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11.5 여시아문 후기

작성자
양희훈
작성일
2015-11-09 11:21
조회
484
"만일 내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트란실바니아에서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태어나, 처음에는 루마이나, 이어 헝가리, 그리고 현재는 오스트리아 국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결국 난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 유럽의 지성과 문화에 속할 따름이죠"<리게티, 횡단의 음악>17p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이이었던 삶의 조건은 그의 예술세계를 특징짓습니다. 그는 어떤 학파에도 소속됨이 없었고 그의 음악은 하나의 형식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영원한 타자 리게티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과학,철학 등 폭넓은 지적세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주변의 일상적인 소리들에서 신시사이저의 합성음향까지,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노래와 악기소리에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민속음악까지, 학창시절의 수학, 물리학, 화학에 대한 관심에서 최신의 생화학, 분자생물학, 프랙탈 기하학과 카오스 이론, 인공지능까지, 보쉬와 아트도르퍼의 회화, 피라네시의 판화에서 세잔, 클레, 미로의 회화와 브랑쿠시의 조각까지, 셰익스피어와 카프카, 비앙, 보르헤스까지. 이처럼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그에게는 어떤 체계를 세우거나 종합에 이르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되어가는 게 중요했다.' 리게티 강의의 주제가 다양체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다양체는 특이성이 하나의 보편자나 절대자로 환원되지 않고, 강도를 지닌 채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성을 말합니다. 끊임 없이 탐색, 실험을 멈추지 않은 리게티는의 삶은 다양체 그 자체입니다.

역시 자기분야의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면 다방면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원일샘은 리게티가 자기 음악에 쓰기 위해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게 아니라고 합니다. 다방면으로 가지를 쳐나가며 왕성한 지적 탐구를 한 그는 무엇을 위해 그랬을까요?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적 성취감 그 자체로 만족했던 걸까요? '그가 카오스이론이 제기한 현대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열광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 방식은 결코 카오스이론을 프로그램화해서 음악에 적용시키는 것과 같은 과학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그에게 음악은 음악이고, 다른 어떤 것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작곡은 작곡상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가 외부와 접속하는 지점은 아이디어의 문제이다' 아, 아이디어를 가져오되 아이디어의 형식은 음악 그자체로 새로 창조한다, 뭐 그런 말인 걸까요? 하지만 가령 카오스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음악을 창작하게 되면 그 형식 또한 카오스이론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면 결국 리게티는 자기 음악에 쓰기위해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것과 다름없는 게 아닌가요?

피아노곡 <무지카 리체르카타>를 들었습니다. 열 한 속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첫 곡은 한음을 가지고 옥타브와 리듬, 강세등을 달리했습니다. 음 하나하나의 생명성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음 하나하나가 귀에 익숙치 않고 거슬렸습니다. 이외에 세음으로 이어진 2번과 고집음형의 7번, 헝가리풍의 8번을 들었는데 이들 음악역시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없이 낯설었습니다. 평소 듣은 음악은 기껏해야 멜론 상위차트가 전부여서 이런 고급진? 음악이 익숙치는 않지만 소리 그 자체를 탐구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것 같았습니다. 전자음악 Artikultion을 들었을 때 몇 번이나 오싹한 느낌이 들었는데, 소리로 새로운 체험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론적 이해없이도 그의 음악을 소리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원일샘이 음악감상 팀을 알려주셨어요. 길거리에서 스치듯이 잠깐 듣는다고 리게티의 음악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한번 들어보리라' 마음 먹은 뒤 들어야 들린다고 해요.  침묵하고 자주 접속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다음시간은 리게티의 제자 진은숙의 음악을 배웁니다. 한국인이라 더 관심이 갑니다^^ (게다가 진중권의 친누나였어!) 다음시간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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