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5.8 세미나 후기

작성자
현정
작성일
2017-05-09 16:20
조회
255
이번 세미나는 <반시대적 고찰 Ⅲ>의 5장까지를 읽고 진행되었습니다.

‘세미나는 힘이 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지에서 출발에서 니체로 통하는 길 위에서 만난 우리는 이렇게 집합적 신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니체 때문에 이제는 학인들 때문에 계속 이 길을 가는 일인으로서, 각자 또는 더불어 니체를 읽어내는 이 시간들이 즐겁습니다. 자신의 글이 읽혀지는 글이 되길, 소리를 가진 글이 되기를 원했던 니체가 비록 독일어는 아니지만, 소리내어 읽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기뻐하지 않을까요? ㅋㅋ 또 자화자찬^^

반시대적 고찰 세 번째인 이 책은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죠.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처음 서점에서 니체가 운명처럼 쇼펜하우어 책을 집어 들었던 순간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쇼펜하우어 평전에 나와 있는 생애에 대한 짧은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텍스트와 어떻게 만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발제 덕택에 좀 더 꼼꼼히 열심히 읽고 만난 니체는 참 강렬했습니다.(다른 분들은 이미 전에 다 느끼셨던 것을 이제야,,,) 토론 중에도 거듭 얘기되었지만, 우리 자신을 적나라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게 해주는 그의 말들이 사정없이 우릴 때리지만 그것도 이젠 알렉스쌤 표현처럼 ‘살갑게’ 다가올 지경이 되었네요.^^ 동시대에 대한 그의 비판이 어쩌면 이리도 현재적인지요. 그 날카로운 통찰력에 매번 놀라면서도 왜 이젠 반감보다는 감탄만 나오고, 완전히 벌거벗겨 지는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도 왜 전 불편하지 않을까요? 요것도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니체에 대한 수긍가지 않는 의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니체가 나치즘에서 오용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 부분들 비난받는 지점들과, 니체가 말하는 독일정신이나 위대한 몇몇 독일 민족 영웅에 대한 강조가 그들의 위대성이 일반화되지 못한 것에 대한 합리화처럼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구요. 우리가 천재에 대해서 갖고 있는 양가적 감정에 대해서 얘기 나누면서 천재가 타고 나는 거라고 생각하거나 그들의 열정이나 지난한 고통의 과정은 보지 않고 그들이 이루어 낸 결과물만 주목하며 천재와 대중을 이분화 시켜 사고하거나, 대중의 게으름을 정당화하기 위해 천재를 필요로 하는 현실적 시각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니체가 말하는 천재성이란 무엇일까, 계속 언급되는 유일무이함 유일성에 대해서도 토론했습니다. 다른 개체들과 구별될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은 다시 반복되지 않고 뭔가의 재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린 유일무이하죠. 그러나 자신의 유일성, 고유성을 모르고 견해나 공적 의견에 갇혀 대중은 살아갑니다. 그런 대중의 고유성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본이 되어주는 사람이 천재(철학자나 예술가, 성자)가 아닐까요. 니체가 쇼펜하우어가 가진 철학함에 대한 태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듯이 구체적 삶에서 모범을 보여주는 그들의 삶을 보며 대중은 자신의 질문에 대면하게 됩니다. 수늬쌤말처럼 불교와 연관시켜 보면, 불성을 깨닫는 것이 모든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모든 이에게 불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번뇌가 곧 깨달음이 될 수 있는 것도 인간, 대중이 가진 가능성이 아닐까요.

이 책에선 니체가 말하는 교육이나 가르침 배움의 문제가 명확하게 잡히진 않지만, 국가를 위해 복무하며 공리를 추구하고 저널리즘과 야합하는 학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플라톤 칸트 헤겔 스피노자까지 등장시켜 그들의 철학함에 대해, 시대와 대결하는 그들의 철학하는 태도의 공통성에 대해서도 얘기 나누면서 철학과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정직이나 생성, 부정 등 어떤 단어도 맥락에 따라 다 다른 뉘앙스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우리도 이미 알아차리게 되었지요.^^ 무의미한 고통을 바라보는 힘이나 자성의 순간 등 아직 막막한 것들은 이렇게 더듬더듬 길을 찾아 나가다 보면 또 마주치게 되겠지요.

니체의 말처럼 ‘최악의 경우든 최선의 경우든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실존을 조금 무모하고 조금 위험하게 다루다’ 보면 말입니다.^^

 
전체 2

  • 2017-05-09 17:47
    전 나태함이 나오는 문장마다 헉 하면서 읽었어요. 천재를 높은 곳에 떼어놓고 추켜올리든 여론 뒤에 비겁하게 숨든 게으름에서 시작되는 문제들이 많다는 게 좀 공감이 돼요! 이번주는 특히 몇몇분의 자발적인 암송!!그렇게 들으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다음주를 기대하며~ 짝짝짝!!

  • 2017-05-10 11:53
    3권은 쇼펜하우어에 대한 얘기라고 해서 어렵거나 지루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네요! 전 읽는 내내 니체가 말하는 '정직'에 세게 두드려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로지 자기를 위해 말하고 자기를 위해 쓰는 것으로서의 정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