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앓이

35.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8-11 23:40
조회
453
35.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

 

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富)를 구할 수 있다면 비록 채찍 잡는 마부라도 내가 또한 그런 일을 하겠으나 만일 구할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 - 論語, 述而(11)

공자에게 부(富)는 구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희에 따르면 그것은 하늘 곧 천명(天命)에 달린 일이다. 성인이 부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고 하셨다.생각해보면 구하는 많은 것들이 내게 달려 있지 않다. 누리고 성취하고 잃고 얻는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태어나고 죽는 일이 이미 내게 있지 않다. 내 마음과 남의 마음 하나가 내 뜻과 같지가 않다. 돈, 건강, 평판 등 역시 구한다고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자가 말하는 천명(天命)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 하늘 아래, 땅 위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내게 달린 것이 아니다. 내 뜻과 비껴가는 많은 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명을 받고 태어났다는 인간은 천명에서 달아날 수도 없는 것 같다. 구한다고 반드시 얻을 수는 없는 수많은 것들 속에서 살아간다. 바로 그것이 구하지 않아도 늘 얻어지는 하늘의 이치인 것은 아닐까. 구하지도 않았는데 얻고 또 잃는 많은 것들 속에서 역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때에 공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고 하신다. 이 태도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것은 부와 같이 구한다고 반드시 얻을 수는 없는 것을 좇는 것과 어떻게 다른 태도일까.

위정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由)야, 앎(知)이 무엇인지 너에게 가르쳐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知)이다. - 論語, 爲政(17)

유(由)는 자로(子路)를 말하는데 주자가 주석했듯이 용맹함(勇)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그 용맹함으로 인해 그는 무리하게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스승이 앎에 대해 가르치셨다. 앎이란 무엇을 아는지 또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이다. 유학에서 말하는 앎은 어떤 지식을 갖는 것 이전에 자기 무지를 인식하는 문제라고 한다. 지난 격몽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앎에 대한 이끌림은 무지에서 촉발된다. 자기 무지를 인식할 때 비로소 알고자 한다.’

앎은 특정한 지식을 쌓는 것 이전에 자기 지와 무지를 재고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공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용맹하고 지혜로운 태도임을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말과 행동, 마음 씀씀이의 기준이 되는 수많은 알음알이를 의심해볼 수 있는가. 대체 뭘 정말 아는지 모르는지 재검해볼 수 있는가. 윗 구절에 따르면 바로 그 때 앎이 가능하다.

공자가 좋아했던 것이 바로 이 앎이다. 그는 스스로를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好學者)로 칭한다. 공자가 말하는 배움이 특정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면 그것은 부귀를 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지(知)와 무지(無知)를 살피는 일은 구하고자 했던 것들마저 내려놓게 한다. 천명을 받아 태어난 자가 저 힘으로 좇아 실컷 누릴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 배움이 아닐까.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은 자기 무지를 인식하는 일만은 실컷 좇아 누릴 수 있다. 부귀와 배움은 이 점에서 다르다. 성인 역시 부귀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공자는 부단히 정치에 나서고자 했다. 그 모든 일들이 내게 달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에서 배우는 일은 가능하다. 뜻밖의 사태들을 배우는 일이 가능하다. 자기의 계획과 포부, 이상들이 무엇이었는지 재고하는 일 역시 늘 가능하다.

공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좇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말했듯이 그는 배움을 좇았다. 배움을 좋아하여 좇는 일은 오로지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돈, 명예, 편안함 등 구하여 좇을 것들은 많고 많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역시 내게 달려있지 않다. 주어진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누려 볼 일이다. 이 또한 배움을 좇아야 가능한 일은 아닐까. 자기 자신을 의심할 수 있는 자가 자기에게 달려있지 않은 일들 속에서 자유자재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  공자님은 무엇보다 자신에게 달린 일에 힘쓰라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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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12 15:43
    그래, 좋아하는 것을 따르자!!^^