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정원 숙제방

나에게 종교는

작성자
김순화
작성일
2018-01-12 17:14
조회
65
나에게 종교는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읽노라니 나의 신앙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은 종교가 없이 편하게 지내지만 이전에 종교가 있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다만 나는 어떤 종교에 대한 믿음이 그렇게 진지하지 않았기에 신앙이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신상기록부에 종교를 쓰는 난이 있었다. 아버지께 우리집 종교가 뭐냐고 물었고 아버지께서는 우리집은 유교라고 했다. 그때 나는 종교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집 뒤에 있는 작은 교회에 다녔다. 동네에서 아이들과 모여 놀듯이 그렇게 교회를 다녔다. 따분한 시골에서 교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버지께 헌금 100원을 달라고 해서 교회에 갔다. 교회에 가면 노래도 부르고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삼손과 데릴라 같은 성경 이야기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어느 해 여름성경학교가 3일 동안 있었다. 새벽과 오전에 하루에 두 번 3일 동안 빠지지 않고 출석하면 선물을 준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께 새벽에 깨워 달라고 해서 빠지지 않고 잘 가서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공연을 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에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기 위해서 머리맡에 나의 낡은 양말 한 짝을 두고 잤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역시나 몹시 실망스럽게도 양말은 그대로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크리스마스인데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줬어요. 우리집은 너무 시골이라 산타 할아버지가 이런 동네가 있는지도 몰라서 그런가 봐요’ 하며 시무룩해서 한탄을 했다. 아버지께서는 일하시면서 묵묵히 내 얘기를 들으시더니 돈을 주면서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하셨다.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교회를 계속 꾸준히 다닌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일요일 아침이면 캔디를 볼까 교회를 갈까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도 하나님은 본다고 해서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도 하나님이 보고 있을까봐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나도 모르게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짝 친구가 성당에 다닌다길래 나도 따라다녔다. 일요일마다 가야 하는 것은 그다지 재미없고 귀찮았지만, 친구와 함께 다니는 것은 재미있었다. 성당에서 청년회 모임도 하고 봉사 활동도 좀 했다. 친구와 나름 꾸준히 다니면서 하느님이 나의 든든한 지지자라고 믿으며, 힘들 때 마음의 위로를 받곤 했다.

직장으로 인해 서울에 와서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나는 천주교 신자니까 집 근처 성당에 갔다. 하지만 그곳은 대구에서 재미있게 어울려 놀며 다니던 그런 성당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아무도 나를 반겨 주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다니기는 지루하고 낯설어서 싫었다. 그래서  성당엘 안 다니고 회사만 다녔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가 현각 스님의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화계사에 가 보았다. 화계사는 풍경도 좋았고 여러 가지 나의 구미에 당기는 좋은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화계사에 나름 재미있게 다녔다. 무엇보다도 절은 돈을 공식적으로 내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결혼을 하니 시어머니께서 절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다니고 계셨다. 나는 불교에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터라 어머니가 오래 다니고 계시다는 절에 기분 좋게 따라갔다. 그러나 그 절은 너무 이상했다. 그 절은 스님이 설교를 하다가 콩 같은 것을 던지면 사람들이 그것을 줍느라 정신없이 방바닥을 기어 다녔다. 그리고 스님은 삼재 어쩌고 하면서 열심히 부적을 팔고 돈을 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은 둘러앉아 가족 같은 분위기로 큰 일을 했다는 듯이 즐겁게 얘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밥은 맛있었고 음식을 싸 주기도 했다.  어머니는 삼재를 막기 위하여 매달 절에 돈을 자동이체로 내고 계셨다.

그 뒤로 나는 내 생활이 바쁘기도 하고 이래저래 종교가 실망스럽고 번거롭기도 해서 종교 없이 살았다. 가끔 누가 내게 선교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종교를 왜 가지나 싶었다. 내게 종교는 그냥 삶에서 우연히 일어난 지나가는 경험 정도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돌이켜 보니 나는 순전히 종교를 내가 좋아서 내 의지로 혼자서 다녔었다. 왜 그랬을까? 한 번 가진 종교는 그 사람에게 계속 미련을 가지게 하는 것일까? 나는 종교를 가지고 싶었지만, 끈기가 없어서 돈 내기가 싫어서 그 당시는 귀찮고 힘드니까 나를 내려놓지를 못 해서 등등의 이유로 지속하지를 못 했던 것 같다. 내게 종교는 당시는 몰랐지만 좋은 것을 주고 있었고 어떤 큰 의미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이 순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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