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11.5 여시아문 후기

작성자
이문정
작성일
2015-11-09 10:22
조회
413
리게티의 음악은 듣는 것마다 참 특이했어요. 이게 음악이야? 물을 법한 음악들이 꽤 되었는데... 음악들에 멜로디는 전혀 없고, 그저 소리들만 있는 느낌이었죠. 리게티는 소리의 음향적 측면을 연구했던 음악가였고, 그래서 소리들의 이런저런 효과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이유 때문에 그의 음악은 좋다 싫다는 판단 을 하기보다 그냥 잠자코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마다 특이하고 강렬한 체험이었어요.
그의 음악은 그래서 모두 치밀하게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레퀴엠과 artikulation까지.. 이 두 음악은 정말 계획없는 즉흥음악같은데, 악보까지 있다는 것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졌네요. 이 무질서한 두 음악이 제게는 제일 강렬했어요. 원일샘 말씀대로 극단까지 몰고가는 음악이랄까. 레퀴엠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이 보여지는 듯 했어요. 인간의 온갖 추하고 기괴한 소리들, 꿱꿱 구역질 소리에 죽기 직전의 신음소리, 화내는 소리, 똥싸는 소리 별별 소리가 다 들리는 듯 했죠. 제 자신도 한껏 추해보였다는... artikulation에서는 인간의 소리가 아닌 정말 별 희한한 전자음들이 뒤섞여 나중에는 귀를 찢을 듯한 상태로 몰아가더라구요. 스피커 바로 옆에서 들으니 미치겠어서 자리를 옮겼는데... 그래도 소음이다 귀 막지 않게 하는 압도하는 힘 같은게 느껴졌어요. 이런 무질서한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던 것도 신기했고 그런 음악을 만든 리게티도 경이롭고. 듣고 나니 죽어있던 감각들이 깨어난 것같은 맑은 느낌(?)이 느껴지더라구요.ㅋㅋ
리체르카타는 리게티의 음놀이 같았어요. 한 음을 가지고 곡을 만들어볼까? 그걸 두 음 세 음 늘려서 열두음 모두를 사용한 곡까지 열두곡 시리즈를 만들어볼까? 그리고 치밀한 계산. 이런 과학자같은 태도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죠. 원일 샘은 리게티의 리체르카타 시리즈를 음향적 망이라고 설명하시는데 이 망이란 확산 확장 운동 생성을 의미하고,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곡이 가면 갈수록 리듬 같은 형식의 확장을 이루고 또 곡과 곡 사이도 마찬가지로 다음곡이 이전곡의 확장인, 그래서 곡 전체, 시리즈 전체가 연결된 하나의 망을 이루고 전체적으로 보면 유동하는 모습이 된다해서 붙여진 개념이예요. 이런 음악을 만드려면 짱구를 엄청 굴려야 가능할 것 같은데. 100개의 메트로놈을 작동시킨 교향적 시라는 곡도 놀라운 실험인 곡이었어요. 사실 들을 땐 그저 무질서한 똑딱거림이었죠. 근데 설명을 들으니 대단한게 리게티는 그 안에서 질서를 보았는데 그 질서란 한 똑딱거림이 다른 똑딱거림에 의해 나누어지고 그 나누어진 똑딱거림은 또 다른 똑딱에 의해 나누어지고... 계속 쪼개짐이 반복되어 들어가는 프랙탈적 질서였다고 합니다. 정말? 하고 다시 들어보니 음.. 그래도 잘 모르겠더군요. 한 똑딱거림을 붙잡아서 보려고 해도 금방 놓치고 말고 곧 이어지는 무질서한 똑딱거림. 리게티의 생각이 놀라울 뿐입니다.

다음 시간엔 원일 샘의 사정으로 강의가 없습니다! 꼭 참고 하시고 그다음주인 11월 19일 목요일에는 리게티의 제자인 진은숙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아르스 노바'라는 주제로 듣겠습니다. 한주 뒤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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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1 13:36
    담엔 너의 소리도 들을 수 있기를... 에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