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11.23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11-19 17:18
조회
363
지난 시간에는 아홉 번째 고원, 미시정치와 절편성을 함께 읽었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지만 눈에 익은 것과 이해하는 건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요^^; 하나하나 점검하고 정리하며 가지 않았다가는 매번 같은 개념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입니다ㅜ

간단하게 제목과 관련해 수업 내용을 환기해볼게요.
미시정치. 단어 때문에 오해될 수 있는데 이건 국지적 정치 활동 내지  개인적 차원의 정치 활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죠.
채운쌤은 거시정치와 미시정치를 구분할 때 권력의 총체화 여부가 기준이 된다고 설명하셨네요.
말하자면 거시정치의 영역에서는 권력이 형식을 부여받은 형태로 생산 및 작동됩니다. 미시정치는 그런 거시정치가 기대고 있는 감수성의 영역으로서 총체화되지 않는 권력 관계를 의미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채운쌤이 거시정치와 미시정치를 논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으로 당부하신 건, 이를 곧바로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으로 치환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었지요.
설명에 따르면 거시정치에도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이, 미시정치에도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이 함께 있답니다.
거시정치와 미시정치가 총체화 여부로 나뉘는 권력의 문제라면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은 욕망의 접속과 연관된다고 해요.
책에서는 그것을 견고한 절편성, 유연한 절편성, 그리고 도주선(존재하지 않는 절편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요.
저로선 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좋은 예가 되는 게 계급과 군중의 구분이었습니다. 들뢰즈+가타리에 따르면 계급은 몰적 절편성이고 군중은 분자적 절편성이지요. 그리고 이 둘이 서로에게 의존하고 또 영향을 끼치면서 흐르고 재단된답니다.
그러니 국가가 오직 계급의 문제와만 결부된다고는 결코 할 수 없지요. 거시정치의 영역인 국가는 몰적인 절편화와 분자적인 절편화를 모두 필요로 합니다.

확실히 이런 구도에서라면 정치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지요.
거대 담론과 이데올로기, 국가과 제도적 차원의 문제만이 정치인 게 아니라 나의 욕망, 집단적 무의식, 기계적 배치물이 모조리 정치적 문제로 화하니까요.
본디 무언가에 대한 우리의 느낌과 욕망이란 것은 어떻게 형식화될 수 없는 양상으로 생산되고 움직이지요. 그런데 모든 정치가 기대고 있는 게 바로 이 생산되는 욕망의 차원이라는 겁니다.
가령 박근혜에게 표를 던졌던 민심, 그것은 그녀가 내걸었던 슬로건에 동조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역사, 정치, 문화적 회선에 이끌려 간 뒤 기꺼이 그것에 접속해 달구어졌던 욕망 기계들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채운쌤은 그걸 모성애적 욕망의 투여로 간주하시던데, 실제로 우리 부모님도 오래 전부터 그녀를 조실부모한 불쌍한 아이라 여기셨던 걸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런 식이니, 세상의 모든 엄숙한 척하는 이데올로기 운동과 명분 싸움들이 실은 이데올로기 이전에 죄 지질하고 구차하고 변덕스러운 감정과 감성의 부닥침(폄하가 아니라 본디 인간의 감정이란 변덕스럽기 짝이 없으니)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뢰즈+가타리는 그래서 이렇게 말하지요. 모든 게 정치적이다, 그리고 모든 정치는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이다...

<앙띠>에서부터 내내 제 흥미를 돋우는 것 중 하나가 파시즘 문제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출연했군요.
이번에 저자들은 파시즘을 전체주의와 구분해 분자적 절편화를 통한 암적 몸체 되기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채운쌤께서 에고이스트야말로 최고의 파시스트일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내가 있다는 믿음, 나의 신념이 옳다는 믿음, 나의 욕망으로 모든 것을 쓸어담으려는 힘 의지, 모든 것을 동일화하고자 하는 욕망, 이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폭발적 증오... 이건 우리가 살면서 종종 겪게 되는 우리 자신의 벽 아니던가요.
제아무리 순한 성격의 사람도 비등점을 지나는 어떤 순간이 되면 단단한 자아를 내세워 싸우거나 울거나 하기 일쑤죠.
만약 이게 파쇼라면 정치적 올바름 운운하는 말이 그 얼마나 부질없는 소리랍니까. 들뢰즈+가타리의 말대로 표면적으로 반-파시스트인 파쇼가 우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다음 주에는 분량이 꽤 깁니다. 10장 되기 장은 150페이지 가량 돼요. 주말부터 조금조금씩 읽어나가셔야 할 것 같네요.
다음 시간 간식은 하동쌤+정순찬쌤께 부탁드렸습니다. ^_^
그럼 모두 다음 주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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