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8.4 스피노자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07-26 20:26
조회
448
이번 시간 역시 3부에 진입하지 못하고 신체와 정신 앞에서 맴맴 돌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3부에 들어갈 수 있겠죠...ㅠㅠ
스피노자가 거듭 지적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예외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정신과 신체를 동일한 존재의 두 가지 표현으로 보는 평행론을 제시합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예외가 아닌데 왜 정신과 신체의 위상이 중요한지? 그것은 영혼과 신체를 따로 생각하는 기독교라든가 인간 영혼을 이성의 능력으로 규정하고 인간의 신체는 이성의 명령을 따르는 존재로 여긴 데카르트의 논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서양 철학에서 불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영혼, 정신은 변화하여 곧 사라지는 신체보다 우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실 이게 왜 자연에서 인간이 예외인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좀 더 들어가 보면 플라톤과 중세의 기독교가 나옵니다. 플라톤은 사멸하는 육체와 달리 이데아의 세계에 속하는 인간 영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런 플라톤의 사고를 수용한 것이 중세의 기독교이고요. 인간의 영혼은 육체가 사멸한 뒤에도 신의 은총을 입어 영원히 살 것이라는 교리입니다. 이때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은, 동물은 감각하는 혼만 있을 뿐 이성적인 능력을 갖춘 영혼은 인간에게만 있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에서 예외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스피노자가 인간이 자연에서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영혼과 육체의 관계를 구명해 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육체는 과연 정신이 이끄는 대로 지배되는, 혹은 지배되어야 하는 존재인가. 정말 인간만이 영원히 존재하는 이성을 가진 존재인가. 지금 보면 너무 이상한 논란이었지만 진화론이 나오고 인간이 원숭이의 후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던 것을 떠올리면,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당시의 진화론 같은 충격을 던진 이론이었습니다.
파문을 당했지만 스피노자는 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에티카>는 신의 존재로부터 시작합니다. 속성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결국 하나의 동일한 신을 표현하는 것이고, 또한 양태는 신이 속성을 통해 표현하는 생산물입니다. 즉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동일한 존재의 두 가지 표현 방식이라고 하는 거죠. 현옥쌤은 밧줄의 길이와 무게의 예를 드셨습니다. 무게도 길이도 밧줄을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같지 않고, 그렇다고 우열이 있지도 않죠. 그저 방식이 다른 것입니다. 질은 다르지만 같은 상태를 표현한다는 것.
스피노자 평행론은 이런 두 속성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사물은 사물의 질서에 따라, 관념은 관념의 질서와 연결에 따라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갔을 때 손이 뜨겁다고 느끼게 되는 원인은 뜨거운 물이며, 손이 뜨겁다는 관념의 원인은 뜨거운 물에 대한 관념이라는 것. 또한 9.11 사태에서 빌딩 붕괴의 원인이 비행기라면 빌딩 붕괴에 대한 관념의 원인은 비행기에 대한 관념이라는 식으로 신체와 정신은 각자의 질서와 연결을 따르며 서로에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신체 변용의 관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합니다. 관념이란 결국 내 신체라 외부 사물과 접촉하여 만들어지는 변용을 인식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대상적 실재성을 갖지 않습니다. 즉 내가 갖게 되는 관념은 사실 어떻게 만들어지는 관념인지 알 수 없고, 그러므로 적합한지,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신체만을 관념의 대상으로 삼는데 우리는 신체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신체와 정신은 결국 동일한 존재의 표현이므로 신, 즉 자연법칙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정신과 신체는 스피노자에 의하면 동등하므로 전통적으로 인식한 것처럼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비례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신체가 능동적일수록 그의 정신도 능동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피노자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유할 때 외부를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와 외부가 관계를 맺어 적합한 관념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고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적합한 관념이란 현옥쌤 표현에 의하면 ‘내 신체가 어떤 질서에 의해 이 상태에 이르렀는가’를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 신체와 그 신체가 어떤 운동-정지의 비율에서 변화하는 것을 보아야 적합한 관념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 적합한 관념은 적합한 원인을 통해서 설명될 때 형성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갖는 관념은 결과로부터 원인으로 환원하여 형성됩니다. 외부의 어떤 문제로 변화의 원인을 환원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신체는 변화하지 못합니다. 대상과는 관계없는 내 신체 변용의 관념에 대해서 고찰해야 우리는 외부의 나를 압도하는 상태에 휩쓸려 ‘원인’이라고 생각해 분노하는 상태로 나아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스피노자가 유일하게 ‘악’이라고 했던, 행동능력을 감소시키고 사유능력을 둔화시키는 분노와 슬픔을 가라앉히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은 쉽니다
자세한 후기는 지니쌤이 써 주실거예요^^
정리 41번까지 읽어옵니다.
간식은 미영쌤

8월 4일에 만나요~
전체 1

  • 2016-07-27 06:49
    1,2부에서 두 주를 맴돌았지만, 우리 반장님의 이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걸 보니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듯!
    3부는 이 바탕 위에서 가야하니까..... 이제부터 재미난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