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시즌1 마무리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20-05-01 16:20
조회
206
소생 러시아 시즌1 마무리

불확실함의 묘미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소생 프로그램이 어제부로 한 매듭을 지었습니다. 급하게 무엇을 할 땐, 사실 뭘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하게 되죠. 마지막까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전까지 발표 준비를 하느라 모두들 에너지를 쏟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여러 텍스트를 만났습니다. 서양사와 러시아사를 비롯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크로포트킨과 레닌의 사상과 삶, 러시아 혁명과정, 이후 몇편의 논문들까지, 거기에 팀별 텍스트들도 있었네요. 채운샘은 자기의 질문을 가지고 텍스트를 만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무소용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팥쥐 왈, ‘어딘가 남아 있다구요!’ 하듯, 어딘가 뒤져보면 불시에 나올 걸 또 기대해봅니다.ㅋㅋ (ㅉㅉㅉ 이라는 채운샘 육성이 들리지만 패스)

마지막 시간 저희는 오전 토론시간을 가질 여력도 없이 마무리 발표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아주 특별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조계사를 다녀오기로 했지요. 조계사에서 먼저 기다리고 계시던 채운샘을 만나, 대웅전에서 절을 하고 한바퀴 돌아나왔습니다. 기분탓이겠지만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한다는 하나의 에너지가 모인 곳이라 그런지 맑은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와 오후엔 간단히 팀별 발표와 주제 글에 대한 코멘트를 진행했습니다. 코멘트 과정에 세미나를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을 간명하게 정리해주셨어요. 지금까지 여행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과정은 불확실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도 공부를 쉬지는 않았던 것이, 리듬을 잃지 않는 동력이었던 것이겠죠. 또 하나, 함께 공부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끝까지 즐겁게 공부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런 텍스트를 만났어요



      산책 겸 조계사로 가는 길... 쨍하고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에 상쾌함이 두배~


    부처님 오신 날. 대웅전에 들어가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고  기다리고 있어요


     빵의 쟁취란 책은 말이죠...


     



어설프기 짝이 없는 발표였지만, "자비심" 을 발휘하고 계신 채운샘.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시즌2에서는요...

여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떤 마무리가 좋을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공부+여행+글쓰기의 과정이니까 이것으로 마무리를 해야겠죠. 8월말이나 9월초 시즌2 마무리를 목표로, 공부를 마무리하는 주제 글을 쓰고, 2박 3일 정도 제주도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1박은 합숙이 될 거 같구요, 합숙이라함은 - 해보신분들 계시곘지만- 하루 종일 읽고, 토론하고, 또 읽고, 토론하고... 집중학습 프로그램이죠.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일주일 합숙이 일년 공부와 맞먹는 정도가 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하루니까요, 그리고 열심히 공부할거니까 나머지 하루는 즐겁게 놀아야죠. 순간적 아이디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채운샘께선 벌써 이름도 이미 지으셨어요. 이름하여 “방구석 러시아 기행!!”

그래서 다음 시즌은 조별로 글쓰기 결과물을 내는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텍스트도 조별로 글쓰기 주제에 맞추어 결정하고, 서로의 글에 코멘트도 하고, 필요하면 모두 모여 밥도 먹고 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시즌 1을 진행하며 정말 아쉬웠던 것은 허겁지겁 일정을 소화했던 것이었어요. 겨울에 시작한 탓에, 여유있게 산책도 다녀오지 못하고, 등산, 운동, 러시아 식당 방문 등 여행을 준비하며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나누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남은 시즌에 다 해봐요.

5/21 시즌2 시작 합니다. 주제글 프로포절 준비해 옵니다.

 


선생님께 한 잔 드리고 싶어요~



고기로 태어나서 세미나 준비팀이 한달 禁肉을 선언하는 바람에 고기 뺀 중국요리로 깔끔하게 마무리 


마지막으로 마야코프스키의 시 한편 올려요. 사실 오늘 토론은 못했지만 공통 텍스트가 러시아 시인들과 혁명기 언어에 대한 논문이었어요. 혁명기 시인들은 숙청과 자살로 삶이 ‘고통’의 과정이었지만 언어를 통해 시대의 얼굴이고자 했던, 프로파간다의 역할을 자임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미완성의 시


마야코프스키


1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아닌가?


길가에 핀 노란 양국을 꺽어


꽃잎을 떼며 점을 친 다음


5월의 바람에 날려보내듯


나는 손가락을 잡아떼며 점을 친 다음


부러진 손가락들을 사방에 뿌린다


머리를 빗거나 면도를 할 때 새치가 보여도


은빛 세월이 무더기로 울려 퍼져도


분별이란 이름의 창피스런 상태가


내겐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임을 믿고 또 바란다


2


벌써 두 시요


자리에 들었겠구려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깨어 있을지도


서둘러


지급 전보를 치진 않겠소


당신을


깨우거나 괴롭힐 필요가


어디 있겠소


3


바다는 되돌아간다


바다는 잠자러 떠나간다


사람들이 말하듯 사건은 종결되었다


사랑의 조각배는 일상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당신과 나는 피장파장


서로에게 준 상처와 슬픔과 모욕을


되뇐들 무슨 소용


4


벌써 두 시요 자리에 들었겠구려


밤이면 은하수는 꼭 은빛 오까 강(江) 같소


서둘러 지급 전보를 치진 않겠소


당신을 깨우거나 괴롭힐 필요가 어디 있겠소


사람들이 말하듯 사건은 종결되었소


사랑의 조각배는 일상에 부딪혀 박살이 났소


당신과 나는 피장파장 서로에게 준


상처와 슬픔과 모욕을 되뇐들 무슨 소용


세상에 펼쳐진 정적을 보구려


밤은 별들의 공물로 하늘을 덮었소


이런 시간이면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대와 역사와 우주에게 말을 한다오


5


나는 말의 위력과 말의 예언력을 안다


극장의 특등석을 갈채로 뒤흔드는 그런 말이 아니라


시체를 담은 관까지도 흔들흔들 일어나


참나무 다리로 걸어가게 만드는 그런 말


간혹 인쇄도 안 해주고 출판도 안 해주지만


말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친 듯이 달려간다


수세기 동안 울려 퍼진다 그리하여 시(詩)의


굳은살 박힌 손을 핥으려구 기차가 기어온다


나는 말의 위력을 안다 무희의 뒤축에 밟힌


꽃잎처럼 하찮게 보일지라도


인간은 영혼과 입술과 뼈로 살아 있다


전체 2

  • 2020-05-02 16:17
    시즌1이 끝났군요^^ 후기 쓰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분명 배운 게 어딘가에 남아있을 겁니다ㅜㅜ 이번 마무리 강의에서 질문이 곧 자비이고, 공부하면서 질문이 생기지 않는 건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공부하면서 마음을 살펴봐야겠습니다.

  • 2020-05-02 17:02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저희의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지속될 또 다른 일정이 기대되네요. ㅎㅎ 고생하셨고, 재충전해서 또 재미나게 공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