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후고는 읽을 때 수확을 한다. 행들로부터 열매를 딴다. 그는 파지나pagina, 즉 페이지라는 말이 함께 나란히 놓인 포도밭 이랑들을 가리킬 수 있다는 점에 플리니우스가 이미 주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페이지의 행은 포도를 지탱하는 포도 시렁의 줄이었다. 그가 양피지 책장에서 열매를 딸 때 그의 입에서는 보체스 파지나룸(페이지의 목소리)이 떨어진다.... 그리스의 의사들은 구기(球技)나 산책의 대안으로 읽기를 처방했다. 읽기는 읽는 사람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 있다고 전제했다." 

이반 일리치는 후고를 인용해 말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흡사 포도를 수확해서 그것을 씹는 행위와 같다고 말이죠. 포도의 달콤새콤한 맛과 향이 온 몸에 퍼지면서 우리의 감각과 신체가 일깨워지듯, 책을 읽는 것은 페이지로부터 열매를 따서 씹고 또 씹고, 몸과 마음으로 그 맛과 향을 느끼는 행위라고 말입니다.^^
읽는다는 행위와 공부의 태도를 사유한 이반 일리치의 역작 <텍스트의 포도밭>이 출간되었습니다. 12세기 수도자인 聖 빅토르의 후고가 쓴 <디다스칼리콘>에 대한 일리치의 리라이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12세기의 '읽기 혁명'을 논하고 있지요. 양피지에서 책으로의 이행이 가져온 읽기방식의 변화 속에서 후고가 그랬던 것처럼, 일리치는 지금 우리 시대에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일 수 있는지, 무엇이어야 할지를 묻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것이 일상인 우리로서는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지요. 그래서! 깜짝 세미나를 마련했습니다. 규문의 친구들이 각 챕터를 발제하고, 읽기 내지 공부와 관련한 각종 수다(체험담?)를 늘어놓을 생각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이 아름다운 책을 함께 읽으실 분들, 주저말고 오세요~~~

참가자격은 하나,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을 완독하고 오셔야 한다는 것!  
언제?  8월 15일(월) 오후 6시!  광복절 저녁입니다. 우리에게는 공부가 해방니까요~~^8^  (푸짐한 간식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간식과 복사물을 준비해야 하므로 확실히 마음을 정하신 후 신청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대로, 반드시 텍스트를 읽고 오셔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