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11.16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11-12 14:42
조회
562
문학세미나 준비차 어제 <율리시즈>를 읽다 기막힌 대목을 만났습니다.
주인공 블룸의 의식의 흐름이 묘사되는 가운데, 또 다른 주인공인 스티븐이 앞선 챕터에서 했던 이야기(블룸을 향해 말한 것도 아닌)가 블룸의 의식 안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그것인데요.
우리의 의식이, 유구하게 이어져온 인류의 정보 그리고 당대의 역사, 문화, 정치적 담론들뿐만 아니라  이렇게 같은 시대를 사는 누군가가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슬그머니 했던 생각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니까요.
누군가 어딘가에서 했던 말, 어딘가에서 떠올린 생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 있다가 자기를 끌어들이는 회로에 흘러들어간다는 걸 잘 보여주는 놀라운 한 장면이었습니다.

채운쌤은 우리의 의식은 그 자체로 무시무종한 것,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들의 습관을 형성하는 것도 그렇다고요.
그렇다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 없지 않나? 싶은데, 좀 억울하게도 그건 아니라는군요. 내가 해야 하는 게 있답니다.
채운쌤은 나 이전에 만들어진 의식과 습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혜, 그리고 자량(큰 복덕의 도움)이라고 했는데, 솔직한 말로 지혜에 대해서는 자신 없고  자량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군요.
그럼 뭘 해야 하나?
<화엄경>에서 내내 말하지요. 우리가 이미 부처이고, 세계가 부처라고. 중생에게도 빠짐없이 불성이 있다고.
이걸 믿으며(信心!)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수가 없답니다.
나의 불성을 믿으며 마음을 다해 습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걸 안 하는 게 곧 나태한 것이며 악행에 탐착하는 길이 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떠오르는군요.

이번 <화엄경>에서는 유독 '선정'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선정이란 달리 있는 게 아니라 차별상을 떠나는 것, 의식의 회로를 바꾸는 것이랍니다.
일정한 것만 일정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회로를 바꾸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게 선정이라고.
보살은 그렇게 차별상을 떠나 세계를 보고, 다시 그 세계로 돌아와 중생과 함께하는 자였죠.

채운쌤 제안은 이렇습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공부하는 사람, 그리고 선정은 속세에서 생각하는 방식을 떠나는 것.
자, 그렇다면 공부로 선정에 든다는 건 뭘까? 이걸 생각해보자!
<화엄경>을 읽으며 점점 더 뭔가 할 말이 적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 질문 가지고 다시 책을 붙들어야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에티카> 3부에서 감정들 총정리+4부 정리 전까지 읽어오시는 것 잊지 않으셨죠?
공통과제 없는 대신 모두 맡은 부분 잘 정리해와서 같이 세미나해봐요.
4부 발제는 만두쌤, 간식은 다시 순서 돌아와 접니다.
16일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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