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클로즈업 세미나 : " 육식의 시대, 먹기의 윤리를 생각하다 " 후기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20-05-28 10:57
조회
354
이번 클로즈업 세미나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죠. 특히 다른 공동체의 청년들이 이렇게 많이 참여할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으로는 바랐지만 진짜로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금요일날 약간 뭉클했답니다. 헤헤. 어쨌든 이 감동을 좀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세미나 후기를 올릴 건데요. 이미 목요일의 감동은 호정쌤께서 보여주셨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세미나' 카테고리의 '깜짝 세미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금요일 세미나 후기는 '길드다', '남산강학원', '삼색불광파'에서 각각 하나씩 올려줄 예정입니다.  이번 후기는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 '길드다'의 안혜진쌤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그럼 그날의 분위기를 같이 만끽하시길~




5/17(월) 길드다 세미나 중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고은이 동물에 관한 주제로 세미나가 있을 예정이라고, 시간 괜찮으면 오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아직 동물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듣고 싶어 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세미나를 가기 전 텍스트 [ 고기로 태어나서 ] 를 읽고 가야 해서 , 읽던 중 나는 더 이상 읽지 못하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와 책을 읽다 중단해버렸다. 고기로 태어나서의 책은 닭, 돼지, 개 농장에서의 작가가 경험한 내용을 쓴 책인데, 나는 동물이 농장에서 겪고 있는 참혹한 상황들을 작성한 내용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그런 내용이 적혀있었고, 단어만으로도 머릿속으로 그림들이 그려지며, 가장 나에게 자극적이게 되었던 상황들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내가 읽어본 동물에 관련된 책과는 조금 다르게, 그 농장에서 일하는 ( 책에선 그들을 힘쓰는 고기라고 칭한다) 노동자의 상황 또한 세밀하게 묘사해 나간다. 그 상황이 또 얼마나 그려지던지 .. 동물과 인간이 서로 내 머릿속에 엉키고 설켜있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힘이 축축 빠졌다. 닭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도 감당이 안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데, ( 사실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도 못 하겠지만 ) 돼지랑 특히 개는 어떻게 읽지..? 라는 생각에 책 읽기를 중단했다. 그렇게 읽지 못한 상태로 혜화역에 위치한 세미나 장소 교문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분들 과 익숙한 분들 과 인사를 나누고 앉아있는데, 참 따뜻한 향냄새가 나서 마음 '만' 차분해졌다. 책에 대한 발제를 읽기 전, 우리는 웬델 베리의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 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읽게 되었다. 웬델 베리는 나에게 또 다른 동물에 관련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는 우리가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음식을 대할 때 책임감을 가지고 먹으라고 주장한다. 너무 추상적인 말이어서 도대체 어떤 게 책임감 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짧은 텍스트에서도 그는 명확하게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나는 평소 동물이 처해있는 환경, 인간이 동물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이런 해결을 위해선, 항상 대기업 때문이야 ! 자본 때문이야 ! 우리는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했어 ! 편하게 살고 있는 것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희생이 많은데도 말이야 !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으로, 예전에 편하지 못했던 삶으로 돌아가야 해 ! 라는 막연한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너무나 추상적인 나의 생각을 웬델 베리는 하나하나 왜 그런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책임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 해 주었다. 일단 대부분의 우리는 음식을 단순히 먹는 거에서만 더 나아가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서 왔고, 어떤 식으로 재배가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단순히 자신들을 소비자라고만 생각하는 데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이고 의존적인 단순한 소비의 형태를 기업들은 주요 목표로 삼고 있고, 계속해서 그렇게 우리는 그 뒤에 상황들을 알지도 ,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기업들이 보여주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의미 없이 먹는 행위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은 당연히 기존 생활보다 힘을 써야 하는 부분, 할애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이 음식이 어떤 식으로 우리 앞에까지 왔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웬델 베리가 말하는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 책임감 있게 음식을 대하자 !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다. 오늘 당장 내가 먹은 음식들 중에 내가 책임감 있게 생각한 것들이 몇 개나 될까? 과연 이런 방법이 내가 추구하는 방식으로의 좀 더 가까워질수 있는 해결책이 될까? 지금도 항상 의문이 들지만, 해보지도 않고 비관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 고리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져 정말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이번엔 박규창님과 정건화님이 발제하신 텍스트를 읽으며 , 궁금했던 부분 , 각자가 생각하는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또한 말하고 싶던 내용들이 있었지만,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아 속으로 삭히고 있다가 여러 사람들이 얘기하고 발제에 나온 단어들을 떠올리며 또 하나의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먼저 개 부분까지 읽지 못해 알지 못했던 부분인 (발제에 나온) 작가는 병아리를 폐기하는 것보다 개에게 고함을 지르는 일에 더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 내가 여기서 느낀 건 처음 내가 가슴이 답답해 읽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특히 개에 부분은 어떻게 읽지?라는 생각을 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내가 동물의 생명을 주장하는 건 모든 동물은 다 똑같다라는 생각 속에 있는 건데, 왜 나는 여기서도 개에게만은 특별대우를 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이 감정은 뭐지? 라는 생각에 또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도대체 우리는 소비라는 형태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야 동물에게도 그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더 많은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고은에게도 말했지만, 난 여기서 뚜렷한 생각이 떠올랐다. 앞뒤 생각 안 하고 단순히 생각한 거지만, 우리는 요즘들어 더 많은 무언가를 원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과소비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그 금액을 더 적절하게 더 비싸게 책정을 해 소비자도 그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렇게 되면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기업도 소량으로 동물을 사육하게 될 거고, 그럼 사육하는 환경도 개선이 되며, 노동자가 일하는 조건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렇게 쓰면서 갑자기 또 이게 맞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에 대한 비관적인 나의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은 내용들이 있었는데, 아픔을 느끼고 우리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닮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우리는 고기라는 단어로 음식이라는 당연한 재료로 만들어 간 게 너무 슬펐고, 우리 자신의 필요성과 유용성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 우린 우리의 필요성에 따라 동물을 죽일 수도 동물을 살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도대체 인간이 뭐라고 이렇게 동물이나 자연을 마음대로 남용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졌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난 그러지 않아라고 절대 말할 수 없으며, 나 또한 이렇게 살아왔고 완벽하게 동물의 입장을 이해할수있어 ! 로 살아가지도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점점 비관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세미나에서 느낀건 좋은 방향으로 서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느꼈고, 더 많은 공부를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장소가 생긴 것 같아 그래도 아주 0.00000001% 자신감도 붙고 긍정적 여진 것 같다. 모든 상황들이 양가적일지라도 내가 추구하는 바에 한해서는 단호하고 확고하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자신감도 붙었고 말이다.

그래서 발제문과 세미나를 통해 정리한 바로 나에게 책임감 있게 먹기란 나와 동물, 자연은 거스를 수 없는 순환고리 속에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다음에는 자신이 동물에게 먹힐 것을 약속하는 것 , 자신이 먹는 것과 자기 자신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먹어야 하는 것이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체 4

  • 2020-05-28 17:04
    확실히 책에서 읽었던 부분 중 '개'파트가 인상적이긴 했죠. 유독 '개'에게만 가졌던 저의 이미지를 되돌아보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개에게 투사하는 이미지가 '인간'의 특권의식과 같이 간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위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지는 저희 각자에게 숙제로 남은 것 같아요. 이번에 못 푼 고민은 다음에 더 구체화하는 걸로 준비하겠습니다...!

  • 2020-05-28 18:27
    다른 존재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우리의 운명(?) 또는 업을 외면하거나(평상시의 쾌적한 육식) 끔찍해하거나(무조건적인 거부) 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먹을 수 있을까? 웬델 베리가 던지는 질문들과 제안들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먹는 일에서 주인이 될 것인가의 문제. 동물을 아끼는 마음과 고민들이 묻어나는 후기 감사합니다!!

  • 2020-05-28 18:30
    저도 처음에 책을 읽는다는 게 힘들었어요. 고기를 아예 먹을 수 없는 현실로 바뀌지 않는 이상 동물이 사육되는 잔인한 장면을 보는 게 불편했거든요. 내가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는데 나 하나 고기 먹는다고 뭐가 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윤리적 질문은 사회 구조와 나를 위계적으로 구분해서는 생기지 않더라고요. 세미나 준비하면서 고기를 먹는 현실을 나 또한 구성하고 있다는 것, 내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곧 이 구조 전체를 이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내 습관 하나의 변화가 전체 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생각해보고 싶지 않던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되니 저도 먹는 문제에 있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알찬 후기 감사합니다^^

  • 2020-05-29 14:11
    저도 생산되고 있는 고기의 현실에 대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도 언제부터인지 고기를 먹는다는데 불편함이 있었는데 애써 생산되는 과정을 무시하려했던것 같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을 생각해서 먹어야한다는데만 초점이 맞춰져서요. 그런데 이제 제가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게 되며 그 과정을 상세히 알아버렸으니 먹는 행위에 대한 나만의 윤리를 새롭게 구성해내야 될 것 같습니다.
    짧지만 좋은 기회였습니다~규문샘들 수고들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