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절차탁마

절탁 서양 2주차 후기 및 3주차(2.21)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02-09 00:01
조회
246
안녕하세요! 어제는 일요 절차탁마 두 번째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첫 번째 책인 《국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고, 성균관으로 산책도 다녀왔습니다. 때로는 이야기가 허공을 떠도는 듯했고, 말들이 돌고돌기도 했으며, 옆에서 이우는 눈에 띄게 기력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 그래도 저는 즐거웠습니다.

공동체적 삶과 주고받음에 관한 훈샘의 문제의식과 모두가 자신의 덕을 실행하는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일지 궁금해 하셨던 연주샘의 이야기, 자기 자신을 알고 싶으신 수경샘의 질문과,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에 꽂힌 민호가 느낀 감동과 고대인들이 갖고 있던 전체적인(?) 관점에 대한 저의 궁금증 등등이 모여서 이루는 즉흥적인 불협화음이 저는 나름대로 재밌었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싶지만, ‘올바름은 하나인가 여럿인가’라는 이우의 날카로운 질문도 좋았고요. 그래도 분명 앞으로는 좀 더 텍스트를 꼼꼼히 정리하고 공통된 바탕 속에서 이야기를 끌고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민호가 카톡으로 공지한 것처럼, 다다음주에는 텍스트에서 전개되고 있는 논의들을 꼼꼼하게 따라가면서 논점들을 정리해주시고 그 과정을 바탕으로 질문을 이끌어낸 메모를 준비해주세요. 저희 반장들도 더 즐겁고 유익하게 토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저는 세미나 준비를 하면서 1, 2장을 두 번 읽었는데요, 첫 번째는 전체적인 줄거리를 따라가고 두 번째는 등장인물들의 논거를 따져가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정리를 하며 읽다보니 새삼 플라톤의 글쓰기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읽을 때는 특히 대화 상대자들의 반박하는 소크라테스의 논거가 그냥 우연적인 거라고 여겨졌습니다. 상대를 무릎 꿇게 하기 위해서, 상대의 견해(doxa)를 타파하고 무지를 자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취해진 방편 정도로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다시 읽다 보니 소크라테스의 논거가 되는대로 취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트라시마코스에 답하며 불의는 우주와의, 신과의, 타인들과의, 자기 자신과의 불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올바름이란 순진무구한 양심이나 수동적인 준법정신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 속에서 자기 행위에 어떤 한계나 적도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게 여기서 암시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플라톤이 어떻게 올바름의 이미지를 확장하고 또 구체화시켜줄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현재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아무튼, 제 후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설연휴 쉬고 다다음주 일요일(21일)에는 《국가》 3, 4권을 읽고 메모를 해오시면 됩니다. 메모는 말씀드렸듯,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각각의 논의들을 요약하고 논점을 끄집어내시는 방식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3, 4권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많이 언급된다고 하니, 연휴동안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시거나 해당 텍스트를 직접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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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9 10:08
    이천사백 년을 건너온 글을 더듬더듬 읽는 일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는 것 같네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플라톤을 우리가 만날 수 있을지...고것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메모하며 읽어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