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0.15 러시아 소생 발표 '방구석 러시아 기행(feat.카프카)'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10-23 11:16
조회
204
지난주 목요일에는 러시아 소생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방구석 러시아 기행(feat. 카프카)'! 비록 러시아를 직접 가지는 못해도, 마치 러시아에 간 것처럼 생생하게 러시아를 여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는데요. 직접 러시아...는 아니더라도 러시아 식료품을 취급하는 가게에서 공수한 간식과 요리, 직접 러시아...를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소생팀이 책을 읽으면서 만난 러시아를 한 곳에 모아놓은 전시, 그리고 레닌을 통해 러시아를 느낄 수 있는 두 에세이 발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렵게 모신 작가님, 카프카의 특별출현! 그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방구석 러시아 기행(feat. 카프카)' 사진으로 만나보시죠~

각종 과일, 무시무시한 크기의 러시아 빵, 엄청나게 달디단 러시아 케이크, 그리고 먹는 즉시 코가 뚫리는 오묘한 맛의 치즈! 러시아적인 간식과 함께 발표회 시작합니다~!






먼저 러시아 소생팀이 가장 먼저 만난 러시아, 바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입니다. 일명 '도선생과 토선생'! 스타일도 분량(!)도 정 반대인 두 작가분을 시작으로 전시 동선을 꾸몄습니다.





전시대 밑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맡고 있는 마트료시카(이우 협찬).



러시아 소생팀의 레닌조, 아나키조, 그리고 예술조가 꾸민 '책으로 만난 러시아' 전시입니다. 혁명 당시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를 중심으로 꾸민 레닌조, 지리학자이기도 했던 크로포트킨의 발자취를 따라 이미지를 배치하고 그의 팜플릿을 직접 인쇄해 배치한 아나키조, 그리고 러시아의 예술작품과 포스터를 전시한 예술조입니다. 아직 전시가 진행중이니 언제든 관람하고 가세요~

메인 이벤트는 민호와 윤순샘의 에세이 발표였습니다. 민호는 레닌의 수련을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요. 그 바쁘고 긴박한 시기에도 공부를 놓지 않은 레닌에게서 자신의 공부를 돌아보는 글이었습니다.






만일 누군가 혁명을 이끌 수 있었던 레닌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망명 기간 내내 그가 유지해온 일상, 아침 개장 시간부터 저녁 폐장 시간까지 도서관에 앉아있던 일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끄룹스까야의 <레닌의 회상하며>를 읽어보면 ‘일리치는 온종일 도서관에서 보냈다’라는 표현이 열 번도 넘게 나온다. 17년의 망명 기간 동안 레닌은 숨고 도망다니며 수많은 도시에 머물렀지만, 불규칙하게 열리는 당대회에 참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언제나 도서관에 있었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하루 15시간에 이를 정도였다. 레닌이 혁명을 지도했다면 그 장소는 광장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 혁명가 레닌은 거기서 무엇을 했는가? 읽고, 쓰고, 생각하기. 그리고 가끔 주변을 산책하기. 이것이 전부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연구실에서 읽고, 쓰고, 생각하고 산책한다. 15시간을 머무는 날도 많다. 레닌의 도서관 생활과 나의 연구실 생활. 겉으로는 닮아 있는 이 둘은 무엇이 다른 걸까? 무엇이 한쪽은 혁명의 초석을 닦는 시간으로, 다른 한쪽은 유익하지만 어딘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인문학 공부로 만드는 걸까? 오래되고 진부한 핑계를 대보자면 백 년 전의 그 시대와 달리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할 적이 없고, 이뤄내야 할 대의가 없다. 그렇기에 공부의 방법이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그러나 이렇게 ‘시대가 다르다’라는 말로 정당화하고 넘어간다면 나는 계속 현실성 없는 공부만 하게 될 것이다.





윤순샘은 레닌을 따라 여행한다면 무엇을 느끼고 배울지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사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던 윤순샘은 레닌에 대해 공부하며 그저 돌아다니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레닌을 공부하며 그의 여정을 따라 함께 사유하며,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그 낯섦을 경험하고 배우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윤순샘!







  러시아 혁명 과정을 따라 읽어가는 레닌의 책들에서 만난 장소, 레닌의 적과 동지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모이게 했던 시공간적 배경들에 나는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이번 소생-러시아에서 레닌의 책을 읽었을 뿐이고 실제로 그 장소에 여행을 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생생한 러시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여행을 싫어하게 된 것이 어디로 여행을 가더라도 여행지의 사람들 또는 여행간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란 특정한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을 탐색하는 경험이 아닐까?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그들과 마치 분리되어 있는 듯이 나를 고집하고 있는 상태. 낯선 시공간에 있으면서도 ‘낯섦’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고립적 인식. 여행이 나에게 지루하고 싫다고 여겨졌던 것이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우리는 직접 경험하거나 책을 읽고 배운 것들을 ‘알아서’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을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튀세르에 따르면, 실천이라는 관념은 실재와의 능동적 접촉을 내포하고, 실천 관념에 내재적인 이 능동적 접촉은 인간 행위자(또는 주체)라는 통념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실천이라는 장에서 주체의 변형은 동시적이다. 요컨대 주체가 변형되지 않는 실천은 없다. 그러니까 책을 읽든 여행을 떠나든 나의 변형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실천적 힘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나와 마주치는 것들과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변형을 꾀하는 실천만이 능동적 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에세이는 러시아 소생 숙제방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에세이 발표가 끝나고, 소생 프로젝트를 함께하신 선민샘의 북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 - 카프카를 읽는 6개의 키워드>(북드라망)는 선민샘이 만나신 카프카의 정수가 담긴, 따끈따끈한 신간이지요^^ 선민샘께서는 센스있게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도 '러시아'가 언급된 작품을 가지고 미니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러시아라는 친구'를 언급하는 부자가 나오는 <선고>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고립되어 있는데다 건강도 안 좋은 '러시아 친구'를 아들이 말하자 아버지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그거 네 친구 아니야, 러시아는 내 친구야'라고 말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멍~'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러시아가 '러시아인 친구'인지 아니면 혁명을 맞아 결국 고립되고 비실비실하게 된 러시아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프카가 러시아 혁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해요. 혁명이 관료화로 이어지는 것을, 카프카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구체적인 지명이 드물게 나오는 카프카의 작품에 러시아라는 지명이 가끔 나오는 것을 보면 그도 이 광활한 대지에서 일어난 유례없는 실험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와 카프카의 관계에 대해 열강중이신 선민샘.

강의가 끝나고, 독자와의 만남~!




발표가 끝나고, 이제 먹고 마시며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 러시아 기행의 요리 테마는 '향'인 것 같습니다. 한 번 열면 훈연향이 가시지 않는 청어 통조림으로 만든 요리, 양고기임을 숨기지 않고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양고기 만두, 고수향 후추를 가미한 러시아식 수프 등등 그 향기로운 요리의 향연이었지요. 수프는 윤지샘께서 직접 재료부터 공수해서 끓여주셨습니다!





수프 사진이 없네요ㅠㅠ 간식 시간부터 식사 시간까지 모두의 사랑을 받은 저 수프는 바로 저 솥단지 안에 들어 있습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그 옆에 꼭 붙어 있던 사람들 사진으로 대신합니다:D




 


러시아 혁명을 위하여(!) CHEERS~!




아래는 선생님들께서 선물로 주신 간식들입니다.





인영샘께서 주신 떡입니다.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떡을 두 상자나 보내주셔서 너무 잘 먹었습니다///






영님샘께서도 떡을 주셨습니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따뜻하고 폭신하게 잘 먹었어요!






아슬아슬하게 뒤풀이에 참여하신 현숙샘의 감귤과 홍시입니다!




그리고 승연샘과 경숙샘, 윤순샘, 현숙샘께서 발표를 응원하시며 보조금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풍성한 발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