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몽스쿨

5.29 격몽스쿨 논어 첫 주 후기 및 다담주 공지~!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6-01 21:22
조회
619
『대학』을 마치고 드디어 그 유명한 『논어』가 시작되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학수업 마지막 주까지 해서 2주 만에 만난 모두가 정말 반가웠어요. 새로 합류하신 진주샘도 규문 원년멤버의 친구분이시라더니 그래서일까요. 왠지 진작부터 알던 사이처럼 편안했습니다. 진주샘, 자꾸 시험이니 재시험이니 나머지 공부니, 채운샘이 이런 저런 말씀으로 겁을 주셔서 긴장하신 것 같은데, 평소엔 별로 딱딱하고 무서운 모드 아닙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특히 일요일엔 채운샘이 좀 착해지시거든요. 이번 주엔 지지난 주에 저를 비롯한 한둘이 좀 혼날 짓을 대놓고 해놔서 좀 거시기하게 됐습니당. 평소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그리고 한자초보라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사실 그렇게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도 없거든요. 저처럼 완전 백지도 있으니 같이 천천히 해나가면 좋겠어요. 하다보면 의외로(!) 무척 재미가 있답니다. 흐흣. 참, 거기에다 우리 귀여운(!) 민호군도 처음 동참했군요. 원래 있던 사람이 다시 와서 앉아 있듯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 빼먹을 뻔 했네요. 민호가 같이 수업을 들으니 뜨거운 동지애가 진심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옵니다. 동지여, 환영하오~~!

 

이번 주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시라카와 시즈카의 『공자전』을 읽고 난 후 공자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나눠보았는데요. 저의 경우 사서를 처음 읽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지식도 전무한 상태여서, 셀 수 없이 여럿이 등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국가와 인물들을 정리해서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배경지식이 많이 없다보니 읽는 속도도 굉장히 느렸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요. 우리가 보기에는 좌절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평생 동안의 잦은 유랑과 망명과 나쁜 타이밍으로 고생스럽고 불운해 보이는 삶이, 오히려 소위 잘 나갔다면 그냥 수많은 평범한 정치인 중의 하나로 남았을 운명에서 공자를 구해낸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어요. 인간이 생각하는 좋은 것, 행복한 삶, 잘 풀리는 삶이 정말 좋은 것이고 행복한 것이고 잘 풀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유가와 묵가, 노장 등의 여러 사상의 관계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한 사상에 대한 비판자로 다른 사상이 일어나는데, 비판은 동일한 차원에서 자기분열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이 놀라웠어요. 비판은 이질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비슷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거예요. 유가를 비판한 묵가가 처음 유가적인 입장에서 출발했고, 유가와 기원도 같이 한다는 예를 들 수 있겠고요.

그리고 이런 저런 해석들이 재미있는 게 많았어요. 예를 들면, 『장자』「대종사」에서 공자가 안회의 깨달음에 감탄하면서 제자인 안회의 뒤를 따르겠다고 한 부분을 읽었을 때, 전 단순히 이것을 유가(공자)를 비꼬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요. 시라카와 시즈카는 이것이 이미 새로운 이데아의 주체적 행위자를 찾고 있었던 공자의 소망을 장주가 꿰뚫어 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는데 무척 새로웠어요. 또, 그가 『노자』에 대해서 ‘패배의 사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처음에 납득이 안 되고 엄청 거슬렸는데, ‘어리석은 송나라 사람’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짐작되는 당시의 여러 일화들(역사적 사실들)을 듣고 보니 아주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재미있었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세 학기 째 동사서독을 듣는데, 격몽스쿨의 책 읽어오기 과제에 공통과제가 딸려올 거라고는 아예 짐작도 상상도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하기까지 하네요. 착한 일요일 버전의 채운샘이 격노(!)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다음번『공자 최후의 20년』읽는 과제에는 꼭 한 페이지씩 감상을 적어오도록 합시다! 깨알 같은 독려 멘트입니다~

 

책을 읽고 나눈 모두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무녀에게서 난 사생아라는 그의 출신과 연결하여 고생스런 소년 가장이었을 어린 시절, 서민성을 지닌 생활인으로서의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사실 그런 환경이 공자에게 인간과 인간의 삶을 깊이 응시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얘기도 함께요. 사실 밑바닥에서부터 자기 힘으로 능력자가 되어서 엄청난 담론을 형성하기에 이른 공자야 말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경우가 악조건에 지배당하지 않는 인간의 내재적 역량만으로도 삶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또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양호와의 묘한 라이벌 관계’를 중심으로 한 공자의 삶을 보는 새로운 해석이었는데요.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전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거룩하고 흠 없는 성인 공자가 이런 인간적인 이유들로 삶의 중요한 것들을 결정했으리라고는 기존의 편견 속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가 없거든요. 사실 이점은 채운샘께서도 강조하셨는데요.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계속 주의해야 할 점은 공자를 단순히 신격화하지 말고 역사적인 맥락을 잘 살펴보고 현실적인 인과관계를 잘 구성해서 그 안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잘 생각해 볼 것! 인물의 삶을 역사 속에 넣고 봐야 배워야 할 것들이 제대로 보인대요. 인간은 자기 시대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또 하나, 공자의 글쓰기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요. 문체가 굉장히 세련되었다고 하잖아요(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배우다보면 언젠간 차이가 보이려나요?!).

 

그리고 공자의 반체제인사로서의, 혁명가로서의 면모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중요했던 것 같아요. 사실 공자가 말한 이야기, 그러니까 우리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품으로 신분이나 빈천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지금 우리에겐 익숙해서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 얘기지만요. 사실 그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계급제도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으로, 천대받던 자들이 공부를 통해 자기 해방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진정한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공자왈, 맹자왈 하면, 무슨 보수의 대표인 것 같은 이미지인 것 같지만 사실 그 당시의 공자무리는 급진적, 반체제적 세력이었다는 거죠. 춘추전국시대는 이전의 가치질서가 무너진 소인의 시대라고 할 수 있었어요. 부와 명예, 아름다움이라는 외적 가치만이 높게 평가되는 시기로, 어떻게 보면 지금의 우리 시대와 너무도 비슷한 시대였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이 맥락에서 보면 지금 이 소인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공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사서를 읽자고 시작했던 격몽스쿨 첫 시간 때였나요. 홍순각 샘의 지인분께서 요즘 시대에 왜 그런 낡은(구닥다리? 약간 이런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묻더라고 하셨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공자는 이러한 소인의 사회에서,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사회질서를 새롭게 만들어보고자 했던 뜨거운 열정을 가졌던 것 아닙니까.

 

아무튼, 수업 시간엔 동양과 서양의 철학의 원류, 그 공통점과 차이점도 재미있게 들었는데요. 지금은.. 저질체력을 핑계로.. 그냥 공지를 남기고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걸로도 힘에 부치네요. 요즘 체력이 부쩍.. 헥헥..

 

공지: 돌아오는 일요일은 휴강입니다! 규문 동사서독 팀에서 일본 답사를 가거든요.

우린 6월 12일 오전 9시 반에 만나면 되겠습니다!

과제 : 『공자, 최후의 20년』 읽고 A4 한 페이지 분량으로 소감문 써오기~

 

그럼 모두 한 주 잘 쉬시고, 고 다음 주 일요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전체 1

  • 2016-06-02 09:31
    다담 주에는 부지런히 읽어 갈게요! 씨유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