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8.19 인생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8-16 12:26
조회
194
이번 시간에는 <숲은 생각한다 3장 '혼맹', 4장 '종을 횡단하는 피진'을 읽었습니다. 생명의 경계를 질문하는 '혼맹'과 다른 종과 소통할 수 있는 단서인 '종을 횡단하는 피진'은 <숲은 생각한다>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아빌라족은 숲의 재규어를 자신들의 조상으로 봅니다. 어제 우리집 개를 물어간 재규어는 사실 최근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다, 이런 식이죠. 마치 이것만 보면 다른 종에 대한 친밀함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빌라족은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자신이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재규어를 보면 총을 들어 쏴 잡고 싶어합니다.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사냥감으로 대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할까? 왜 굳이 그런 방식으로 세계를 봐야 했을까?
여기에는 생명에 대한 확장적인 사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빌라족에게 생명은 단순히 피부(신체)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들이 상호관계 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숲에서는 어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오늘 재규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일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교류하고 사랑하는 친족으로 인정받기 위한 인식 절차가 까다롭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살아있는 자는 단순히 움직이고 숨쉬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관계를 만드는 것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저자는 이를 '자기self'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자기는 관계의 산물로서의 존재입니다. '나'를 뜻하는 '자기'와는 좀 다른, 전문(?) 용어죠. 이 '자기'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면 무엇보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대상화입니다. 대상화는 관계 밖에 있는 존재로 여기는 인식법입니다. 자기성을 상실한 존재이지요. 이것을 저자는 '혼맹'이라고 이름붙입니다. 분명 살아있지만, 관계 안에서 살아있다고 여겨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혼맹이 되는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비단 죽음뿐만 아니라 아내가 임신을 해도 예비아버지는 혼맹이 되지요. 중요한 관계에 다른 것이 혼합되면서 혼-질이 변하고 흐릿해지는 시기를 겪는 것입니다. 이런 시선이 임신한 여성뿐만 아니라 그 아버지에게도 간다는 것이 재밌죠. 그리고 아빌라족은 이런 예비아버지를 적절하게 사용합니다. 바로 숲속의 '자기'들에게 혼맹이 된 예비아버지를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유혹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혼맹은 자기성이라는 것은 단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관계에 따라 '자기'는 계속 다르게 배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맹의 '사용'은 혹시 발생할 대상화를 계속해서 억제하려는 공동체적 지혜로 보이기도 합니다. 예비아버지는 엄연히 말해 '자기'로서 모자란, 대상이 된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사냥에 데려가 단지 혼맹으로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죠. 이런 지혜는 존재 하나하나의 의미와 관계성을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재하게 하는 관계를 사유하기에, 되도록 누구도 '먹잇감'로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연이 '먹잇감'인 지금 우리 시선을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자연은 그야말로 대상화된 것들 뿐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관계를 생각하지 않게 되면서 우리 스스로를 '혼맹'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 시간은 <숲은 생각한다> 끝까지 읽고 공통과제를 써 오면 됩니다.
마지막 시간이네요. 목요일에 만나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