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시즌3-7 / 8.28 세미나후기

작성자
김경아
작성일
2017-08-31 19:39
조회
118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Ⅱ』 “2장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새로운 시즌4에서 『아침놀』을 시작하기 위하여 『인간적인』 막바지 폭풍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1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5명이 목에 핏대 세우면 두 시간 동안 읽어냈습니다. 채운샘 말씀대로 역시 소란스러운 니체팀, 소니 맞네요.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Ⅱ』의 “1장 혼합된 의견과 잠언들” 은 제목대로 요기저기 왔다갔다하는 이야기들이어서, 따라 다니느라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집중해도 모자라는 판에 여름 무더위와 휴가/방학까지 겹쳐 분위기도 늘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읽은 2장은 니체의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는지, 아님 제가 컨디션을 회복했는지 바짝 당기는 맛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맞아~맞아~”를 외치며 통쾌해하기도 하고, 가슴 찡한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정곡을 콕 찌르기도 하고 거침없이 파헤쳐버리기도 하는 니체의 강한 기운이 전달되어 저도 힘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 진정한 도덕주의, 우리가 깨우쳐야 하는 문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텍스트들이 앞으로 만개할 니체 사상의 단초들로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니체가 바라보는 범죄와 처벌에 대하여 발제했습니다. 니체는 범죄, 처벌, 동기, 죄의 경중, 정상 참작 그리고 법 자체에 대해 너희가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합니다. “도둑과 도둑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사회에 약속하는 권력자는 아마 근본적으로 매우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239쪽)라고 반(?)사회적 멘트를 거침없이 날리는데 왜 이리 막힌 속이 확 뚫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범죄자의 처벌조건은 그 사람이 “고의적으로 더 나은 이성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성이라는 것은 좋은 동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범죄에는 이성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범죄 시점에 “기적처럼 아무것도 없는데서 생겨나는 완전 임의성”의 결정체, 자유의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성의 고의적 선택이 범죄에서 제외되므로 처벌 조건에 해당되지 않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유의지의 오류들을 하나하나 씹어주는데 감탄스럽습니다.

“죄의 절대적인 용서 가능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죄를 과거와 분리시켜 개별적인 경우로 국한 시켜야한다“ 요런 멋진 말도 합니다. 죄를 꼭 벌하고 싶으면 범죄자의 과거까지 고려하지 말고 범죄행위 자체만으로 판결해야한다고요. 보통 재판에서는 범죄자의 과거경력, 정상참작, 우발성,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하여 판결을 내립니다. 하지만 범죄자의 과거가 한 사람의 과거일 수 없으므로 그 부모, 교사, 사회 전체가 벌을 받아야합니다. 이렇게 과거를 끌어들여 범죄자만을 처벌하는 것은 임의적이라는 논리적 오류에 빠져듭니다. 자유의지의 필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범죄행위는 그 시점의 임의성에 의한 것이므로 “어떠한 행위에도 과거는 없다.”라고 판결해야 한다고 니체는 주장합니다. 결국 자유의지 이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인간은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등의 철학적 물음들이 고구마 캐듯 쭈욱 연결되어 나옵니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살인사건은 그냥 뜨거운 태양 때문에 그 시점에 일어난 것인데 당사자와는 상관없이 동기가 성립되고 과거가 설명되고 사건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범죄자의 처벌 과정에서 서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니체가 복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니체의 관점에서 현재의 테러사태들은 어떻게 해석될까라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역사적 상황 속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흐름 속에 있는 사건이지 매체에서 보여주는 그런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은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테러라는 것이 능동적인가 반동적인가를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에세이를 앞둔 우리에게 니체는 문체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문체는 단지 글투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이며 사상이기에 문체를 개선한다는 것은 사상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따끔하게 집어줍니다. 이제 한주 남았습니다. 장장 두 시즌에 걸친 인간적인 두 권의 마지막 고지가 보입니다! 마무리 깔끔하게 인간적으로 해둘게요 아침놀을 같이 맞이하러 어여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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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1 16:43
    흥미로운 발제에 이어 꼼꼼한 후기, 거기에다 깨알같은 다음 시즌 홍보까지!! 멋지십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