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10.16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10-10 14:15
조회
101
“자유정신들은 그처럼 어떤 때는 쾌활하고 또 금방 생각에 잠기는 현자, 방랑자 그리고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이른 아침의 비밀에서 태어나, 왜 열 번째와 열두 번째를 치는 종소리 사이의 낮이 이렇게 순수하고 투명하며 빛나도록 화사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한다 : 그들은 오전의 철학을 찾고 있다.”(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책세상, p.450)

“니체에게 철학은 하루 일을 마친 후의 반성 같은 것이 아니다. (…) 니체는 일을 마무리하는 황혼이 아니라 일을 시작하는 새벽의 공기를 사랑한다. 그는 황혼의 부엉이가 아니라 동트는 새벽에 고개를 쳐드는 독수리를 사랑한다. 일에 뒤처진 사유가 아니라 일에 앞서는 사유, 일을 마무리하는 사유가 아니라 일을 시작하는 사유가 니체가 생각한 철학일 것이다.”(고병권, 《언더그라운드 니체》, 천년의 상상, p.31~32)

니체에게 철학의 시간은 아침입니다.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저의 경우 철학이라 하면 왠지 저녁이나 밤이 떠오릅니다.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지혜로운 현자의 모습, 혹은 모두가 잠든 새벽 고뇌에 찬 얼굴로 자신의 광기와 마주하는(^^?) 미친 철학자의 모습. 제가 생각해도 너무나 진부하네요. 이런 이미지에는 철학을 활동적이지 않은 무엇으로 보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철학은 정신없을 정도로 온갖 것들이 뒤엉켜 작동하고 있는 낮 시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그러나 니체에게 철학은 행위의 바깥에 있거나 행위 이후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행위! 즉 실행, 실행, 실행!”(아침놀, 22절)

알렉스샘이 발제를 통해 설명해주신 것처럼 니체는 “윤리가 먼저 있고 그에 따른 풍습이 생긴 것이 아니라, 전승된 관습이 있고 그것을 거스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윤리가 생겨났다”(알렉스 샘 발제문 中)는 것을 설명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법칙이나 근거, 논리 이전에 우선 행위가 있고, 몸이 있습니다. 니체가 기독교를 분석하는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죠. 성경의 저자는 성령이 아니라, 율법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바울로의 육체와 생리적 충동입니다.

아침의 철학자 니체는 가장 마지막에 오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반박으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신,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또한 이 믿음이 무엇을 통해 무게와 중요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증명하죠(계보학). 니체는 모든 행위가 이루어진 뒤에 그것의 선악미추를 저울질하는 황혼녘의 철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초월성을 자임하는 가치들의 지반을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어”엎음으로써 “가치 평가들을 자발적인 의지로 다시 한번 철저하게 체험”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알렉스 샘 발제문 中)을 실험하죠. 이것이 "오전의 철학",  “일에 앞서는 사유”가 아닐까요.

다음주에는 《아침놀》 2권을 읽어오시면 됩니다. 발제는 수늬샘께서 맡아주셨고 간식은 따로 문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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