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인류학 숙제방

<집시>편 민담 정리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6-29 19:55
조회
91
<집시> 민담의 특징

# 잔혹

집시 민담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은 한마디로 잔혹하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약간 수위가 높아보이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모친 살해, 살인 등), 읽다보면 폭력이나 증오, 복수도 세상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식을 잡아먹기 위해 40년간 자식들을 쫓아다니는 아버지, 남자에게 눈이 멀어 친오빠를 살해하는 여동생 이야기(붉은 왕과 마법사), 자식에게 집착해 죽어서도 악령의 모습으로 찾아와 결국 아이를 숨지게 만드는 엄마 이야기(바나) 등은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 결코 ‘선’만은 아님을 경험하게 한다.


# 선악의 구도 뒤짚기

또한 기존의 선/악 구도로 구분지을 수 없는 이야기도 여럿 등장한다. 잘 훔치는 도둑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왕의 사위가 되고, 영리한 사기꾼은 순진한 농부의 돈을 해먹고 부자가 된다. 나쁜 짓을 했다고 꼭 벌을 받는 것은 아니며, 나쁜짓의 정의가 뭔지도 흔들리게 만들 만큼 도둑, 사기꾼의 결말은 불행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성

또 하나의 특징은 어디로 갈지 모르게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말 ‘시작’을 알릴 뿐, 어떤 결론도 담고 있지 않다. <암말의 아들>이라는 우화는 이 점을 가장 선명히 보여주는데, 줄거리의 요약이 어려울만큼 대책 없이 흐른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승려가 길을 가다 (이유 없이) 말을 버렸는데, 그 말에서 (엉뚱하게) 인간 아이가 태어난다. 그 인간 아이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갑자기) 의형제를 맺고, 그렇게 같이 길을 가다 적을 만나자 배신을 하고, 아이는 적을 뒤쫓아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고, 거기에서 양부모가 생기고, 양부모는 옛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고.. 로 이어지는 엉뚱한 대서사시.


# 집시문화 정리

집시들은 대부분 문맹이었고, 정해진 거처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생계를 연명했기에 이야기 소스만큼은 풍성했다고 한다(해설 참고). 그들은 주류 사회의 법체계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욕구도 없었고, 특히 육체노동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다른 기술 없이, 재산 없이 처한 환경에 유연히 적응하면서 사는 방식을 익혔다. 그런 덕분에 정착사회에 포섭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문화를 나름으로 보존할 수 있었고, 이런 성격이 현대로 오면서 제도를 거부하는 자유정신의 표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여타의 민담에 비하여 조금 더 도덕에 덜 구애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폭력이나 잔혹함을 억제하기보다는 이야기로 풀어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집시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일이 적었고, 경제적으로는 항상 부족했음에도 계속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집시’라는 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파육>의 이번 시즌 주제는 ‘가족’이다. 아래는 <집시>민담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 중 인상적인 것 중심으로 정리했고, 마지막 세 편(붉은 왕과 마법사, 요술 허리띠, 아시벨트)이 기존의 가족상을 해체한다는 점에서 손에 꼽을만 하다.


● 날렵한 영웅(아빠-딸)

관계 : 탑에 갇혀 사는 공주 / 딸에게 집착하는 아버지(왕) / 날개를 얻어 공주를 탈출시키는 왕자 / 약주고 병주고 약주는 하느님(그렇게 자비로운 타입은 아니다)

테마 : [부녀, 비행, 구출]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 갇혀 있는 공주 구출

장소 : 노파의 집, 궁궐, 산꼭대기


● 루비 랙(엄마-아들/시어머니-며느리)

관계 : 집시처녀 / 집시처녀에게 반했지만 엄마한테 휘둘리는 아들(기사1) / 버러진 집시처녀를 구해준 또 다른 남자(기사2) / 아들을 조종하는 엄마

테마 : [복수] 집시처녀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어머니 / 마마보이 남자에게 복수하는 집시처녀

장소 : 참나무 밑, 숲 속, 기사의 집


● 바나(엄마-아이)

관계 : 죽어서 악령이 되어 나타난 아내 / 아내가 죽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 귀신 엄마에게 길러지다 죽은 아이

테마 : [백수, 임신, 귀신, 집착] 죽은 엄마 악령의 집착, 죽은 뒤 아이도 함께 저세상으로 데리고 가는 엄마

장소 : 집, 무덤

기타 : 아내/아이의 엄마의 이름은 바나(‘허망함’이라는 뜻)


● 예순한 가지 재주(아빠-딸)

관계 : 딸에게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아버지 / 예순한 가지 재주를 배워야만 하는 공주 / 공주를 도와주는 노인(알고보니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알고보니 하느님))

테마 : [시험, 여행] 아버지가 준 미션을 통과하려다 겪은 사건

장소 : 왕궁


● 겁 없는 야니키스(오누이)

관계 : 두려움을 모르는 냉혹한 소년 야나키스(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폭력적) / 겁 많은 여동생 / 사람들을 괴롭히는 갖가지 요괴와 사탄들

테마 : [여행] 야나키스는 겁이 많은 여동생이 지겨워서 여행을 떠난다(여동생이 무섭다고 하면 “무섭다는 말을 할 때마다 몽둥이로 때리겠다”고 협박하는 과격한 오라버니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요괴와 사탄을 만나면 실컨 폭행한다. 야나키스에게 얻어맞은 요괴와 사탄은 오히려 야나키스에게 친근감을 보임. 부자가 되서 고향으로 돌아온 야나키스도 어이없는 사건으로 두려움이 뭔지 알게 된다(볼일을 보려고 하는데 황새가 엉덩이를 쪼아서 깜짝 놀람;;).

장소 : 요괴와 사탄이 무서워 8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마을, 무덤, 강


● 붉은 왕과 마법사(오누이) 

관계 : 음식을 모두 먹어치우는 어린 여동생(→마녀) / 죽음도 늙음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셋째 오빠 페드로

테마 : [여행, 전멸, 폐허] 사람들이 잠든 사이 어린 여동생은 괴물로 변해 모든 음식을 먹어치우고 사라진다. 여동생을 죽이는 대신 늙음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결혼할 여자를 찾아) 떠남. 백만년 후 고향으로 돌아온 오빠와 마녀가 된 여동생의 조우. 여동생도 죽고 오빠도 죽고 다 죽는다. 모두 죽고 사라짐.

장소 : 궁궐(→폐허)


● 요술 허리띠(아버지-자식/오누이) 

관계 : 먹을 게 없어 자기 가슴살을 잘라 요리한 아내 / 아내의 가슴살을 맛보고 (사람 고기 맛에 반해) 어린 자식을 잡아먹으려는 남편 / 아버지를 피해 도주하는 아이들 / 남자에게 눈이 멀어 친오빠를 죽인 여동생 / 환생해서 누이동생에게 복수하는 오빠 / 노인으로 변장해서 예언하는 하느님(여동생은 너를 죽일거야, 조심해)

테마 : [식인, 콩가루] 가족 죽이기. 아버지는 자식을 잡아먹기 위해 40년간 아이들을 뒤쫓는다. 아버지를 피해 달아난 오누이. 노인으로 변장한 하느님이 나타나 마법의 허리띠를 선물해주자 욕심이 난 누이동생은 오빠를 죽인다. 요정의 도움으로 환생한 오빠는 여동생을 찾아가  화톳불에 태워 죽인다. 그리고 오빠를 살려줬던 요정 중 한 명과 결혼해서 해피엔딩.

장소 : 산, 바다, 오두막


● 아시벨트

관계 : 12명의 자식들을 불태워 죽이려는 부모 / 부모님을 떠나 열두 갈림길로 헤어지는 12명의 형제들 / 11명의 형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모자란 막내(가 부모의 계략을 알아차리고 형들을 구한다)

테마 : [여행, 진실] 독립한 자식들의 귀환, 진실 밝히기(엄마, 아빠 우리 죽이려고 했었지??)

장소 : 열 두개의 갈림길 /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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