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0406 세메나 후기

작성자
정영우
작성일
2017-04-11 16:19
조회
164
드디어 카프카의 ‘일기’를 대면하는 첫 시간. 야누흐와 브로트를 통해 소정의 트레이닝을 거쳤지만 역시나 일기를 읽는데 있어서는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100페이지를 넘기다보니 기존의 주술문법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다행이 적어 놓은 날자를 통해 이것이 일기라는 것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카프카의 작은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카프카는 ‘일기’에서 글쓰기, 연극 무대, 꿈, 일상의 모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쓰고 있다. 그만큼 통일된 주제는 없다. 문장 하나도 통일성이 없는데 어련하시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모습의 카프카로 인도하는 길이 된다.

선민샘은 카프카가 말하는 ‘작은 문학’은 ‘작은 민족의 문학’과는 구별되는 것이라고 한다. 작은 민족의 문학은 민족 문학으로서 그 자체가 ‘큰 문학’이다. 작은 문학은 ‘등장인물의 규모가 작고 부정확한 정확성에 시달리는’ 문학으로 민족 문학의 반대편에 위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얼핏 나약하고 유약해 보이는 카프카의 모습이 실상은 보다 ‘철저’하기 위한 ‘신중함’의 발로라고 보는 이응샘. “이 비겁함은 편지의 개봉을 망설인다. 즉, 내가 철저한 사람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렇게 편지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넓히도록 시도해야만 한다”는 카프카의 말처럼 그의 ‘비겁한’ 머뭇거림은 ‘철저함’과 동일한 표현으로, 달리 말하면 ‘너무 쉽게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설명한다.

그 외에 일기를 ‘카프카의 작품이 읽히는 속도에 비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쓰기가 해체적인 방식인 때문은 아닐까? 익숙한 추상적 언어 세계를 해체시키고 해체된 채로 세계를 보여줌으로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드는 글’(지니샘)로서도 해석하며

‘그의 일기가 인상기가 되는 순간 글의 속도감이 부쩍 높아진다는 사실에 흥미를 자아내’며 아직은 ‘소설가 카프카의 삶은 사실, 받아 적는 과정 안에 있었다’(수경샘)고 보는 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기’ 읽기. 두서도 없고 간혹 직진 신호에 좌회전 하는 듯한 모습의 카프카의 글. 그래서 일기를 읽다 보면 정해진 도로도 사라지고 신호도 없어지는 느낌이다. 읽을수록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려는 느낌.

특히 이 날 세미나의 가장 큰 특징은 인원의 대폭 감소다. 절반이나 준 듯하다. 쓰기(발제)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은 카프카 세미나이기 때문이라고 굳이 해석해본다.

@from=jsc666%40hanmail.net&rcpt=another9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