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 Q 8월 23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8-17 20:13
조회
152
차라투스트라가 하는 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노자에서 느낀 어려움과 달리 재밌는 어려움이네요. ㅎㅎ 뭐야, 뭐야, 뭐야, 뭔 소린가....... 싶으면서도 이건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그럴 때마다 앞에서부터 다시 읽어봐야 하는데 항상 쫓기면서 읽네요. 계속 이렇게 읽다가는 흐지부지 느낌만 남을 것 같습니다....! 분발해야겠어요.

2부 〈고매하다는 자들에 대하여〉를 보면, 취향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취향의 원어는 Geschmack인데, 여기에는 ‘미각’이란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취향이란 것은 입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죠. 감각을 학문적으로 사유한 것은 18세기부터입니다. 미학이 등장한 것도 이때라고 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후 서양철학에서는 계속 감각은 열등한 것이고, 감각을 분리한 이성(혹은 지성)에 어떤 우월함을 부여했습니다. 반면에 니체에게 신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힘 의지가 수동인지 능동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신체의 느낌뿐이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입맛이 없는지를 생각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에게 중요한 것이 슬픔의 정서에서 기쁨의 정서로 이행하는 것이었던 것처럼, 니체도 자신의 코끝에서 느껴지는 향기, 입맛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운쌤은 한 구절을 이해했다 싶을 때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 경험이 있지 않냐고 물으셨는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가치의 전환이 있어야만 신체의 느낌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스피노자는 적합한 관념을 구성해야만 우리의 정서도 이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니체에게도 배움은 중요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배움이 있지 않으면 신체의 느낌이 달라지지 않죠. ^^;; 하지만 니체는 배움의 과정은 배운 뒤에 떠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차라투스트라 1부 마지막에 보면 제자들에게 나를 떠나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나오죠. 솔직히 왜 배움이 떠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차라투스트라가 왜 울면서 자꾸 떠나는지도 몰랐습니다. 대략 “모든 관계를 의지하지 않을 수 있듯이 스승과의 관계도 의지처로 삼으면 안 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채운쌤은 배움이 잘못하면 스승을 우상화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스승을 우상화한다면 가르침을 진리처럼 받아들이고 그건 더 이상 배움이 아니겠죠. 채운쌤은 배움을 ‘훔치듯이’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배움을 훔치듯이 하는 것은 스승이 가르치지 않은 것까지 배우는 것이고, 이것만이 배우는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동적인 태도라는 것이죠. ‘비판적’이란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비판’은 누군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을 곱씹고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는 안회가 생각나네요. 공자님이 안회 말고는 배움을 좋아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한 것도, 안회가 훔치듯이 배웠기 때문 아닐까요? 차라투스트라가 그토록 떠나라고 한 것도 그 과정을 통해서만 배움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몸이 바뀌는 게 이만큼 어려운 거군요.

다음 주에는 3부 〈악 셋에 대하여〉까지 읽고 공통과제를 쓰면 되고 저번 주에 스캔해서 올린 《우상과 황혼》 단편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지지난 시간에 나눠드린 프린트물 아니에요~)

이번 주 후기와 다음 주 간식은 길례쌤과 소영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주에도 니체와 즐거운 만남 되세요~
전체 3

  • 2017-08-18 16:13
    이게 운기 탓인가? 아님 규창의 힘의지 탓인가? 요즘 내 코끝의 공기가 달라진 건 잘 모르겠는데, 규창 학우의 코끝을 맴도는 공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게... 느껴지니...허..참.. 이거...참...
    여튼, 배움을 훔치는 재미! 이 매력적인 일에 우리 모두 감염될 수 있기를~~^_____^ ㅎㅎㅎ

  • 2017-08-18 17:17
    1학기였던 것 같습니다. ㅋㅋ 규창이 공지가 다음수업 바로 전 날 올라온 기억이 있습니다(제 기억은 믿지 마시고 이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그런데 수업 마치고 바로 올라온 공지글을 보니 뭔가 취향이 바뀐 것 같은 낌새가 느껴집니다! 암케도 배움을 잘 훔치는 중인듯하네요~ 부디 긍지 가득한 대도가 되시길!

  • 2017-08-18 17:52
    울 맷집이 달라졌어요에 한표 ㅎㅎ 그 달라진 코끝 공기를 느껴보고 싶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