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03.20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3-17 12:05
조회
240
공지가 너무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ㅠㅠ

비극의 탄생이 끝났습니다! 책은 딱 생각한 것만큼 난해했던 것 같고요, 함께한 많은 목소리들은 생각 이상으로 텍스트를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대로 쭉쭉 함께 완주하면 좋겠네요!

저는 그동안 세미나에서 제기되었던, 그리고 그러나 충분히 해결되지는 못한 질문들을 조금 정리하는 것으로 비극의 탄생 후기를 대신해보겠습니다. 우선 니체가 책 안에서 가장 힘주어 주장하고 있는 명제. “실존과 세계는 오로지 미적 현상으로서만 정당화되어 나타난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때 니체는 예술이라는 어떤 영역에 특별히 가치를 부여하고 미적현상으로서 실존과 세계가 정당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니체의 논의를 따라 가보면 이때 ‘미적현상’이라고 그가 말하는 것이 미추의 구분 속에서 취해진 ‘아름다운 것’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니체에게서 낭만주의의 영향이 엿보인다는 의견도 있었고, 도덕적이거나 학문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의 삶 그 자체에 대한 긍정을 말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니체가 도덕적 인식이나 학문적 인식 보다 심미적 인식을 우위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니체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특히 예술 중에서도 음악이 그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었을지에 대한 질문도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니체가 ‘음악’, ‘예술’이라고 말할 때 그것이 단순히 어떤 독립적인 영역이거나 특정한 장르 자체라고만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데에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지만, 분명 니체는 그리스인들의 예술을 분석하고 있고, 그것의 부활로서 독일의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예술은 무엇보다도 자기 영역에서의 순수성을 바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물론 이러한 니체의 말이 예술이 다른 것들로부터 동떨어진 고유의 순수한 영역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자기 비판의 시도>에서 스스로 말하는 바에 따르면 애초에 그의 논의 자체가 예술이라는 순수한 영역에 대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깔끔하게 질문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니체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태도나 정신성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니체가 ‘예술’과 ‘음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태도란 무엇인지. 이번에 읽은 부분에 나오는 ‘모랫더미를 세우고 부수는 아이들’과 ‘미적 유희’라는 말이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도 같네요.

또한 ‘독일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니체의 모습에 대한 당혹감은 비극의 탄생 후반부에 진입한 이후부터는 매주 이야기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가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읽은 <들뢰즈의 니체>의 생애 부분에서 들뢰즈는 민족주의, 프러시아와 비스마르크에 대한 공감을 니체가 짊어지고 있던 ‘최후의 짐들’이라고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독일적인 것에 대한 이끌림을 단순히 니체의 미숙함이나 오류로만 보아야할까요? 니체가 독일의 문화와 독일적 본질을 구분하면서까지 긍정하고자 했던 것, 바그너에게서 발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또한 쉽게 정리되지 않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단순한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니체는 ‘형이상학적 위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때 ‘형이상학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때 ‘형이상학’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니체는 실러의 개념을 빌려 ‘소박하다naiv’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 말의 뉘앙스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니체가 아티케 비극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음악을 통한 근원적 합일의 체험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미지화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분명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음악이 우리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경험하곤 하지만, 이때 자극되는 것은 우리의 익숙한 재현적 정서들이죠. 이런 방식으로 기능하는 음악은 내러티브에 완전히 종속되죠. 아마도 니체가 비극의 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단순한 동일시가 아닌, 개체화의 원리가 무화됨과 동시에 오는 근원적 합일(?)을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니체는 이것을 예술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두었던 것일까요?

다음주 발제는 유주샘과 현정샘이 맡아주셨고요, 간식은 무영샘과 현숙샘이 맡아주셨습니다. 『반시대적 고찰』은 7절까지(책세상 234p) 읽어 오시면 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전체 1

  • 2017-03-19 21:48
    음.... 또 새롭고 또 멍해지는구만요~
    음....여전히 질문만 남는구만요~
    토론에 나왔던 질문을 기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야튼 질문을 짊어지고 또 쌓을지라도 낼 뵈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