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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아니면언제] 키워드

작성자
지은
작성일
2017-11-08 15:28
조회
34
키워드: 기억, 망각, 감정, 현재, 개인, 우리

질문: 기억은 현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1. 멘델의 기억

 
  • 멘델이 리브케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리브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죽어갔다. 그는 묻는다. 그녀는 왜 죽어야 했는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죄를 대신 씻은 것인가? 왜? 기억은 그에게 해결되지 못한 문제로 남아 그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한다. 그로 인해 멘델은 시슬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라인은 그가 너무 의심을 많이 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떠나 버린다.

  • 기억은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그가 겪은 개인적 서사가 그야말로 '개인적 서사'에 머무는 한 그는 현재를 살 수 없다. 개인의 감정에 매몰되어 사건 자체를 보는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 검은 로켈레가 독일인에게 사살당하고 난 후 게달리스트들은 그 독일인은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독일인들도 같이 '처단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어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대신해 처단한 것이라고 하는 라인에게 멘델은 드디어 '선언'한다. 피는 피로써 갚는 것이 아닌 정의로 갚는 것이라고. 검은 로켈레의 죽음과 그에 대한 복수를 겪으면서, 멘델은 단순히 한 인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것에서 벗어나 살인이 살인을 부르는 인과관계를 사유하는 것이다. 사유할 때만이 그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2. 레오니드의 기억

 
  • 레오니드는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멘델이 그 기억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인의 불행의 이유에 대해 파고 들어갔다면, 레오니드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그저 피하려고만 한다. 망각을 선택하는 것이다. 멘델을 따라 빨치산에 합류해서 전쟁을 지속하기 보다 민간인 마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살기를 원하고, 빨치산 합류 후에는 무리와 늘 겉돈다. 라인과 연인관계가 된 이후에는 그녀가 세상과 접촉하는 모든 길을 차단하는 듯이 그녀를 감싸고 돈다. 오로지 그의 것이어야 한다는 듯이. 사유의 틈을 주지 않고 한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의존해 버린다.

  • 전쟁으로 겪은 자신의 아픈 과거, 아직도 전쟁중인 현재를 다 망각하고 한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의존해 버리는 행위는, 의존하는 그 대상이 떠나는 순간 죽음으로 직결된다.

3. 게달레의 기억

 
  • 게달레의 기억하는 방식은 멘델과 레오니드와는 또 다르다.

  • 그의 과거는 멘델과 레오니드와 달리,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아픔이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의 부름으로 안전한 수녀원에서 벗어나 학살당하는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그 때부터 자신의 안전한 집에서 벗어나 유대인의 해방을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 그의 기억은 타인들로 구성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유포는 게토에서 함께 활동하던 마틴의 것으로, 거기에 적힌 가사는 마틴이 독일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쓴 것이다. 게달레는 그 유포를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타인의 기억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 하지만 그는 그러한 기억이 만들어내는 감정을 자신 안에 가둬놓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바이올린으로 그 가사에 멜로디를 부여해 노래로 승화시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바탕 ‘논다'. 그의 행위는 노래로 자신의 감정을 나의 밖, 우리에게 흐르게 하고 동시에 각자의 기억 또한 노래 속으로 흐르게 한다. 기억의 자타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 하지만 바이올린의 줄이 끊어진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가락을 ‘생성'할 수 없는 하나의 사물로 전락한다. 전쟁 내내 게달레와 함께 했던 바이올린은 이제 전쟁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만 하는, 그 기억에 ‘머무르게만' 할 것이다. 때문에 게달레는 미련없이 기차 밖으로 바이올린을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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