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2017.5.11 오!카프카 후기와 공지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5-11 17:49
조회
229
2017.5.11 카프카 후기와 공지

이번 시간 토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다음의 질문이었습니다.
왜 써야할까. 왜 느끼는 데서 머물러서는 안 되는가. 이번 세미나에서 만들어진 이 질문이, 지금껏 읽어온 카프카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데 단단히 기여한 것 같습니다. 그가 얼마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심약함이나 실패가 아니라) 자신의 힘을, 추진력을 표현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었거든요.
제가 지금껏 ‘실패의 기록’이라고 읽었던 카프카의 일기들이 ‘투쟁의 흔적들’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는 점이 이번 세미나에서 얻은 선물인 듯해요.
그는 무엇과 투쟁하는가. 글쓰기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짜여진 업무시간, 아니면 강압적인 아버지, 아니면 안 풀리는 연애문제나 사회생활에서의 끄달림?
카프카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점은 그가 이런 ‘내 문제’, ‘내 고민’, ‘내 처지’에 사로잡혀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것도 글쓰기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 자기 문제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그러한 문제가 자신의 사유를 잡아먹게 하지 않도록 한다는데 있는거 같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대한 문제는 그것을 “쓰는 것”이었고, 자신을 가로막는 것은 “쓴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쓰지 못할 때의 불안” 뿐이었지요.

끊임없이 일기에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했던 카프카, 그는 그 자신의 말대로 '실패'하고 '좌절'한 것이었을까요?
불행한 내가 책상에 앉아 ‘난 불행하다’고 적습니다. 그때의 나는 정말 불행한 상태일까요? 블랑쇼는 아닐거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불행의 상태는 나의 힘의 고갈을 의미하고, 나의 불행의 표현은 힘의 증대를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내가 아무리 불행하다 할지라도 책상 앞에 앉아 ‘나는 불행하다’라고 적는 순간, 그것은 이미 ‘힘의 소진’을 소재로 삼아 표현하는 ‘힘의 증대’에 다름 아닙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는 실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생활하고 사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슬픔의 감정이 사유할 수 있는 시야를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허나 '나는 고통스럽다'고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이 쓰여지는 글의 어떤 조화를, 정확한 전개를, 그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내가 아무리 고통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부정적인 것을 인정하고(혹은 긍정하고) 갈 수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어쩌면 카프카가 말하는 실패와 좌절이란, 자신의 감정을 느끼되 그 속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글로 풀어내는 '힘의 표현'이 아니었을까요?

카프카는 1912년 9월 22일에서 12월 6일까지의 74일 동안, 원고지로 400장 이상을 써내려갔습니다. 게다가 같은 기간에 약혼녀에게 자주 10장이 넘는 편지를 60통 이상 썼지요. 하루만에 <심판>을 쓰고, <변신>이란 작품을 내놓고, 틈틈이 엄청난 양의 편지를 쓰던 창작욕이 넘치던 시기.
재미있게도 이 1912년의 일기에는 ‘불안’이나 ‘무無’에 대해 거듭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쓰고있을 때야말로 그는 극도로 불안했고, 고통스러워했으며, 자기 경계에 부딪혔고, 그리고 ‘쓰기’의 힘을 느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다음주 공지
다음주는 평전의 서론과 목차를 써옵니다. 총 분량이 3쪽임을 염두하고 1페이지의 가량의 글을 써오시면 되어요^^
목차는 글을 어떻게 전개할지 소제목을 달아서 구체적으로 잡고요,
<카프카의 일기>를 기본 텍스트로 자신의 주제와 관련된 짧은 단편을 분석해도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전체 1

  • 2017-05-11 19:41
    이응은 전진한다! 이번 세미나 시간에 스스로의 힘을 확인하신 모양입니다? ^^
    '쓰기의 힘'이라는 키워드로 카프카 님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에는 카프카의 작품 속에서 그 힘을 '맛'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