진행되고 있고, 여기 안쪽 방에서는 혜원이와 제가 공지를 쓰고, 락쿤쌤께서도 <천의 고원>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노려보고 계셔요. 복된 하루로군요오~


보셨겠지만 건화가 일찌감치 후기를 잘 올려주었어요. 그 김에 그냥 넘어가도 좋겠지만, 역시 조금은 아쉬우니 제가 보기에 중요한 것들만(그래봤자 건화가 쓴 내용이지만) 추리고 추려 함 정리해볼까요.


열세 번째 고원에서 핵심은 국가 장치입니다. 들뢰즈+가타리는 국가를 하나의 추상기계로, 그리고 국가 장치를 그것의 구체적, 현실적, 기계적 배치물로 간주하는 듯합니다.
니체도 그의 저작에서 이야기한 바 있고, 채운쌤께서 지난번과 이번 수업에서도 반복해 말씀하신 것처럼, 국가는 국가가 없던 사회가 갖는 한계와 나약함, 미개함을 지양하고 극복해 탄생한 게 아니라지요. 국가는 결코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 원시사회가 발전함으로써 출현한 게 아니라는 것.
이 세계 전체를 잠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자 결과로 보는 들뢰즈에게는 국가도, 자아도, 철학도 모두 구체적 배치물 위에서 발생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특정한 배치를 형성하는 특정한 조건이 있고, 그로 인한 기계적 과정이 있습니다.
음… 여기서 기계적 과정이라 함은 서로 연결접속하는 기계들에 의한 코드화, 탈코드화, 지층화, 탈지층화, 영토화, 탈영토화 등등을 이르는 것.
그러니까 이런 구도에서라면 선험적으로 주어진 인간, 주체, 민족, 국가… 이런 게 있을 리 만무하지요. 지금 있는 모든 것은 특정한 조건에 의해 그와 같이 현상된=현실화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흐르는 힘을 특정하게 포착해 내부화하는 힘, 이것은 언제나 외부의 힘과 더불어 존재합니다. 이를 국가와 전쟁기계라는 구도로 본 것이 지난 번 열두 번째 고원이었지요.
국가는 국가 외부의 전쟁기계에 의해, 그것과의 부단한 상호작용에 의해 국가로서 출현합니다. 이렇게 출현한 국가는 하나의 공명상자처럼, 여러 힘을 하나로 수렴해 서로 공명하게 한다고 들뢰즈+가타리는 표현하고 있지요.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조건이 다르다면 국가 형태를 출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아직 출현하지 않은 곳에도 항시 국가는 존재합니다.
무엇이 더 현실화되었는가의 문제일 뿐, 국가적인 것, 그러니까 흐름을 일정하게 절단 채취해 포획하고 하나로 공명하게 하는 힘은 언제나 외부적인 힘과 공존하는 법이니까요.


저자들이 맑스의 저 유명한 명제, 각각의 특정한 사회구성체를 만드는 것은 상이한 생산양식이라는 말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나의 사구체를 형성하는 것은 부단한 기계적 과정인바, 생산양식이라는 것도 그 결과의 하나일 따름이라는 것.
하나의 집단에서 보이는 특정한 생산양식, 그것은 그곳을 흐르는 흐름이 특정한 배치와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이고도 기계적인 과정의 산물이랍니다.


들뢰즈+가타리는 그래서 맑시즘에서처럼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른 사회 진화 도식을 거부하며, 그런고로 자본주의 역시 결코 필연적인 단계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의 출현 역시 조건들의 우발적 마주침에 의한 결과인바, 실제로 유럽세계에 자본주의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청나라는 전제군주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었다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미 <앙띠>에서, 흐름들을 탈코드화하면서 동시에 흐름을 다시 공리계 안에 포획함으로써 끊임없이 자기 외연을 확장하는 사회체라 정의한 바 있지요.
극한을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길 멈추지 않으면서 작동하는, 자신의 고장을 곧 자신의 작동 원리이자 원동력로 삼는 게 자본주의 기계라고 했었어요.
이런 점에서, 그러니까 다른 어떤 사회체보다도 유연하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무엇보다도 무시무시하달 수 있지요. 하지만 동시에, 이 역시 다른 모든 것들처럼 구체적 배치물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그 안에 ‘이미’ 있는 전쟁기계의 작동에 의한 배치의 교란에 의해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생각만큼 공고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가타리는 바로 이 전쟁기계를 ‘되기’에 이른 소수자로 간주합니다.
스스로 좀비가 되어 또 다른 좀비를 재생산하길 욕망하게 하는 이 시스템으로부터 비껴날 때(클리나멘, 속도, 되기 등등의 개념을 여기서 연결 지어 생각하심 좋을 듯) 우리는 포획되지 않고 매번 새롭게 도주선을 그리며 달리는 유목 전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게 저자들의 비전!
하지만 그것은 재현할 만한 모델을 상정하지 않는 바, 각자가 자신을 가로지르는 구체적 배치와 욕망을 도구 삼아 실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게 무엇일 수 있는지를, 뻔하지 않고 무책임하지 않고 비현실적이지 않은 채 상상하고 기획할 수 있기까지 계속 공부하시고 계속 질문하시고 계속 떠오르시길 바라며~ 다음 주 마지막 수업까지 모쪼록 무사히 함께 마칠 수 있길 바랍니다~~ㅎㅎ


공지했다시피 다음 주에는 오뎅탕과 사케 준비해놓고 기다리렵니다. 마지막 고원까지 잘 읽으시고, 지각 결석 없이 모두 만나요.


간식은 영림쌤과 진희쌤께 부탁드렸습니다.

전체 1

  • 2016-12-24 22:54
    크... 그 두껍고도 새빨간 책을 다 읽나요...! 먼저 두께에 놀라고 그 다음에 색에 놀라고 그리고 내용은 뭐... ㅎ 후기 눈팅족이지만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