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사오정의 관찰 일지] 세 번째 관찰 대상 : 민호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9-08-24 16:07
조회
266
<민호는 왜?>

# 사진 찍기 싫다구요
매 주 누군가를 관찰 하다보니 그 주의 대상이 되는 친구를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말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친구도 그에 반응하는데, 민호는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대체로 잘 알아채고 불편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곧 보이콧을 외쳤다.



뭔가 ‘여기봐~’하면서 이런 저런 사진을 찍기엔 어색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화장실 갈 때 빼고 아침저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긴 했다. 보이콧 이후에도 한동안 나는 틈만 나면 몰래 선을 넘었다. 민호는 몰카 금지 구호와 처벌 내용을 캡쳐 해주거나 때로는 금강역사 같은 표정을 지으며 저항했다. 정말 싫다고 질색하는 것을 보고서야 멈추긴 했는데 솔직히 이 후에도 카메라를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예쁜 사진을 찍겠다는 나와 그거면 충분하다는 민호. 민호가 절대 찍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언젠가 무더위가 한창일 때, 점심으로 비빔면을 먹던 날이었다. 약 8인분을 혜원이가 요리하고 정옥샘이 비비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민호가 ‘사진으로 보지 말고 눈으로 보세요’(정확한 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체로 이런 뉘앙스)라고 했던 거 같다. 이런 식으로 민호는 내게 계속 뭔가 말하는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잘 들리지도 않고 어떻게 대답해야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 말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호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 걸까?

# 생태가 뭐길래?
민호는 연구실에서 절차탁마NY, 비기너스, 에코 세미나(민호가 여는 생태학 세미나. 9월 8일 개강)를 하며 ‘규문 톡톡’ <민생담(민호의 생태학 이야기)> 코너에 생태에 관한 글을 연재 중이다. 민호는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중학생 때 읽을 환경 관련 책의 첫 표지에 “나의 지구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써넣기도 하고, 사슴벌레를 좋아라 했다고. 그러다 자라면서 유엔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환경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랬는데 연구실에 접속하고 작년 여름 페르시아 여행 세미나인 ‘소생’을 마친 후, 올해 초 휴학과 동시에 연구실에서 니체를 공부하고 있다. 환경과 전혀 상관 없는 공부인 거 같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 생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길을 모색하며 글을 쓰고 세미나도 연 것이다. 요즘 민호는 민생담을 쓰면서 환경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나 당위를 되묻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러던 중 민호가 이번 주 글을 올리지 못했다. 더위에 관해 쓰는 중인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매번 다시 질문 하는 중이다. 나에게 더위는 뭐지? 나는 왜 더위를 문제삼고 싶은거지? 민호가 지난 글에 썼던 것 처럼 인간도 생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민호는 '나'라는 생태를 알아가는 중이다.


# 연구실에서 즐겨 하는 역할 : 사람들 웃게 하기
민호는 또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누군가를 웃기겠다는 상상조차 못했던 나와 도무지 접점이 없는 캐릭터다.  대개는 민호의 농담이 잘 들리지 않아 체감이 잘 안 되지만 민호의 농담에 반응하는 연구실 사람들을 보면 그 느낌만 알아가고 있다. 민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와 민호의 특징을 알려주는 게 별명이다. '세인트 민호', ‘too much talker’, '끄나풀', '기회주의자' 'myNO'  등등. 민호의 별명은 현재도 계속 생성 중이다.  민호는 딱히 할 말이 없어도 "그렇죠.", "네" 라는 말이라도 하며 어떻게든 대답을 하고야 만다. 재치가 제대로 발휘되면, 대답하기 어렵거나 썰렁해지는 순간 툭툭 던지는 한 마디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전환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을 것만 같이 입담이 좋은 민호이지만 때로는 말이 독이 되기도 한다고.

#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작용
민호는 재미있는 말로 사람들을 웃게도 하지만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해서 꾸중도 많이 듣는다. 말로 주고 말로 받는 민호.
“도대체가, 어으~ 말 많아~”
“요, 요, 주댕아”
“어으, 또 헛소리~”
“너 고만 말해!”

말하느라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루 종일 말을 않는 민호가 어색했고 그게 민호에겐 정말 쉽지 않구나 싶었다.

# 민호를 웃게 하는 사람들

# 문짝 연구 중?

전체 3

  • 2019-08-24 21:53
    우리 코코 형제님 인생샷 하나 건졌군요. 저 수줍은듯 핑크핑크 러블리 샷 맘에 듭니다. 음료수에 세인트 사슴벌레라도?
    점점 묘사가 세밀해지고 재밌어지는 관찰일기도 기다려집니다. 담엔 누가 희생양이 되는 영광을 누릴지?

  • 2019-08-25 09:40
    미노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지요~ 투머치가 어떠드니 주댕이가 어떠느니 해도 다들 저와같은 마음에서 부르는 애칭이겠지요.
    근본 생태학자로서 함께 사는 것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사랑과 본능적 관심이 유발한 투머치!!
    그런데 그 사랑스런 미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를 바라보는 사오정의 눈이 점점 더 화안해지고 있다는 이 느낌적 느낌!
    사오정은 이제 귀 대신 눈이 커지고 있는 듯 합니다! 눈이 귀를 대신하고 있는 기관없는 신체의 끝내주는 변용!!?? 하하하

  • 2019-08-25 18:17
    말로 주고 말로 받는 저는 역시 철저한 교환관계에 길들어 있었군요.
    얼마 전에 호랑이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엄청난 명언을 남기시더니, 한 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