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3월 23일 세미나 후기

작성자
계숙
작성일
2017-03-24 13:25
조회
183
오늘은 본격적인 세미나가 있었던 첫날이다. 참가자의 절반이나 발제에 참여한 뜨거운(!) 자리였다.

구스타프 야누흐의 「카프카와의 대화」는, 책의 두께로서 이번 시즌 메인테마임을 증명하는 「카프카 일기」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입문서 같았다.

다들 야누흐를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적으로 한창 키가 크는 시기(17~21세)에 카프카를 만나 자유, 예술, 기계문명 등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해 볼 수 있었으므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프카와 같은 공간에 머물며 그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 또는 함께 프라하를 누비면서 추억을 쌓았다는 점 등이 질투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어떤 분은 인생의 ‘축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물론 누군가는 그들 대화의 진지함이 어린 청년에게는 마냥 좋을 수만은 없을 거 같다고, 축복의 이면을 얘기하기도 했지만.

야누흐의 이런 행운은 아버지의 배려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과다한 전기요금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늦은 밤까지 불을 켜고 문학작품을 습작하는 아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직장동료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 직장동료가 바로 작가 카프카였던 것이다. 그 후 이들의 만남은 카프카가 사망하기 전까지 이루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브로맨스라는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야누흐는 그와의 만남에 설레임을 느끼기도 하고 카프카의 작은 손짓하나 몸짓하나에도 감동한다. 그 감동의 야누흐식 표현은 자신의 체험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야누흐는 자신의 체험이라는 형식을 통해 온전한 카프카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그 분투의 결과가 대화라는 형식의 기록이다. 야누흐는 가능한 그의 말을 생생히 재현해 내기 위해, 어떤 평가나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대화를 쭉 나열해 나간다. 그 속에서 카프카의 육성이 흘러나오고, 그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면서 ‘언어’, ‘소멸과 침묵’, ‘디아스포라’, ‘고독’, ‘자유’, ‘인간’ 등 자신만의 키워드를 발견 중이다. 키워드가 없이 카프카 일기를 돌파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예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언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언을 해석할 능력이 없는 나는 야누흐의 책을 딱 ‘키다리 아저씨’ 정도로 예상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카프카를 만나 사랑에 빠져 그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는 책 소개는, 내 상상력을 자극하고 소년과 아저씨와의 소소한 재미가 연상되었다. 그런데 책의 무게는 전혀 달랐다. 누군가가 ‘즉문즉답’이라고 한 것처럼, 책 전편의 대화는 이 세상의 모든 진지한 주제들에 대한 것이었다. 자유, 원죄, 언어, 유태인문제, 볼셰비즘, 노장사상, 예술, 질병 등등. 이런 난해한 내용을 이렇게나 길게 기록하는게 가능한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나의 마음에는 좀 남아있기도 하다. 이 책은 카프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아니면 그를 숭배한 사람의 환상소설인가. 진실은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겠지. 이 책을 바라보는 나의 이 흔들리는 시선도 시즌1 여정을 계속하면서 방향을 찾아야겠다.
전체 2

  • 2017-03-24 15:57
    허허... 예언이라...^^ 야누흐가 만난 카프카, 야누흐가 발견한 카프카를 지난 주에 읽었으니 이제 카프카의 절친이 만난 카프카를 만날 차례네요. 어느 게 진짜 카프카다, 이건 허구다, 이런 논의는 아마 꼭 필요한 건 아닐 거예요. 어차피 자신의 지평에서, 자기 언어와 사유가 닿는 딱 그만큼 우리도 카프카를 읽고 이해하겠죠. 각자의 카프카 평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궁금~

  • 2017-03-24 23:06
    카프카를 겪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목요일 아침의 뜨거운 열기에 깜놀했지요. 우리 카프카님의 은총이 규문을 가득 채우는도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