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3. 9 서사본색 후기 및 3. 16 공지

작성자
은남
작성일
2017-03-14 00:44
조회
177
3월 9일 지난주 서사본색  세미나 후기입니다.

지난주부터 삼국지 두권을 읽고 공통과제를 써오기로 했지요.  한권만 읽어도 인물이나 사건이 많아 읽을거리가 많은데 두권을 한꺼번에 읽으려니

벅차기도 하고 나머지 한권은 그냥 스르륵 넘어가 버려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그래도 잘 읽어 나가자고 서로들 다독였습니다.

삼국지 3, 4권의 주제는 ‘사람, 知人, 인재’ 뭐라고 표현하든 사람을 알아보고, 등용하고 어떻게 쓰는지 좌우간 '사람과 사람'의 문제였습니다.

3권에서 관우는 조조의 지극한 구애에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유비를 향한 지조를 보여주어 삼국지에서 최고의 의리맨으로  등극합니다.

조조도 상대편 장수이지만 죽이지 않고  '가슴 깊이 존경한다'고 했지요.  사실 사람을 알아보는 조조가 있기에 관우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혜원쌤은 관우와 조조의 밀당(!)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제아무리 신의가 있고 똑똑해도 그 사람을 알아보고 진정으로 마음을 얻으려는 또다른

사람이 있어야 사건이 만들어지고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조조는 자신의 아들과 부하를 죽였던 상대편 장수라도 그의 ‘재주’를 아껴 과거의 일은

마음에 두지 않고 사람을 거둘 줄 아는 인물입니다.  조조의 인재등용 방식은 얼마나 자신의 일에 떳떳했는지, 지금 죽더라도 미련없이 최선을

다했는지 등등 그런 기개나 신념을 먼저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조 보다 더한 군사력을 가진 원소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엇이 충언인지 우언인지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유비는 추운 겨울 눈보라를 무릎쓰기도 하고 이듬해 봄까지

기다려 세 번이나 찾아가 울며 불며 간절함을 보인 후에야 제갈공명을 얻습니다.  그야말로 삼국지는 땅 정복이 아니라 사람을 얻기 위한 전쟁입니다.

삼국지와  동시에 페르시아 전쟁사를 읽고 있는 혜원쌤에 따르면 같은 전쟁이야기인데 동양과 서양이 키워드가 다르다고 합니다.

삼국지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쟁이 펼쳐집니다. 가령 참모가 누구인가, 어떤 전략을 쓰는가, 장수 개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가 등 ‘知人’에 집중되는

반면 그리스에서는 군사 모집, 군비 조달, 적을 얕보지 않고 어떻게 충실하게 준비하는가 즉 ‘오만’하지 않을 것인가가 중심이라고 합니다.

평화조약으로 시간벌기를 하면서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잘 준비하는 것이 핵심인데,  시스템을 준비하고  운용하는 사람이 오만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오만이라는 태도의 문제에서는 지인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인재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실력이나 능력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 걸까요?

나관중이 인물을 그리는 것에는 '실력'과 '신념'이 같이 가는 것을 최고로 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신념은 ‘태도’ 같은거고 실력은 ‘덕’ 같은데,

덕과 태도가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지요.  요즘말로 ‘능력은 있는데 싸가지는 없는’ 이런 인간들이 아니더라는 겁니다.

후세인들이 흠모하여 시를 남겨준 사람들에게는 야비하거나 비굴한 모습은 없었습니다.  아울러 '공부와 덕과 태도'가 따로 따로가 아니라 하나로

합치되는 것이  능력있는 사람 같다고 했지요.  공부는 참 잘하는데…, 사람은 참 좋은데…, 이런 인격분리는 아니라는 겁니다.

규창이는 수많은 인재들이 더 나은 사람에게 투항하지 않고 기꺼이 죽음을 택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어요.

원소같은 찌질한 주인을 끝까지 섬기는 ‘부하의 삶’이 뭐냐는 것이죠.  조조의 편지에 속아 유비를 떠나 조조에게로 온 서서를 서서 어머니가 꾸짖습니다.

‘네가 글을 읽었다면 충성과 효도는 모두 온전히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라면서.  충과 효 사이에서 하나의 가치를 골라야 했다고.

규창이의 결론은 마찬가지로 삶 앞에서 죽음을 택했던 여러 부하들은 자신이 가진 하나의 가치를 끝까지 고수한 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삼국지는 뭐랄까? 세계와 부딪히면서 갈등하며 고뇌하고 변하기도 하는 성장 소설이 아니라 한번 그 캐릭터는 끝까지 그 캐릭터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성장하게 하는 묘한 구조라고 했네요. 이외에도 두가지 세계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했지요.

급박한 순간에 노인을 만나고 도인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피튀기는 전쟁중에도 유유자적하고 은둔하는 장면도 묘사되기도 하구요.

우린 정말 침튀겨가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후기도 늦고  시원찮아유~    그만  공지 들어갑니다.

세미나 시간이 목요일 230으로 바뀝니다. 발제나 공통과제는 당일 목요일 새벽 3시까지 꼭 올리세요..

우리도 벌금 만들었어요. (지각 5,000원 / 안쓰면 10,000원 / 벌금이 많이 모이면 아니되오 )  이번주 발제입니다.

혜원 – 이야기 소설 Novel 첫 번째 논문 요약

규창 – 진수 정사 삼국지에서 유비, 조조, 손권의 역사적 삶에 대해서 비교 분석

은남 – 항우, 여태후 본기 분석

유주 – 원말명초 나관중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

유주쌤  ‘나관중이 이런 이야기를 썼던 시절이 대체 무슨 시절이었냐? 인재등용이 어떻길래? 무슨 일 있었냐?’ 등등

조원들이 무척 궁금해 했었죠...부담갖지 말고 이런 내용을 좀 길게 요약해 오시라고 부탁드린 것 잊지마시고요^^

그럼 곧 만나요~
전체 1

  • 2017-03-15 13:35
    확 쪼이고 있는 서사본색!! 삼국지의 서술자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전쟁의 판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매회 나오게 되는 인재를 얻기 위한 피튀기는 작전을 보면ㅋㅋㅋㅋ (페르시아 아니고 펠로폰네소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