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6주차 문화팀 후기

작성자
혜림
작성일
2019-12-06 15:41
조회
77
이번 주부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4권으로 나눠진 책을 3주에 걸쳐서 읽어야 하는 일정이라서 한 주에 정말 많은 분량을 읽어야 했는데요~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허구적 이야기에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과 실존했던 인물들이 나와서 읽으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허구와 사실을 엄연히 분리돼야 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세미나를 하면서 그런 역사적 사건이 소설의 배경이 됨으로써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전쟁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어떤 말들을 주고받는지,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세하게 묘사합니다. 인간의 삶이 역사와 분리되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막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역사’라고 하면 영웅들이 이끌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톨스토이는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주변부의 인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인간의 일상적 욕망을 포착해 냅니다.

저는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에서 등장 인간들이 각 국면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삶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이었습니다. 그는 삶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허무주의적 태도를 보입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서 그는 위대한 인물이 되기를 꿈꿉니다. 나폴레옹은 그의 영웅이었죠. 이런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지루한 일상의 탈출하기 위해 전쟁에 나가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그가 전쟁 중에 혼수상태에 빠져서 실제로 죽음에 직면하여 나폴레옹을 만났을 때 그는 그가 꿈꾸던 영웅이 작고 보잘것없은 인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영웅이 되기를 꿈꾸었던 바로 그곳에서 영웅에 대한 상이 깨지게 됩니다.

 
“그는 저 위 아득히 높고 영원한 하늘을 보았다. 그는 이 사람이 자신의 영웅 나폴레옹임을 알았다. 그러나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는 저 높고 무한한 하늘과 자신의 영혼 사이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에 비해 이 순간 나폴레옹은 몹시도 작고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보였다. 누가 옆에 서 있든 자신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이 순간 그로서는 정말이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옆에 멈춰 주어 기뻤으며, 이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삶으로 자신을 되돌려 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이제 그는 삶을 아주 다른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683)

안드레이는 출혈로 인한 고통, 근접한 죽음이 불러일으키는 상념에 비하면 모든 것이 너무나 쓸모없고 하찮게 느껴졌습니다. 나폴레옹처럼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어 나갔던 전쟁에서 그는 위대함의 보잘것없음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삶과 죽음에 대한 무의미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그가 꿈꾸던 이상이 좌절되면서 다시 허무주의로 되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토론하면서 어떤 사건을 겪는다고 허무주의적 인간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나의 상이 깨졌기 때문에 아예 본래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요. 변화란 완전한 전복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자신이 지닌 이상을 깨뜨려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고 체념하는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에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나갈지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전쟁과 평화>라는 이름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교활동이 일어나는 공간과 전쟁이 일어나는 공간이 장마다 교차되면서 나옵니다. 그래서 사교를 평화의 영역으로 전쟁을 전쟁의 영역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교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보면 다들 가식적으로 웃고 즐거워 보이지만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한 욕망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교의 장 안에서 엄청난 알력 싸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전쟁터에서는 적을 죽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이 안에서 나름의 형제애를 느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의 영역을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이지요. 개인적 차원으로 볼 때 전쟁과 평화는 늘 우리 마음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같은 번뇌들을 겪으면서도 이런 것이 사라진 평화상태를 꿈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평화상태에 이르면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번뇌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각 인물들의 내면에서 펼쳐지는 전쟁과 평화의 전환지점에 주목해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2권의 나머지 부분과 3권 2부까지 읽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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