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7월6일 공지와 후기임당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6-30 00:03
조회
205
카프카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당!

다들 뵙고싶었어요. 게다가 뉴페이스(심지어 선남 선녀) 광재샘과 보영샘까지 함께 해주셔서 기쁨 두배 ^ㅇ^ 헤헷


펠리체에게 보낸 카프카의 편지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지요. 해석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카프카의 매력이랄까.ㅎ

저번 시즌에서 읽었던 <카프카 평전>들에서 카프카는 줄곧 다가가기엔 너무 성스러운 남자,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지는 인물이었는데,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 속의 카프카는 대-변신입니다, 정말.

강박적일 만큼 편지의 분실을 걱정하고, 모든 것을 속속들이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고, 하루에 몇 통이고 편지를 써보내면서 답장을 보내라고 닥달하고 호소하는 카프카라니요 ^^; (후광 비추던 성자의 모습은 어디로 가셨나이까~!)

게다가 카프카는 편지만을 줄창 써보낼 뿐, 첫만남이 있었던 1912년에 한번도 펠리체를 만나러 가지 않아요. 후에 펠리체와 두번의 약혼과 파혼을 하게 되는데 그때 먼저 결혼을 진행했던 쪽도 펠리체였구요. (얼마나 답답했으면 호텔방에 카프카를 데려다 놓고 심문을 하기도 했다는데요. “결혼 할거야 말거야?!”)

그래서 하루에 몇 통이고 편지를 보내서 그립다는 둥 보고싶다는 둥 말을 쏟아낸다 해도 어쩐지 카프카는 펠리체를 사랑하지 않을거 같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어요.

카프카가 자신의 글쓰기 에너지를 확장하기 위해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죠.ㅋ (한때 연애편지좀 써보셨던 영우샘의 주장)

만일 그렇다면 카프카는 굳이 왜 편지를 써서 동력을 얻으려고 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직접 만나는 것은 글쓰기에 별로 도움이 안되었던 것일까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당.. 이 남자의 마음을)

만일 만나지 않고 글을 쓰는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라면 굳이 펠리체가 아니라도 상관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왜 다른 뭇 여성들이 아닌, 바로 바로 바로 펠리체인가.

또 글쓰기와 연결시켜 생각해본다면, 펠리체라는 여성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글쓰기의 방식은 무엇이었나, 이런 점 또한 앞으로 같이 풀어보고 싶네요.


헌데 펠리체가 카프카에게 특별한 여성이었던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특히 카프카의 글쓰기 역사에서 볼때 펠리체는 카프카에게 영감을 주는 여신이라도 되었나봐요.

(펠리체가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프카는 펠리체와의 첫만남 이후 창작에 불이 붙습니다.

펠리체에게 첫 편지를 보낸 날로부터 이틀 뒤인 1912년 9월 22일부터 몇주간, 카프카는 엄청난 기세로 작품을 써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쓰여진 작품만큼은 출간할 의도를 비출만큼 만족스러워했던거 같고요.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 초반부에도 나오지만, 카프카는 펠리체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자신의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확신하기도 합니다.


펠리체가 카프카에게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 이유는 또 있어요.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갖는 일에 거부감이 있던 카프카가 최초로 결혼에 대해, 그리고 그 모든 제도와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펠리체였으니 말이예요.

<카프카의 일기>에는 카프카가 결혼과 글쓰기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짙게 남아있는데요, 아래는 펠리체와의 결혼을 고민하던 1913년 8월의 일기입니다.


내 결혼에 대한 찬반 의견을 종합해봄 : 1) 혼자서 삶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생활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과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심지어 내게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돌진해오는 내 자신의 삶, 내 존재가 요구하는 사항들, 시간과 나이의 엄습, 막연하게 밀려오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 불면, 광기의 임박―내게는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할 능력이 없다.

3)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해낸 일들은 고독의 성과물에 다름 아니다.

4) 나는 문학과 관계없는 것들을 싫어한다. 대화는 나를 지루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방문하는 일이나 내 친척들의 기쁨과 슬픔은 내 마음속까지 지루하게 만든다. 대화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중요한 그 무엇과 진지함, 진실을 앗아간다.

5) 관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저편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두려움.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결코 혼자가 아니다.

6) 내 여동생들 앞에서 나는 자주 다른 사람들 앞에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곤 했다. 특히 예전에. 두려움도 없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강력하고, 주변을 놀라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곤 했다. 평소에는 글을 쓸 때만 그렇다. 내가 그 누구보다도 내 아내의 중재를 통해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그러면 그것은 글쓰기와 멀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만은 안 돼, 그것만은 안 된다고!  (467-468, 1913년 8월<7월>21일)
삶에서 글쓰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한 사람이 결혼을 생각한다면 그건 왜일까요?

글쓰기의 욕망을 제압할만큼 그의 사랑이 불타올라서? 아니면 반대로 결혼이 그의 글쓰기를 촉발시키는 무언가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위의 일기만으로 봤을 때 카프카에게 있어 <글쓰기>와 <결혼>은 확실히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었나 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하는데, 결혼생활은 더이상 혼자 있는 시간(=글쓰기의 힘을 길러내는 자양분)을 허용하지 않을테니 말이예요.

그럼에도 카프카를 ‘결혼’이란 화두에 매어두게 만들었던 펠리체는 분명 아주 매력적인 에너지를 지녔던 사람이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펠리체의 매력이라 하면 단순하고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로 카프카의 섬세함을 무력하게 만드는 지점? 카프카의 문학적 표현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무심함?단순함?같은 것이 카프카에게 더 자극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ㅎ)


카프카에게 있어 일기는 그대로 작품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는데요, 편지에서도 그런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을까나요?

카프카의 <일기>를 두마디로 축약하면 ‘오늘도 쓰지 못했다, 써야 한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

카프카의 <편지>를 두마디로 축약하면 ‘편지를 썼다, 그런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편지를 쓰지만 도착하지 않는다'는건 카프카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라고 하니 어떻게 해석해볼 수 있을지 앞으로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진행방식>

이번 시즌은 총 10회로 진행되어요. 7번은 카프카가 여러 님들에게 보낸 편지를 <주제별>로 읽고요. 남은 3주간은 글을 쓰고 다듬어 발표해요. 초안을 써보고 고칠 시간이 충분하니 7주간은 카프카와 접속하는 일에 퐁당 빠져볼 수 있겠죠ㅋ

마지막에 발표할 글은 단편 작품과 엮어 <작품론>을 쓰셔도 되고, 앞으로 읽어가면서 발견되는 <주제> 중심으로 쓰셔도 된다고 합니다. 저번 시즌을 경험해보니 일찍 주제나 작품을 정하는 것이 글의 구성을 잡고 글재료를 모으는데 도움이 되었던거 같아요.

이번주부터 글감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재밌게 읽어봐요 ㅋ


매주 쓰는 공통과제는 <인용문> 하나를 잡아서 구체적으로 써보는 연습을 하셔도 좋을거 같아요.

공통과제는 글쓰기의 재료를 모으는 과정이기도 하니, 글쓰기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용할 때 정보 표시를 달아주는 센스도 발휘해주세요. (누구한테 보낸 편지인지 / 날짜 / 페이지 표시)


앗참, 그리고 부교제가 있어요. 앞으로 1년간 여러번 들춰보게 될 <카프카의 단편집(변신편/솔출판사)>입니다.

일기 300페이지를 후딱 읽고 시간이 남으신 분들은 단편집에 실려 있는 작품 : 「독신자의 불행」,「가장의 근심」,「시골의 결혼준비」,「나이 든 독신주의자, 블룸펠트」 을 읽어오시길 권장드려요.


읽어올 범위는 <카프카의 편지> 600쪽 까지입니다.

다음주 후기와 간식은 지니샘이 준비해주기로 하셨어요 (하트)

고럼 한주간 건강하게 보내시구요 다음주에 만나요~
전체 4

  • 2017-06-30 00:19
    이뭐꼬야, 축하한다! 카프카 반장으로 임명되셨다고? 오~ 이뭐꼬!

    • 2017-06-30 08:42
      수행하는 마음으로 카프카 세미나를 뫼시겠사옵니당ㅋ ^ㅇ^ 으샤으샤~~

  • 2017-06-30 10:14
    우리 반장님의 진일보! 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선 이뭐꼬식 작품 해석이 기대 되고, 이뭐꼬식 기승전결이 살아있는 글쓰기도 기다려집니다.
    진정 카프카님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말이지 "그의 편지와 그의 문학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펠리체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가 키운 문학적 힘이란 어떤 것인가? 다음주에도 즐겁게 토론해봅시다.

  • 2017-06-30 22:58
    첫 시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영우샘의 거침없는 매력이 특히나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의도치 않게 첫날의 제 해석이 펠리체를 불쌍한 여인으로 만들어버리는 방향으로 읽혔던 것 같아서
    다음에는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나저나 게시글을 읽는데 이응샘의 목소리가 글에서 들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