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숙제방

4학기 에세이 문제의식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11-05 21:22
조회
57
(가제)공정을 넘어 공존으로

 

(문제의식)

수많은 청년이 ‘공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공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아무리 애써도 자신의 삶을 돌볼 수조차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월급을 벌어도 월세살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힘들게 취직한 회사에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기 때문에 월세살이조차 장담할 수 없다. 결혼에 대한 부담감도 자기 삶조차 돌볼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와 반대로 부모를 잘 만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돈 많은 부모가 물려줄 자산은 앞으로 자식이 평생 일해서 벌 돈보다 훨씬 많으며, 학벌이 높고 인맥이 넓은 부모가 연결해주는 끈은 자식이 겪어야 할 많은 시험에서 가산점이 된다. 정유라, 조국의 딸 특혜, 숙명여고 부정 시험 등에 대한 분노는 좌우 정치 이념이 아니라 자신과 다르게 너무나도 쉽게 삶이 돌봐지는 것에 대한 박탈감이다. 한국사회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덕을 입지 못하는 청년들일수록 구조적으로 궁지로 내몰린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들이 원하는 공정이 바람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청년들의 공정은 능력주의다. 앞으로의 삶을 결정 지을 입시, 공시 등을 오로지 그 자신의 능력만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능력이란 그동안 노력해서 갈고 닦은 것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능력 외에 다른 요소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태만은 예방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능력만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당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 데에도 수많은 불공정한 요소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있는 집 자식일수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맞춤 조기교육을 받는다. 똑같은 출발선을 마련해도 착용하고 있는 장비가 너무나도 다르다.

게다가 능력주의-공정에 대한 요구는 청년 자신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격으로도 나타난다. 왜냐하면 능력주의는 온갖 혜택을 무임승차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한 사회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이 사회가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도 괜찮을까? 아니, 그것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청년들이 공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불안감 자체를 해석할 필요는 있겠다. 이 불안감은 자신의 노력 외에 어떤 것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적 제도는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하게,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능력주의-공정 모델은 청년들이 살아남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사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능력주의는 계층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요구이고, 그것은 삶에서의 성장과 발전을 전제한다. 하지만 이미 경제 성장은 끝났다.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성장이 불가능해지는 시대에 대한 부적응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청년들의 불안-공정은 앞으로 사회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요청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각자의 능력으로 각자의 삶을 돌보는 개인주의를 넘어 능력 자체가 함께 살아가는 데 이바지하는 공통의 삶, 공동체주의로 향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할 괘)

‘공통적인 것’을 형성하거나 혹은 ‘공통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중요시하는 등 공(公)을 다루는 괘들을 보려고 합니다.

대동(大同), 대공지심(大公之心)을 얘기하는 천화동인괘(天火同人卦).

양이 겸손하게 아래로 내려감으로써 음이 모두 기뻐하며 따르는 택뢰수괘(澤雷隨卦).

아래를 덜어 위를 증진시키는 산택손괘(山澤損卦) 혹은 위에서 덜어서 아래를 보태는 풍뢰익괘(風雷益卦) 중 하나를 쓰려고 합니다.
전체 1

  • 2021-11-06 14:00
    동인과 익괘를 중심으로 써보면 좋을 듯.
    함께 한다는 건 뭘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삶이란 뭘까.
    공정이라는 최근의 화두가 놓치고 있는 것은 뭘까.
    그리고 주역에서의 공/사가 지금 우리의 공/사와 같은가? (이것도 중요 포인트)
    청년들의 불안과 공정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지 말 것. 거기에 있는 논리적, 심리적 함정을 함께 볼 수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