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카프카 후기입니다

작성자
성연
작성일
2017-10-11 13:12
조회
99
지난 시간 읽은 유고집은 우리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저는 골목길의 속도로 산다는 것과 방 안의 속도로 산다는 것에 이끌렸더랬습니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상인으로 골목길의 산책자로 전차 위의 승객으로 등장해서 자신이 속한 시민 사회의 속도를 말해줍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골목길로 대변되는 자신이 몸담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이 속도에 책임이 있다고. 무슨 책임일까요.

아무리 글쓰기의 유령이 출몰하는 방의 시간을 가지는 카프카라 해도,머리와 몸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살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책임감? 이 사회의 속도가 싫어도 자신 역시 그 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존재라는 책임감일까요.

아무리 괴상쩍은 카프카라 해도 상인으로 시민으로 보험사무실 직원으로 전차에 올라타고 골목을 걸어 다녀야하는 존재였을테니,자신이 거리의 속도와 깊은 관계성 속에 놓여 있다는 감각을 깊숙이 느끼고 살았을 겁니다.

그렇게 그는 골목길로부터 자기의 방 안으로 돌아오는 순간, 전혀 다른 속도,다른 시간성을 삽니다.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성이 지워지고 글쓰기를 하면서 겪어지는 시간. 그것은 순간만으로 존재하는 시간이겠지요. 시민 카프카에서 글쓰는 카프카로 살아지는.

골목길과 방 안. 이 두 세계를 카프카처럼 극명하게 대비되게 살았던 사람도 드물지 싶습니다. 보험  회사 일도 잘 하고 글도 기이하게 잘 쓰고. ^^그는 확고한 '이 세계'와 이 세계를 뿌리 채 흔드는 다른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갔을까요. 너무도 확고부동한 이 세계 속에서 매순간 흔들리며 산다는 것. 그것이 가능한 지점 찾기. 이것이 우리가 카프카 작품을 열광하며 읽게 되는 묘미인 듯 싶습니다.

안 끝날 것 같았던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이제 세미나도 다시 시작되는 한 주입니다. 저는 2주내내 테순이로 살았는데요. 테레비와 뒹구는 생활을 청산하려니 아쉽지만 뭐, 우리에겐 카프카가 있으니까요.ㅜㅠ  ㅋ 모두 낼 뵈어요.

 

 
전체 2

  • 2017-10-12 00:53
    매 순간 '다만 그렇게 보이는' 나무들 속을 걸어다니는 카프카님! 성연 선생님과 카 선생님께서 함께 산책하시는듯 합니다. 오홍홍^^ 내일도 겁나게 읽어보아요!

  • 2017-10-12 14:12
    확고부동해 보이는 이 세계를 흔들거리게 다시 보는 것이 카프카를 읽는 묘미이련가ㅋ 방에서나 골목길에서나 낯섬을 감지하는 자는 세계를 이렇게 그려낼 수밖에 없는 거겠죠? 흔들흔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