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6월 12일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6-08 13:53
조회
148
이번 주에 니체님께서 털어주신 주제는 ‘종교’였습니다. 토론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처음에 니체의 논의를 흥미롭게 따라가다가 나중에는 종교의 발명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실감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관념을 현실에 작동시켜 “자연에 그것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법칙성을 새겨”넣음으로써 불규칙한 자연을 지배하는 것. ‘신이 있다’라고 믿는다면 종교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신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종교란 인류역사에서 가장 창조적인 발명품이 아닐까요.

마침 읽고 있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네요.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들(네안데를탈인, 데니소바인 등)을 압도하고 유일한 인간종으로 남을 수 있었던 열쇠는 우리(사피엔스)의 언어에 있습니다. 언어의 정밀성보다도 유발하라리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지닌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사람이나 사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사피엔스 뿐이다.”(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사피엔스는 공통의 신화들을 짜낼 수 있었고, 덕분에 상상할 수 없이 많은 개체들 사이의 유연한 협력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종교는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의 정수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니체와 유발 하라리 각각이 이를 설명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종교가 인간이라는 종을 설명하는 데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니체가 이를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종교란 기본적으로 “더 약한 종족이 더 강한 종족에게 법칙을 명령하고, 그들을 규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때 종교는, 니체가 108절에서 말하는 “재앙에 대한 이중의 투쟁” 중에서 재앙이 “우리의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바꿈으로써 그 재앙에서” 벗어나는 방식에 해당할 것입니다. 즉 종교를 통해 인간이 자연에 행사한 지배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본성에 가해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금욕과 자기부정, 복종을 통해 삶을 가볍게 하고 쾌감을 획득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발전시킨 것이죠.

종교는 인간의 놀라운 창조력과 예술가적 본성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정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을 긍정하는 인간 특유의 병적인 특성을 만들어내고, 실존의 위험성을 수동적으로 회피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결국 결론은 조형력입니다(^^;) 니체는 125절에서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 괴테 등의 예술가가 신에 복종하는 대신 신과 교제했음을 말하고, 112절에서는 과거엔 종교적 감정이 익살스러운 것이나 음탕한 것과도 결합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어떻게 능동적으로 신(신성한 것, 종교적 감정 등)과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할 수 있을까요?

자세한 후기는 경아샘께 부탁드리고 공지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4장 “예술가와 저술가의 영혼으로부터”를 읽어오시면 됩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주제가 예술가라니 기대됩니다! 『비극의 탄생』과는 또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네요. 발제는 유주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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