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11.19 여시아문 후기

작성자
양희훈
작성일
2015-11-23 17:48
조회
475
한국의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에 대해 배웠습니다.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가까이 했고 아버지가 목사라서 교회의 반주를 도맡아했다고 합니다. 찬송가를 부르는 교인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반주도 반음 올리고 내렸다고 하니 재능이 남달랐던것 같습니다.

서울대에서 강석희에게 새로운 음악을 배우고 외국으로 건너가 스승 리게티를 만납니다. 국제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곡을 비롯한 몇 개를 듣고 스승이 그녀에게 한 말은 ‘독창성이 없다’는 혹독한 비판이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이후 진은숙은 1991년 <말의 유희>를 발표하고 출세가도에 오릅니다. 그 이력을 보니 정말 화려했습니다. 이처럼 20여년 전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했습니다. 언론에서 국위선양으로 보도할 법도 한데요.

<말의 유희>를 들은 이후 두 번째 감상곡은 생황협주곡 <슈>였습니다. 감상평을 들을테니 잘 들어보라는 원일샘의 말씀이 부담이 됐는지 듣는 내내 계속 뭔가 쥐어짜내려고 했습니다. 고음이 계속 들려서 눈을 감고 들었는데 색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이게 까만 게 맞나, 이게 어둠이 맞나. 무슨 색인지 보려고 했는데 어떤 색인지 규정할 수 없었습니다. 눈을 떴는데, 몸이 까딱까딱 움직였어요 풍걸린 사람처럼. 이게 음악에 반응하는 내 신체인가 싶어 기분이 좋다가도 과한 의미부여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른 샘들의 감상평을 듣고는 원일샘은 ‘뭔가 보려고 하면 안보인다. 그냥 몸을 맏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겐 습관을 버리고, 선판단 없이 감상하라는 말로 이해됐는데요, 이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씨>를 들으며 우리는 품위있게 헤어졌는데요 ㅎㅎ 계속해서 도대체 뭐가 뛰어나고 좋다는 건지 이해가 안돼서 답답했습니다. 여기서 탁월함이나 독창성을 발견하는 기준은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계속 들어봐야겠어요. 소리가 본질을 나타낸다고 믿는 원일 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정신세계와 만나고 있는 자가 진은숙이라고 생각하신다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진은숙을 동경한다는 원일샘은 작곡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첫 번째 음과 두 번째 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곡 전체의 흐름이 정해진다는 것, 수만은 선택지중 하나를 고르는 게 작곡이란 행위처럼 보이지만 결코 선택이 아니라는 것, 보이고 들리는 것을 옮기는 행위라는 것,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연주자가 작곡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의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철학자도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것. 철학강의 때도 항상 드는 생각이 음악강의 때도 들어요. ‘더 열심히 들어야지, 계속하면 나아지겠지..휴..’ 진은숙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지속적으로 들으면 좋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하시네요. 단번에 좋다고 느끼는 음악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그 좋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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