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불교&티베트)

<불교 of 티베트> 시즌 3 여덞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김훈
작성일
2020-12-06 19:54
조회
140
* 미국에서는 최근에 자비심에 대한 책자는 물론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명상의 붐이 일어서 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힐링에 머물 뿐 명상에서 기반이 되어야 할 보리심과 회향은 없다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위파사나 명상을 하는 담마 코리아 같은 곳이 있긴 하지만 자비 명상이 하루 밖에 없어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비심이 아닐까요. 그리고 자비심이란 우리가 읽은 책에선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을까요?

일체의 중생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이타적 자비심은 체계적인 사유 과정과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좀 더 강력한 다른 감정들이 따라올 수는 있지만, 그에 따라 마음이 불안해질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자비심은 논리적 사유를 통해 개발되는 합리적인 감정이며, 다른 감정들은 일시적으로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지혜 명상> p187 中

위의 텍스트처럼 자비심이란 논리적 사유를 통해 개발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논리적 사유가 합리적인 감정인 자비심을 개발하는 걸까요?

공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해탈의 길을 알게 됨으로써 그 길에 무지한 윤회고의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도 저절로 함께 자라나는 것입니다. 제 자신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공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타인을 향한 마음도 함께 자랐던 것을 느낍니다.

<달라이 라마의 지혜 명상> p65 中

이렇듯 자비심의 개발을 위해 공성을 이해하는 방법은 불교에서의 문사수인 공부, 사유, 수행의 3박자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수행만으로는 공성의 이해는 물론 달라이 라마께서 말씀하신 깊은 자비심을 개발할 수는 없습니다.

*명상에 대한 소견들이 많이 오갔습니다. 한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명상에는 앉는 명상, 분석명상, 기도(헌신)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이 세 종류 중 한가지만으로도 공성에 이를 수는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요한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기본이 돼야 더 심화된 단계의 명상을 할 수 있듯이, 그 기본을 위해 사마타 명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집중적인 사유의 글쓰기도 명상될 수 있을까요. 글쓰기도 그 과정 속에서 알아차림이 있다면 방편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명상과 다를 바 없는 수행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문사수, 책을 읽고 사유하며 글 쓰는 이 모든 과정 속에 명상과 같은 알아차림이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회향’이란 불교 용어에서 이반일리치의 <깨달음의 혁명>에 나왔던 첫 장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세상과 인류를 위해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키는 것입니다.”, 불교의 회향이란 결국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키는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는 불티에서 읽는 책의 내용 중 ‘괴멸’과 ‘유의의 잠재력’이란 개념이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귀류-중관학파에서는 괴멸이라는 개념을 채택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현상인 물체가 해체되고 소멸되어도 그 기운이나 잠재력이 남아있다는 견해입니다. 다른 불교학파들은 이 괴멸을 단지 무위의 정신적인 것이나 추상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그에 반해 귀류-중관학파는 이 괴멸을 연속되는 존재의 흐름 안에서 미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의잠재력으로 봅니다. 이와 같은 괴멸의 개념은 현재과학에서 말하는 에너지보존법칙과 유사하게 보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지혜 명상> P306 中

우리가 행하는 업의 인과가 단순히 불교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인 논리로 납득이 갔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이 타자들의 복합적인 관계망 속에서 피상적으로 소멸되었다 여기더라도 그 기운이나 잠재력이 남아 연속되는 관계의 흐름 속에서 미래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 행한 공덕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운이 남아 미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불티 세미나였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지혜 명상>을 읽으며 여러 도반들의 공덕으로 한권의 책 속에서 많은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날이 찹니다. 다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비록 각자의 고민 속에서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더라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이 여러 도반들의 마음에 달라이 라마의 지혜가 깃들고 그것이 각자의 삶의 밑거름 속에서 건강한 봄의 새싹을 틔우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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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6 20:56
    와, 훈샘 빠른 후기를 올려주셨네요! 하나의 현상이 해체되고 사라진다고 해도 연속되는 존재의 흐름안에서 미래에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위의 잠재력을 '업'이라고 본다는 설명이 저도 마음에 남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지난 세 번의 시즌동안 티벳 불교를 책으로 접하며 나름의 선업을 잠재력으로 남긴 게 아닐런지.. ㅎㅎ 특히 <입보리행론>을 공부하며 말입니다!

    달라이라마 존자님께서 자주 인용하시는, 오늘 저희가 함께 낭송한 <입보리행론>의 구절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저희 모두 보리심의 마음에 풍덩 들어가기를 바라며 _()_
    허공의 세계가 존재하는 한 / 중생의 세계가 존재하는 한/ 저도 그곳에 함께 머물면서 / 중생의 고를 멸하게 하소서! (입보리행론, 회향품 55)

    불티 세미나 시즌 3까지 함께 해주신 샘들 모두 고맙습니다. 내년 '불티모어'에서 꼭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