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3.27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3-23 14:47
조회
231
이번 주에는 많은 분들이 빠지셔서 단란하게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테이블이 만드는 원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ㅋㅋ!) 이번 주는 『반시대적 고찰』의 첫 번째 시간이었는데, 니체의 신랄함을 권장량 이상으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불쌍한 슈트라우스 씨는 거의 난도질당하고 있더군요. “슈트라우스는 이렇게 인용하고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구역질을 억누르기 위해 잠깐 얼굴을 돌린다.” 같은 문장을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라게 되죠.

그런데 니체는 왜 슈트라우스를 이렇게나 비판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슈트라우스를 무엇으로 보고 니체는 비판하고 있는 것일까요? 니체가 단순히 한 명의 사상가로서 슈트라우스를 대하며 그의 오류나 그의 사상이 지닌 한계 같은 것을 비판했으리라고는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니체는 동시대 속물 교양의 대표자로 그를 지목하고 있죠. 그렇다면 문제는 니체가 ‘속물 교양’이라고 규정하며 비판하는 것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 하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분명 니체는 1873년 독일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그의 적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공격했을테지만 그의 비판에서 어떤 유용성을 발견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니체의 속물교양에 대한 비판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속물들이 항상 탐구자로서 존재했던 과거 독일의 위대한 저자들을 발견자로 만들어버리고 그들을 자신의 토대로 삼았다는 구절이었습니다. 속물교양인들은 자신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심지어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는 사유들을 납작한 지식으로 만들어버리고, 그것을 소유했다고 믿으며 자신들의 현재를 정당화하는 토대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니체의 비판이 이런 것이라면 그의 칼끝은 니체를 읽는 우리에게도(!) 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니체는 속물 교양과 싸웠다’거나 ‘니체는 이론적 인간을 비판했다’는 식으로 그의 위험한 싸움을 협소하게 만들고 ‘역사적으로’ 본다면 니체를 읽으며 니체의 적이 되는 길일지도 모르겠네요(ㅠㅠ). 니체한테 미안하지 않게 더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묘하게 도덕적인 결론이네요(!)

다음 주 공지하겠습니다. 1. 『반시대적 고찰』 1권을 끝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2. 발제는 권선화 선생님, 간식은 이유주 선생님, 김경아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뵐께요^^
전체 3

  • 2017-03-23 15:41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결론이 '도덕적'이라는 진부한 편견!ㅊㅊㅊ (이 반도덕적 도덕주의자야!) 소니, 이제 정예멤버만 남은 건가요? 과연 9주차에 몇 분이나 저와 만나게 될지, 궁금합니다.ㅋㅋ

  • 2017-03-23 19:42
    찔리는 건.. 거의 인간다리미 수준으로 모든 걸 납작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탓이겠죠..

  • 2017-03-26 17:13
    니체를 만나면서 니체적이기 보다 상식적인 교양의 길만 알아도 싶기도 합니다^^
    니체가 씹어대는 사람들 또한 굉장한 지점의 인사들이라서^^
    여전히 니체의 관점이 익숙하지 않으터라 익숙해져야 보이는 것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니체를 알만한 때가 온다면 정말 과감히 버리고 싶은 것이 이 니체 텍스트이며 니체인 듯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