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은 소비량의 스펙트럼 상에서 해로운 종말점을 향해 나아가는, 보통은 계획되지 않은 여정이다. (…) 중독은 사회적인 동시에 생물학적인 과정이다. 스트레스와 또래행동 같은 사회적 조건도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는 데 영향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중독 과정은 뇌에서 이루어진다. 알코올, 마약, 중독성 행동에 자주 의존하다 보면 유전자 발현의 변이 등 뉴런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새하얀 시트에 염료 방울이 번져나가듯 변화는 중추 신경계의 점점 더 많은 부위로 확대된다. 이런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되며, 한창 뇌가 발달하는 중이라면 특히 그렇다. 그래서 중독적 물질이나 오락을 어려서 일찍 경험할수록, 중독을 끊은  후에도 한때 그 물질과 행동에 대한 강렬한 정서적 기억을 간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중독의 특성은 습관성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정확히는 그들을 부추기는 바가 있다. 즉, 사람들이 가급적 이른 나이부터 자주 소비하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술집 주인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사내애들을 잘 대접하면 평생 고객을 손에 넣게 되는 데다, 그들이 더 많이 마실수록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니 말이다. 실제로 과다 음주자 상위 20퍼센트가 알코올 판매량의 80퍼센트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뇌 보상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되는 패턴이다.(…)
나는 이 문제의 주된 원인이 ‘변연계 자본주의’로 명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연계 자본주의’란 글로벌 기업들이 종종 정부나 범죄조직과 공모하여 과도한 소비와 중독을 조장하는, 기술적으로는 선진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퇴보적인 비즈니스 체제를 말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과도한 소비와 중독을 조장하기 위해 뇌의 변연계를 공략한다. 변연계는 느낌이나 신속한 반응을 담당하는 반면, 냉철한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변연계의 신경 연결 경로는 쾌락, 동기, 장기 기억, 그 외에 생존에 필수적인 정서적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신경회로들이 생존에 위협적인 행동을 부추겨 돈을 벌고 진화의 산물을 사리사욕의 대상으로 바꾸는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다. 변연계 자본주의 자체도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최근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쾌락과 그에 따른 악덕과 중독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변연계 자본주의와 가장 두드러지게 연관된 쾌락, 악덕, 중독은 바로 도취intoxication로 인한 것이다. -<중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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