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6.5 소니 세미나 후기

작성자
김경아
작성일
2017-06-09 15:08
조회
305
6월6일을 앞둔 징검다리 연휴라 수늬샘과 알렉스샘이 같이(^^) 빠지시는 바람에 조촐한 세미나가 되었지만 열기는 여전히 후끈후끈 했습니다. 물론 날이 더워서이기도 했지만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3장. 종교적 삶>을 돌아가며 읽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속박하는지 파괴적인 종교의 힘과 지배력이 놀랍다고 했습니다. 한편 종교가 사람들이 원하는 축복이라도 주지 않으면 누가 종교를 믿을까라는 니체의 말에 가벼움도 느꼈다고 합니다. 신성하고 경이로운 종교에 비평을 가하는 것을 불경스럽다고까지 생각하는 시대에, 니체는 종교의 힘을 인간의 심리적 측면에서 하나씩 분석해내 갑니다. 종교라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자연을 인간이 믿는 마술과 기적의 힘으로 제어해보고자 하는 순박한 소망에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기원입니다. 자연조차도 인간의 표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결과가 종교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3장 제목인 “종교적 삶”을 이중적으로 사용한 듯합니다. 원시사회의 이런 인간적인 노력을 종교적 삶으로, 그리고 니체 시대의 종교에 완전 잠식당한 삶을 또 다른 의미의 종교적 삶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명제는 단지 기독교의 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 종교, 진리 등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적 종교가 아닌 신이나 종교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은 것일까요? 니체는 신을 인정하는지 대해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절대화된 신, 삶을 피폐화 시키는 신과 종교를 비판합니다. 삶을 억압하는 종교나 신은 이성의 오류일 뿐이라고요. 이것을 깨달음으로서 원죄,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 모든 것의 필연성을 인정하고 인간의 책임 없음을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은 죄가 없으며, 인식이란 무죄를 위한 통찰” 이라는 것을 주장합니다.

2장의 도덕에서도 주장했던 인간의 책임 없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운명의 필연성만 받아들이고 자유의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은 허무주의가 아닌가? 우리는 어떤 힘을 가지고 삶을 지켜내야 하는가? 여기서 자유의지는 필연성을 거스르는 힘으로, 힘의지는 필연성을 인정하며 추동하는 힘으로 저희끼리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의지를 인정하며 필연적으로 흘러가는 운명에서 삶을 오롯이 지켜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조건 안에서 해석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불교세미나에 참석하는 학인분들이 해주셨습니다. 니체는 불교를 허무주의로 생각한 것 같은데,  어쨌든 니체의 사상과 불교는 접점이 많은 듯 했습니다.

이렇게 붓다, 스피노자, 니체처럼 고귀한 사상을 가진 인간들이 있었는데 왜 우리는 이 모양 이 꼴일까? 라는 솔직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공부하다가도 나는 왜 이럴까 아주 자주 빠져드는 생각이죠.^^ 결국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이고, 심리학적인 넒은 그물망으로 사고해야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고 조금은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겠죠. 그래서 니체로 무작정 끌려 들어가지만 말고, 니체를 내 삶으로 끌고 오자는 희망적인 결론으로 마쳤습니다.
전체 3

  • 2017-06-09 19:19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잘 정리하셨네요. 그런데 니체는 기독교의 신과 종교만 인정하지 않은 것일까? 혹시 그리스의 신들은 인정한 것일까? 혹시 니체는 기독교 외 다른 종교나 신은 인정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종교적 삶> chapter를 꼼꼼히 읽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단, 니체는 그리스 신들을 기독교 신(위계적, 수직적, 절대적)과 비교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것은 그리스인들의 신의 표상에 대해 긍정하는 것일 뿐이지요. 그리스 신이라는 것이 상상과 허구의 산물이라는 것쯤은 우리도 인정하죠.ㅋㅋ 기우 때문에 덧붙여 봅니다요^^

  • 2017-06-09 20:04
    제 생각엔 종교를 인정하고 말고 하는 것은 니체의 권한도 관심도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니체는 그저 경아샘이 지적하신 것처럼 삶과의 관계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것이겠죠. 그러므로 니체는 '신이 존재한다/존재하지 않는다'하는 식의 논쟁으로부터 벗어난 자리에서 종교를 논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를 인간 심리의 메커니즘을 통해 사유했다는 점에서) 굳이 말하자면 니체는 완벽한 무신론자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2017-06-09 21:42
      완벽한 무신론자~~ 굿입니다ㅎ. 건화씨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