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7월 29일 해완's 쿠바 리포트 in 규문!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8-03 23:33
조회
183

지난 수요일, 방학을 맞아 쿠바에서 내한(?)한 해완이가 규문을 찾아왔습니다. 해완이는 코로나 시대를 넘어가는 쿠바의 독특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수요일 오후, 쿠바의 의료제도와 커뮤니티에 매료된 그 현장을 사진으로 전합니다~!


 

쿠바에서 한국까지 비행기를 몇번이나 갈아타며 온 해완(+2주 격리ㅠㅠ)...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쿠바에서 자신의 소울푸드가 쌀이었음을 깨달았다고 진지하게 고백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복작복작 하지요? 수요일을 책임지는, 절차탁마 S 선생님들과 적천수 세미나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뒷자리까지 꽉꽉 채운 선생님들... 이와중에 간식 테이블을 점거하신 호정샘의 편안함이 돋보이네요ㅎㅎ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쿠바가 믿을 건 '인적자원' 뿐이라고 얘기한 해완이는, 의대생의 방문진단('뻬스끼사')을 통한 예방책을 소개했습니다. 놀랍게도 쿠바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집으로 가서 문진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준수한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된(쿠바는 사태 시작과 함께 대중교통부터 막혔다고 해요) 사람들에게, 매일 일정시간 방문하는 의대생은 큰 위안이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신경 써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심할 수 있고, 게다가 바깥소식도 교환할 수 있으니, 뻬스끼사는 SNS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지요.
해완이가 전한 쿠바 상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끈끈한 커뮤니티 특유의 안정감이었습니다. 워낙 한 동네가 잘 알고 지내다보니 활동범위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인데요. 격리가 싫어 도망간다 해도 누구나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공동체성은 "바이러스의 익명성을 해체한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전염병에 걸렸고, 그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고 한다면(주로 재난문자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죠), 우리는 그 사람이 나한테 가까이 올까 겁냅니다.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일단 마스크를 벗고 뽀뽀를 하는, 사회적 거리가 0에 수렴하는 쿠바 사람들은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가 어쩌다 그 병에 걸렸는지 빤히 압니다. 그럼 코로나19는 언제 나를 덮칠지 모르는 바이러스이기 이전에 '누구누구가 걸린 코로나 19'가 된다는 것. 그렇게 바이러스가 주는 막연한 공포로 인한 혐오를 막을 수 있고 커뮤니티 사람들은 쓸데없이 마음을 불태우지 않고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쿠바의 상황은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외국인이라 식량 수급이 어려웠던 해완이가 눈물겨운 '쌀 사냥'을 다닐 정도로), 기껏 투자해둔 관광업도 앞날이 어둡지요. 하지만 내로라하는 선진국들도 쩔쩔매는 팬데믹 사태에 대응하는 쿠바의 전략은 그저 거리를 두고, n번째 확진자를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것과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해완의 쿠바 리포트는 MVQ, 북드라망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고, 프레시안에서도 관련 기사가 연재중입니다~ 기사링크



 

 


 
전체 3

  • 2020-08-04 09:53
    '끈끈한 커뮤니티'가 '바이러스의 익명성을 해체'하는 쿠바의 그 낭만적(?)이고도 따뜻한 모습이라니!! 체 게바라나 카스트로보다 더 매력적인 쿠바의 모습을 해완을 통해 듣고 보니 '코로나 따위'는 문제될 게 없단 생각이 더 분명해졌죠. ㅎㅎㅎ
    아, 그러고보니 우리 규문 공동체도 작은 쿠바네요^^ 더구나 '눈물 겨운 쌀 사냥' 따위의 걱정까지 다 날려버리는 '리상적인 쿠바' ㅋㅋㅋ
    호정이 저 여유 만만한 모습으로 그걸 자신있게 증명하고 있습니당!!ㅎㅎㅎ

  • 2020-08-06 13:54
    가족끼리는 집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처럼, 쿠바는 그 단위가 마을 공동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비대면 시대에 대면이 얼마나 면역체(?)가 되는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구요.
    공부하러 오시는 선생님들, 여기 식구들 모두 무탈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 2020-08-06 16:46
    한국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여러 모로 알게 되네요. 그리고 결국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문제는 편리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어요. 한국은 점점 더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회로 진입할 것 같은데, 이런 문제들은 또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할 거리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