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04.10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4-06 19:19
조회
206
이번 주에는 『반시대적 고찰』 2권의 5장까지를 함께 읽고 그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니체의 사유는 당시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몹시 낯설게 다가옵니다. 그때문에 이번 주에는 니체가 역사를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니체는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비극이 무엇인지, 학문이 무엇인지, 문화란 무엇인지, 교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역사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명확히 잡히지는 않지만, ‘그것은 삶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가’ 정도가 니체의 접근방식에 가깝지 않을까요? 니체가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방식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니체는 역사를 그것을 출현시키는 현재의 삶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합니다.

우선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는 역사가 필요하다”라는 니체의 말이었습니다. 니체가 보기에 역사와 무관한 삶은 없습니다. 인간은 항상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망각하는 동물인 염소는 순간의 말뚝에 묶여 우울감도 권태도 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인간은 기억하는 동물이죠. 인간은 많은 경우 기억의 하중에 짓눌려 살아갑니다. 하지만 동물들의 행복을 부러워하는 것을 부질없는 짓이겠죠. 니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동물처럼 권태도 없이, 고통도 없이 살고 싶지만, 동물처럼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억과 망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니체가 강조하는 것은 “망각 없이 산다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조차 망각을 필요로 합니다. 경아샘이 발제문에서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예를 들어주신 것처럼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건 사실 어떤 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기억은 망각과의 관계 속에서 조형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억 살아있는 자가 망각과 더불어 구성하는 것일 따름이며, 그런 점에서 역사란 살아있는 자에게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와 무관하게는 살 수 없고, 죽음 외에는 우리에게 영원한 망각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니체는 우리에게 “지식의 정원에서 한가하게 놀고 있는 버릇없는 게으름뱅이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역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니체에 따르면 우리는 “삶과 행위를 위해서 역사를 필요로 하지, 삶이나 행위를 편안하게 기피하기 위해서 또는 이기적인 삶이나 비겁하고 나쁜 행위를 미화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니체가 ‘삶과 행위’라고 말하는 것과 ‘삶과 행위의 기피’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극의 탄생』을 상기해보면 니체는 삶을 고통스럽고 덧없는 것으로 보고 있었죠. 그리스 비극의 염세주의는 예술적 정당화를 통해 그러한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희정신 발휘하는 것이었던 반면, 학문적 낙천주의는 삶에 대한 회피를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니체는 역사를 통해 삶의 무의미를 견디고 행위함으로써 의미를 만들어가는 방식과 역사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획득했다고 믿고 삶과 행위를 기피하는 방식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시대적 고찰』의 각각의 권들이 항상 “토끼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킨 다음 조용히 햇볕에 누워 가장 필요한 동작 외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뱀”과 같은 당대의 속물교양에 대한 비판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네요. 자세한 후기는 경아샘께서 써 주시리라 믿습니다(!)

다음 주는 이번 시즌(?)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채운샘 강의(질문에 답해 주시는 시간)가 예정되어 있죠! 강의는 질문에 답변을 주시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니 강의를 듣는 우리의 준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헷갈리거나 도저히 풀리지 않았던 질문들을 다시 정리하고 다듬어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여러 사정 때문에 못 나오셨던 분들도 다음 주에는 와서 함께 들으면서 마무리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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