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숙제방

2학기 1주차 과제

작성자
이진아
작성일
2021-05-05 13:10
조회
74


규문 2021 스피노자S 2-1주차 과제/내가 만난 스피노자1/2021/05/05/이진아

-양태 공부 과정에서 마주친 나의 패턴의 재확인과 또다른 질문.

나는 왜 모르는 것을 ( ) 로 남겨두지 못하나?

두 해 전, 채운 선생님의 감이당 니체 수업에서 들어본 적 있던 스피노자, 그리고 말로만 들어본 그의 저작 <에티카>를 올해 절차탁마S에서 처음 직접 만나게 되었다. 스피노자의 철학을 다룬다니, 이름 밖에 모르지만서도 반가웠는데, 커리큘럼 소개에 메인 텍스트가 <윤리학>이라고 나와 있었다.. 고등학교 윤리 과목 마냥, 하품을 부르기에 딱 알맞은 제목이다. 세상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다. ‘에티카’라는 걸 말들 하던데 홈페이지 공지에는 ‘에티카’가 안보이네..? 그 재미 없어 보이는 <윤리학>을 신청한 이유는, 최측근인 한 분이 윤리학이 삶에 대한 태도를 다루는 것이라 중요한 것이라 추천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수업 등록을 하고 나중에서야 알았다. 윤리학=에티카라는 것을.

수업은 처음부터 몹시 난해했다. 서술 방식도, 줄줄이 나오는 극히 추상적인 기본 용어들도, 그 중 특히 잘 안 잡히는 개념이 ‘양태’였다. 1부 정의 5. 양태라 함은, 실체의 변용들, 곧 자신 외의 것 안에 있으며 또한 이 자신 외의 것을 통해 떠올려지는 것을 뜻한다. 양태의 개념이 도통 다가 오지 않았다. 영어를 찾아보니 ‘mode’란다. (예전에 채운샘께서 철학 개념을 이해하려고 사전적 의미 찾기는 하지 말라 하셨거늘) 사전에는 어떤 것이 경험되거나 발생하는 방식이라고 나온다. 나는 스피노자의 양태의 개념에 사전적인 의미를 덮어씌웠다. 그렇게 내 맘대로 해석한 채로 텍스트 진도는 점점 나아갔고, 그러다가 1학기 중반 즈음 강독 시간에 세미나 튜터 정수샘과 양태에 관련된 내용으로 질문을 하고 토론을 했는데 정수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도무지 다가오지 않았다. 양태를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튜터샘이 설명한 양태가 생소하다(내 버전의 양태와 다르다). 나의 해석이 어디선가 어긋났음을 발견했다. 나중에 수업 끝나고 어긋난 지점이 어디인지 찾다가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생각한 양태mode는 스피노자의 양태mode개념과 다른 것이었네? 양태라는 벽돌 하나가 이상한 것을 끼워져 있으니 그 이후 텍스트 이해가 흔들거린 셈이었다. 여태 몇 주 동안 교재 3페이지 정의 1-8까지를 계속 들춰보았는데, 기껏 해야 나 혼자 엉뚱한 곳에 와있다니. 그간의 헛짓들이 한꺼번에 휘릭 눈 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것이 내 사고의 습관(패턴)임을 봤다.

1단계-1 모르겠다. 1-2: 답답하다. 이해 안되면 싫다. 1-3: 화가 난다.

2단계: 급 단정, 판단하려 한다 (=초장에 끝장내려 한다) ->결과는: 실제의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의 판단 속에 갇힌다. ->실제 대상과 어긋나 다른 상을 내 속에 만들고 붙잡는다.

절차탁마S 1학기 개강 주말에 이사를 했다. 이사해 새로 만난 환경에서 처음 3주 정도, 이사 잘 못했나 싶던 새 집+동네A는 그 후 아주 살기 좋은 집+동네B가 되었다. 5년 반 전 제주로 이사 왔을 때 반년 가량 나의 반응과, 까칠하신 나의 두번째 문인화 선생님께 적응하기 등 여러 경우에서 작동한 내 사고의 습관이 양태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보였다.

나에 대한 질문: 나는 왜 모르는 것을 ( ) 로 남겨두지 못하나?

나는 올해로 5년 째 문인화를 하고 있다. 문인화는 대상을 표현하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문인화는 화법, 필법, 법이 중요하다. 선을 알고 법을 알아야 할 수 있다고 해서 5년째 법을 배워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산수화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산수화도 역시, 법을 알아야 한다. 근경, 중경, 원경, 그리고 돌, 나무, 풀 등 준법들이 있다. 그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학습의 연속이다. 이제는 내 작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1학기 종강 수업에서 채운 선생님께서 내가 보는 것이 내게로 와서 이것으로 변용되었다고 규정하는 순간 예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내가하고 있는 이 행위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 지 아직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지만 규정 되어진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동시에 아니 선행하여 작용하는 이 행위를 스피노자와, 그리고 나의 사고 패턴과 어떻게 연결시켜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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